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한국교회

오징어 게임 속 한국교회

[ 기자수첩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09월 28일(화) 07:40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인기다. 9월 26일 기준 넷플릭스 지원 국가 83개국 중 6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은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 내용의 드라마다. 참가자들은 상금 456억원을 걸고 옛날 어린시절 놀이를 진행한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뽑기(달고나), 구슬치기 등의 게임을 하고, 탈락하면 목숨을 잃는다.

게임 참가자들은 빚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다. 주인공 '쌍문동 성기훈'도 사채로 신체포기각서까지 쓴 후 어머니의 병원비가 필요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건달, 실업자, 금융범죄자, 소매치기범, 사기전과자, 출소자, 탈북인, 외국인노동자 등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엔 회개기도를 하고 '주님'을 찾는 참가자도 있다.

그는 목숨을 건 줄다리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자 감사기도를 드리며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른 참가자가 '태클'을 걸자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린 그들의 희생과 피로 또 하루를 살아남았다. 죄 많은 우리 모두를 대신해 내가 그들의 희생과 주님의 선택에 감사하며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이후 그는 징검다리에서 다른 참가자를 밀어 떨어뜨린 후,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사회가 가진 기독교의 부정적 이미지는 드라마 중간 중간 계속해서 나온다. 참가자 중 아버지를 죽이고 출소한 비교적 어린 나이의 여성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연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다. "(죽은 사람을) 처음 본 건 우리 엄마였어.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니까 엄마가 방바닥에 누워서 죽어 있었어. 그 옆엔 아버지란 인간이 칼을 들고 서 있었고. 그 다음으로 본 건 우리 아버지 시체. 그 옆에 칼을 들고 서 있던 건 나였고. 그 인간 직업이 목사였어. 엄마를 때리고 나한테 그 짓을 하고 나면 항상 기도를 했어.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여섯 개의 잔인한 게임이 끝나고, 주인공 기훈은 456명 중 마지막 승자가 된다. 그는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비오는 길거리에 버려진다. 다른 행인들은 주인공을 무시하고 지나갈 때,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열정적으로 외치던 한 전도자(?)가 다가와 안대를 벗겨준다. '선한 사마리아인' 말씀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길바닥에서 눈을 뜨자, 남자가 내뱉는 말은 "괜찮아요?"가 아니었다. 그는 섬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예수, 믿으세요."

오징어 게임의 감독은 2009년 대본을 완성하고 10년 넘게 묵혔으며, 2019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편파적인 시선이라 할 지라도, 오징어 게임엔 한국사회가 10년 동안 바라본 기독교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K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이 부정적인 시선은 전세계로 전달됐다. 혹여나 선교사들의 사역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이제 한국교회의 부정적 이미지가 한국사회를 넘어 전세계에 자리잡힐까 걱정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반기독교 코드라며 다음세대에게 보지 말라고 할까,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 편집이라며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까, 이단들이나 이렇고 정통 기독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을까. 이제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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