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공동체의 주제, 교회 생명 가치 알려야"

"자살은 공동체의 주제, 교회 생명 가치 알려야"

[ 아름다운세상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09월 20일(월) 08:20
"'생명' 두 글자 뒤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당신의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메시지들이 지난 12일 전국 곳곳에서 움직였다. 1071명의 생명을 살리는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장소에서 미니현수막을 들고 누적 370만 9621보를 걸었다. 이들의 티셔츠와 마스크에 공통적으로 적힌 글귀는 'Life Walking(생명 걷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코로나 블루(우울증) 현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제10회 '사람사랑 생명사랑 걷기 축제'가 비대면으로 열렸다. 2100여 명의 후원자는 자살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을 '예방'이라고 믿으며 기도로 함께했고, 축제 참가자들은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 사람사랑 생명사랑 걷기 축제의 미니현수막

· '생명' 두 글자 뒤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 같이 하는 생명 존중, 가치 있는 사람 사랑

· 당신의 관심과 사랑이 생명의 안전망이 됩니다

· 사람을 향한 마음, 생명을 살리는 걸음

· 당신의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 함께해요 사람 사랑, 실천해요 생명 사랑



시간당 1.5명, 하루 평균 38명. 2019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1만 3799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했다. 2019년 한국의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26.9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발생률 1위이고, OECD 평균 11명의 2배를 넘는다. 지난 4년간 15만 명이 자살시도로 응급의료기관을 찾았다.

자살자 한 사람은 주변 40여 명에게 큰 충격을 준다. 2019년 1만 3799명의 자살자가 생겼으니, 55만 명 이상의 자살생존자(유가족)가 생긴 셈이다. 자살생존자의 우울증 발병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18.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처한 개인적인 상황은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사장:임용택 대표:조성돈)는 자살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라이프호프(LifeHope)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이나 사회로 구별해 생각하는 자세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가 동참해 예방하고 치유해야 할 세대 통합과 사회 통합의 주제"라고 강조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교회들과 협력해 교육, 연구, 상담 등의 활동으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일 라이프호프가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즈음해 한국교회와 지켜온 생명보듬주일이 제9회를 맞았다. '생명을 살리는 그리스도인,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주제 아래, 교회들은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고 회복하자는 마음으로 예배했다. 라이프호프가 배포한 제9회 생명보듬주일 자료집엔 공동기도문과 공동예배 설교문, 청소년 자살예방교육 설교문, 자살자 가족을 위한 위로예식서,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 등이 담겼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이사장 임용택 목사와 대표 조성돈 목사는 자살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고 말한 임용택 목사는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일이다. 가정 교회 사회 국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공동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물질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이 시대에 교회가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고,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 자살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코로나 시대 자살 예방과 관련해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목사는 "코로나19로 우울증이 증가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복지관과 상담소가 폐쇠되고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제한된 업무만 하고 있다"라며, "자살 예방에 있어 공적인 기관들이 개점 휴업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만남과 돌봄이 현재 남은 가장 유력한 '자살 억제 장치'"라고 언급한 조 목사는 "교회가 사회와 같이 무기력한 상황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소망을 갖고 이웃을 돌보아야 할 때"라며, "어려움에 있는 이웃들이 살기 위해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보이고, 마음방역단과 돌봄방역단이 되어 이 땅에 생명의 소망을 전해야 한다"라고 관심을 요청했다.

제9회 생명보듬주일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교회봉사단, 전국신학대학협의회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등이 동참하면서, 전국 교회를 향해 생명보듬주일에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2012년 3월 창립총회를 가진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매년 9월 둘째주 생명보듬주일과 걷기 축제를 진행하고, 생명보듬이 '무지개' 교육이라는 자살예방 프로그램, 마음이음 정기예배, 라이프키퍼 캠프, 희망벽화 그리기 등의 활동을 진행해왔다.

라이프호프는 지난 4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상담학교(이사장:손신철)와 업무 협약식을 갖고 생명문화 창출과 확산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 시무) 라이프호프팀은 2020 제2회 국회자살예방대상 공모에서 자살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장관상(단체)을 수상하기도 했다.



# 자살생존자(유가족)에게 배려가 필요한 이유

1. 가족을 상실한 아픔이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2. 죄책감에 시달린다.

3. 말하기 어려운 가족 비밀 때문에 극심한 소외감을 느낀다.

4.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5. 지속적이거나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린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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