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야 생명(生命)이다

흔해야 생명(生命)이다

[ 현장칼럼 ]

조경래 목사
2021년 10월 29일(금) 08:04
'희소성 가치'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희소할수록, 희귀할수록, 공급이 적을수록 그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금과 은, 보석 종류들은 매우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식 패물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명품도 이 희소성 가치 원리를 이용하여 한시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비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반대로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한 것들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을 하늘, 바람, 구름, 비, 바다, 공기, 심지어 발에 차이는 돌들이다. 이것들은 특정 개인이 소유하지 않는다. 아니 소유할 필요가 없을 만큼 흔하다. 흔하니까 소유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렇지만 생명(生命) 신비의 비밀은 이 흔함에 있다. 특정 누군가가 공기를 독차지 한다면, 특정 기업이 하늘을 독차지 한다면, 특정 누군가 세상의 나무를 독차지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나님은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매우 흔하게 만드셔서 특정 자본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 나라, 개인이 독차지 하지 못하게 만드셨다. 참 하나님다운 발상이다.

사회복지는 공기와 물과 자연과 같아서 흔해야 하며,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복지는 생명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기사화 되는 사건들 가운데 복지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송파 세 모녀사건, 정인이 사건, 의도된 한 인간의 '극단적 선택'이라 할지라도 사회복지 서비스가 들어가면 생명은 건질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정부 정책도 뒤 늦었지만 복지정책들을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지사회는 사회복지가 아주 흔한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국민이 주체적으로 아주 쉽게 접근가능해야 생명을 살리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시스템과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하고 싶다. 복음자체가 생명이며, 생명의 가치를 아는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생명을 천하의 보물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교회이다. 교회의 양적 숫자가 많아 진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교회가 위기에 내몰린 지역 주민들의 도피성 역할을 하고 있을까? 코로나 위기 가운데 교회 주변 생명들의 간절한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명이신 예수를 잘 믿어'라고 선포한 후 교회는 생명을 주었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가 흔하여야 생명을 구할 수 있듯이 예수님의 복음도 흔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는 누구나 이용하기 쉽도록 지역사회에서 복지실천하는 것을 복지전달체계라고 하며 종합사회복지관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 복음도 누구나 이용하기 쉽게 지역사회에 나가야 할 것이며, 생명전달체계를 흔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도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역설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살고 싶은 욕구(生命)에 교회가 충실히 접근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흔하게 나눠 주어야 한다. 대가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말고, 전도하려하지 말고 그저 예수님의 사랑을 흔하게 나누어 주면 어떨까? 예수님의 사랑이 흔하여서, 누구나 쉽게 접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조경래 목사 / 안양시부흥종합사회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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