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 넘어 환경 변화...'감사' 의미가 우선

농경사회 넘어 환경 변화...'감사' 의미가 우선

[ 아카이브 ] 추수감사주일을 언제 지킬 것인가?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10월 12일(화) 11:25
1989년 11월 18일자 추수감사절 관련 기사
기독교계는 전통적으로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지키고 있다. 감사절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한국기독공보 1981년도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11월 14일자 사설에서 "그옛날 청교도들이 매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낯설은 풀리버드지역에 상륙하여 천신만고 끝에 얻은 추수로 감사의 제단을 쌓은 것이 추수감사절의 유래가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의 그때 수확이 풍작인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토록 감사한 것은 추수한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믿는 신앙이었고, 그보다 신앙의 자유를 얻어 마음껏 하나님을 섬길 수 있게된 구원의 뜨거운 감사가 마음속에 넘쳤으리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추수감사절 유래를 이후 기사에도 같은 내용으로 설명)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수감사절을 언제 지키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다. 감사에 대한 의미의 방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생각이 달랐다. 땀흘려 일한 대가로 수확한 열매에 대한 감사를 하나님께 돌린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감사절을 언제 지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시작된 추수감사절의 전통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감사절의 의미가 우리나라 추석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추석을 전후해서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기독공보 아카이브 검색창에 '추수감사'와 '추석'을 동시에 검색해 본 결과 51건이 검색됐다. 전통적인 추수감사주일(11월 셋째주)이 아닌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지키자는 내용의 기사는 1976년 3월 27일자 3면에 게재된 교회협 청년협의 기독청년정책협의회 기사이다.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서 "추석절을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운동을 전개할 것도 결의했다"고 협의회 결의 내용을 기사화 했다.

이후 한국기독공보 1982년 11월 6일자 '교회용어해설<24>'에서 필자인 하해룡 목사는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에 대해 유래를 설명한 후 "감사절의 뜻을 생각해보면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앙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둘째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대한 깊은 감사의 표현이었다. 세째는 오곡백과 즉 먹을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대한 구체적인 감사의 행위였다"고 정리하면서 "이 감사절은 한국의 그윽한 전통적인 풍속에서 생각할 때에 추석 명절을 전후하여 지키면 더 토착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가?"라고 논제를 제시했다.

또 한국기독공보는 같은해 11월 20일자 사설에서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우리 교회나 교인들에게 추석보다는 추수감사절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변혁이 생겼다. … 아쉬운 것은 추석을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교회의 축제로 바꾸어놓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음도 사실이다"며 생각을 전했다.

한편 감사주일의 시기를 전통 명절인 추석과 연결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기사화 됐다. 1981년 11월 14일자 특집으로 기획된 '各國(각국)의 感謝節(감사절) 풍습 소개' 기사에서 "한국은 추석을 오래전부터 민속의 날로 지켜왔고 음력 10월(상당)엔 미신이나 고사떡을 돌려 나눠먹는 풍습이 아직도 시골에는 남아 있다"며 기독교의 감사 절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는 '추수감사주일' 시기에 대해 한국기독공보는 1986년 11월 22일자에서 '감사의 달을 보내며' 주제로 기획한다. 기획의 편집자주에서 1971년 총회에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근거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한 주일을 총회가 제정하여 추수감사주일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헌의가 있었음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창환 박사(당시, 장신대 학장)를 통해 감사절의 토착화 문제를 이슈화했다. 박창환 박사는 원고에서 농경사회에서의 추수감사절의 의미와 함께 산업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환경에 맞춰 교회의 제량에 맡길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농경사회의 산물인 '추수감사절'을 '감사절'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절 시기에 대해 박창환 박사는 "우리가 이미 1백세가 된 교회이기 때문에 이제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매사의 의미를 알고 행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비단 추수감사절만 아니다. 우리의 의식(儀式) 전부와 제도와 구조 등이 모두 서양 것이고 남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다 검토해 볼만한 때가 됐다"고 설명하며 보다 폭넓게 감사절의 의미와 지키는 시기를 열어 놓았다.

또한 같은 신문에 게재된 총회 추수감사절 연구위원회 회의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서 제72회 총회에서 제71회에서 연구해서 보고한 '추수감사주일 제정안'이 1년더 연구키로 했음을 보도하면서 제정안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검토된 제정안에 대해 위원들은 "우리 조상들이 역사속에서 거족적으로 하나님 앞에 지켜온 감사의 날 추석을 우상숭배의 날로 전략 시켜서는 안되고, 추석을 전후한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제정해 전 국민적인 국경일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하나님께 모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사실상 이앙기 및 추수기가 1개월 가량 앞당겨졌으므로 10월 둘째 주일을 한국적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임을 확인했다.

이같이 추수감사절의 시기와 관련 관심이 높았으나 이후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있었던 만큼 교회들이 형편에 따라 추석을 전후한 주일부터 전통적으로 지켜온 11월 셋짜주일까지 주일을 정해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한국기독공보는 '다시 생각해보는 추수감사주일'을 제목으로한 1996년 11월 9일자 사설에서 "… 본 교단에서도 여러 교회들이 추수감사절을 다르게 지키는 줄 알면서도 아직 개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너무나 무질서해 질 것이다. 현재 11월 셋째 주일로 지키는 것을 가까운 시기에 다른 주일로 변경하는 것을 총회는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에 적절한 때를 선정하는 것이 토착화 신앙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여겨진다"며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다.

2001년 11월 3일자 주간논단 필자 정태봉 목사(묘동교회) 또한 "… 추석이 우리 교회의 감사하는 신앙, 특히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전혀 상관없이 지나가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추수감사절로서의 추석과 말 그대로 서양에서 유래한 서양사람들의 추수감사절을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명절로 이해하여 결과적으로는 추수감사절은 특별감사 헌금을 더 내야만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절기로만 뇌리에 남게 되는 것일 뿐, 그야말로 온 교회가 함께 잔치의 분위기에 휩싸이는 기쁨과 나눔과 감사의 모습은 더 이상 자리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오늘 우리는 교회적으로 나아가서 교단적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봉 목사의 논리는 교회별로 추석에 맞춰 10월에 한 주를 정해 추수감사주일을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교단의 입장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수감사주일을 앞당겨 지키는 교회들에 있어서는 비록 도시에 있는 교회라 할지라도 일년 농사의 첫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의 예물로 바친다는 성서 고유의 개념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며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추석 명절과 맥을 함께 한다는 성과도 비교적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공보 아카이브를 통해 본 추수감사주일에 대한 결론이 없이 이어지면서 교회들은 형편에 따라 감사절이 지켜지고 있다. 물론 추수감사주일을 언제 지키느냐는 주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감사의 의미를 어떻게 충실하게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감사주일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언제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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