천국을 준비하는 삶을 살자

천국을 준비하는 삶을 살자

[ 현장칼럼 ]

황신애 이사
2021년 11월 05일(금) 08:43
신문에 부쩍 상속과 증여에 관한 기사들이 넘쳐난다. 유언장. 당장 죽음을 앞둔 이가 비장한 각오를 담아 가족들에게 남기는 유언을 떠올린다. 평생 말하지 못한 비밀, 또는 소중한 재산을 누구에게 남길지 기록해 둔 글이기도 한데, 요즘 유언장에는 재산의 상속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룬다.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남길 것이 별로 없다고 아예 유서를 쓸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서는 돈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인생에 있다. 우리 인생에 죽음이 늘 가까이 있음을 인정하고 마지막 순간에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나지 않도록 나의 소중한 생각들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유서이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일은 매우 불편하다. 심지어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은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내일이라도 당장 영광의 주님 뵙기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 평생의 소원을 성취해야 하니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열심히 건강을 챙긴다. 그러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와 기한을 인간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 원대로 죽음을 맞기 어렵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불편하다. 자신보다도 남겨진 이들이 더욱 어렵다. 그 빈자리로 인해 삶이 막막해지고 공허함을 느끼며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고 고마웠음을 고백할 기회를 갖지 못해 오래도록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유서를 쓰는 것은 그러한 후회를 남기지 않을 지혜를 얻는 매우 유익한 방법이 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모금을 직업으로 하면서, 유언으로 기부를 결정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상담을 했다. 내가 만난 그들은 죽음을 직면하고 있었고 스스로에게 매우 솔직했다. 그렇게 타인들의 마지막 순간에 기부를 상담하다보니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었다.

내가 유서를 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만약 지금 죽어서 당장 하나님을 만난다면 주님께 칭찬받을 준비가 되었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준비되지 않았고 몹시 부끄러웠다. 말로는 하늘나라를 꿈꾸며 산다고 하면서 내 욕망과 욕심으로 가득 찬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후 나는 매년 연말 즈음에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서 내 질문에 답을 한다. 나는 누구로 어떻게 살아왔고,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내 죽음 뒤에 어떤 일들을 피하고 싶고 내 묘비에 어떤 기록이 남으면 좋을지 등을 적기 시작했다.

죽음 앞의 선택은 참으로 진솔하다. 육신이 흙으로 돌아갈 때는 가져갈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쌓아두는 것은 오직 천국에만 가능하다. 죽음 이후에 내가 갈 곳이 바로 천국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 남겨지는 것은 오직 남는 자들을 위한 것인데 그것도 잘 정리해 두지 않으면 가족과 형제가 불화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유를 정리하지 못해서 붙들고 있다가 어떤 상담자는 사후에 자신이 결코 주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모든 재산을 고스란히 넘긴 경우도 있었다.

이제 연말이 가까워진다. 추수를 하고 한해를 마무리 하면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올해 농사를 망쳤어도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덕택이다. 기왕이면 올해의 결산을 하나님 앞에서 해 본다는 마음으로 유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섬기는 교회와 직장에서 삶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받은 축복과 감사할 일들을 헤아려 보고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남겼는지 중간결산을 해 보자.

비록 많은 것으로 섬기지 못했어도 과부의 두 렙돈 같은 헌신으로 살아온 이들이 언제라도 하나님 앞에 서게 되었을 때 '너, 착하고 충성된 일꾼아!'라고 불리우는 것을 상상해본다.



황신애 이사 / 한국모금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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