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교인들의 꿈, '라이프 플랜' 통해 응원

잊혀졌던 교인들의 꿈, '라이프 플랜' 통해 응원

[ 우리교회 ]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교인들이 모인 곳, 강남동산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8월 17일(화) 13:15
'라이프 플랜'을 통해 평생을 꿈꿔왔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강남동산교회 교인들.
'라이프 플랜' 타임캡슐 제막식.
많은 교회들이 교인들에게 교회 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지만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교회는 많지 않다.

서울강남노회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 시무)는 교인들에게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회다.

강남동산교회는 '1%의 변화와 자유함과 행복'이라는 모토 아래 2012년 담임 고형진 목사의 제안으로 전 교인이 '2020 라이프플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 목사는 "'라이프플랜'이란 각 개인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보화를 발견해 내 삶을 변화시키자는 의미의 운동"이라며, "교인들은 교회에서의 소금과 빛이 아니라 세상에서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목사는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 은퇴 후에도 30~40년을 더 사는데, 100세가 되어서 은퇴 했을 즈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지 못했을 때 그때라도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게 된다"며,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우리 교인들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라고 밝혔다.

고 목사는 라이프플랜을 진행하기 위한 팀의 팀원을 교회 등록 5년 미만의 교인들로 구성했다. 조직의 변화는 그 조직을 생경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강남동산교회 고형진 목사와 라이프플랜 팀은 삶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8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2020년까지 라이프플랜을 진행하기로 하고,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했다. 성도들은 그 책자의 안내에 따라 한때는 꿈꿨지만 생활에 치여 미뤄두었던, 혹은 잊고 있던 자신들의 꿈들을 적기 시작했다. 신앙생활 관련 활동을 비롯해 도전해볼 만한 자격증이나 취미생활, 생활습관의 변화를 위한 자신들의 도전들이 하나 둘씩 적혀졌다. 이들이 적은 라이프플랜 리스트들은 교회 현관 앞 타임캡슐에 저장됐다.

라이프플랜이 시작된 후 교회 내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악기동호회가 여러 개 만들어진 것이다. 우쿨렐레, 색소폰, 통기타 동호회가 조직되고, 미술동호회도 만들어져 교회가 활기를 띄었다. 교회는 이들을 위해 연습공간을 제공하고, 발표회 및 전시회를 열어주며 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왔다.

오카리나 동호회의 경우 연습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세계오카리나 축제에 참가했을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라이프플랜은 8년간의 긴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교인들이 중도에 해이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해 6월에는 자신의 꿈을 향한 노력에 자극제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014년에는 라이프플랜과 관련된 한 줄 백일장을 실시해 시상했다. 백일장 1등은 '또 잠들어 있는 내 삶의 알람시계'가 선정됐고, 그 외 '아직도 열려 있는 성장판', '다르게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 '잠들어 있는 열정을 깨우는 두드림' 등의 글귀들이 입선됐다. 2016년에는 전교인이 교회 인근 양재천 길 중 2020미터를 코스로 거북이 마라톤을 실시했고, 2017년에는 보드판을 마련해 서로를 응원하는 말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서로를 격려하게 했다. 2018년에는 타임캡슐이 손상되지 않고 잘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명 아크릴통에 전시해 자신들이 적은 꿈을 상기하게 했다. 2019년에는 사진과 함께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문구를 적어 SNS에 올리기를 실시했다.

이외에도 6월 한달 동안은 고 목사도 라이프플랜과 연관된 설교로 준비하고, 교인들도 매주 라이프플랜 단체티셔츠를 입고 올 정도로 열정을 이어갔다.

2020년 종결을 하기로 했던 라이프플랜은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한해 미뤄졌다가 올해 6월 20일 뒤늦은 종료식을 가졌다. 8년간이나 진행된 교회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였지만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종결식에서는 라이프플랜을 통해 생전 처음으로 색소폰을 접하게 된 유희국 교회 관리장이 '할렐루야'를 연주하기도 했다.

유 집사는 "박치인 내가 색소폰을 불 수 있게 되리라고는 라이프플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라며, "교회를 통해 색소폰 연주라는 꿈을 이루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 목사 개인도 라이프플랜 5개 항목 중 4개를 이뤘다. 고 목사는 "제 목표 중 '21억 교회 부채변제', '건강한 교회 만들기', '책 4권 출판', '자격증 따기'를 이룰 수 있었다"라며 "목사인 저도 라이프플랜을 통해 많은 것을 시도하고 이뤘다. 2020 라이프플랜은 마무리 됐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마도 평생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타임캡슐을 열고 있는 고형진 목사.
그러면 개인의 삶을 바꾼 라이프플랜이 교회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에 대해 고 목사는 "교인들이 '교회'의 소금과 빛이 아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며, "라이프플랜이 개인의 꿈을 이루는 측면도 있었지만 우리 지역과 이웃을 위한 측면도 있었던 만큼 교회가 벽을 허물고 세상으로 스며들어가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강남동산교회는 오는 2022년이나 2023년에 다시 한번 라이프플랜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라이프플랜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했던 교인들이 또 한번 자신의 삶이 업그레이드되는 기회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모 기자







"자유와 공공성이 교회 존재의 이유"

지역사회 섬기는 교회, 택배기사에 대한 작은 배려까지



강남동산교회는 '교인을 위한 교회',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닌 '세상을 위한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설정하고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강남동산교회에는 전도지도 없고 전도 프로그램도 없다. 교인들의 삶이 전도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교회의 공공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심해질 때는 세상의 근심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실시하고, 새벽기도회도 목사의 음성 파일과 메시지를 SNS로 보내는 것으로 대체한다.

고형진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회로만 모이지 말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권유한다. 새로 등록하는 교인들의 90%가 초신자일 정도로 수평이동을 지양한다. 새신자들에 대한 교회 등록 강요도 전혀 없다. 7~8년 다니다가 뒤늦게 등록을 하는 이들도 많다.

강남동산교회는 지역의 독거노인 돕기, 김장 나누기, 도로변 가로수 꽃 심기 등 동사무소와 연계해 지역사회 돕기 프로그램을 여러 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지자체의 상도 여러 번 수상했을 정도다.

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냉장고 하나에서도 이웃을 위한 교회의 배려를 알 수 있다. 더운 여름 택배기사 혹은 지역 주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얼음물을 비치해둔 것.

고 목사는 "예수 믿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인이 모든 속박과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하심을 전하는 것"이라며, "교인들이 행복하고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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