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

계란으로 바위치기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0월 25일(월) 19:55
지난 9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6회 총회에서 국내 장로 교단 최초의 여성총회장이 탄생했다.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인 한국교회에서 여성총회장의 등장은 그야말로 '유리천장'을 깬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하기에 충분하다. '유리천장'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방탄천장'이거나 혹은 '철근 콘크리트'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 미혼이고 청년인 여성 목회자가 "주변의 동료 여성 목회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는 "단순히 여성 목회자가 청빙이 안되거나 사역에서 차별을 받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여성이 철저하게 배제된 조직에서 버티기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토로했다.

수년 전 또 한 명의 여성 목회자는 '여성총대할당제'청원이 계속 부결되고 '여성 혼자 힘으로 하라'는 식의 비난이 이어지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데 깨질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총회 지도층이 남성이고, 의사결정구조도 전부 남성중심적인데 여성의 목소리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냐"면서도 "그래도 던져야 흔적이 남고, 세월이 흐르면 닳기라도 하지 않겠냐"고 푸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여성이 법적으로 목사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 30년을 싸웠고, 목사안수가 허락된지 40년이 다되어 간다. 그러나 여전히 총회장이며 총회 총대, 노회장, 담임목사는 대부분이 남성이다. 남성중심의 수직적인 위계질서에서 이웃 교단의 일이기는 하지만 '여성총회장'의 등장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고 대단하다. 이 와중에 예장(합동) 총회는 올해도 역시 여성안수에 관한 모든 헌의안을 기각하며 제도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시켰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구는 떠나고 또 누구는 버티면서 바위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선거권, 피선거권, 발언권, 의결권을 갖고 소명과 은사로 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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