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돌아 보는 사역도 교회의 몫

이웃을 돌아 보는 사역도 교회의 몫

[ 8월특집 ] 팬데믹 시대에 교회의 역할 2

김한호 목사
2021년 08월 17일(화) 18:32
우리가 사는 오늘 이 시대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소비하고 일하는 삶의 방식, 사회적 관계의 방식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삶의 행태가 바뀌게 되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공동체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야 할 인간이 하나님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변화의 폭과 크기, 범위와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대적 위기 속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예장통합 105회기 총회 주제 본문인 에스라의 '성전 앞 광장'을 재해석하여 점검하고자 한다.

'성전 앞 광장'은 누구나 함께 하여 기쁨을 누리는 모임의 장, 나눔의 장, 기쁨의 장이었다. 오늘날 교회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이 광장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광장의 역할은 좁은 광장과 넓은 광장으로 나눌 수 있다. 좁은 광장은 교회 내적 역할로, 개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교회 안의 사람들을 섬기고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예배와 심방, 중보와 교회 내의 구제 등을 포함한다. 코로나로 인해 형태와 방식은 변화를 겪을지라도 여전히 많은 교회는 이 좁은 광장을 회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좁은 광장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기 때문이다.

넓은 광장은 교회 외적 역할로, 교회 밖의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여기고 섬기고 돌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도, 선교, 교회 밖의 구제 등을 포함하는 대(對) 사회적 역할이다. 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우스갯소리 중 하나는 "힘든 시기일 때 제일 먼저 줄어드는 항목이 바로 선교와 구제"라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와 같은 때일수록 교회는 대 사회적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삶이 더 긴박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속에서 교회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팽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교회의 대 사회적 역할에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한 대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를 '찾아가는 섬김'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효과적인 방역이라는 이면에 기존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려움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 의료요양 종사자 등 큰 피해와 어려움을 받은 새로운 약자 그룹을 등장시켰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 가운데 약자를 찾아가셨다. 질병이나 죽음, 죄의 문제로 예수님 앞에 왔던 이들도 엄밀히 따지면 그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환경, 삶의 경계 속으로 찾아가신 것이다.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아 우리 또한 지금 시대에 섬김이 필요한 약자들을 찾아가서 섬기는 것이 한국교회에 요구되는 대 사회적 역할이다. 코로나 이전 점심 식사를 제공하던 교회가 도시락이나 밀 키트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것처럼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섬김의 울타리를 넓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기적인 돌봄과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의 한계 속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발견하고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의 기관들과 연계시키고, 돌보는 것 또한 교회에서 담당할 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우리 주위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이 정서적 소외가 되지 않도록 활발하게 소통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철저한 방역으로 안전을 기반하는 찾아가는 섬김은 교회 단독으로 행하는 것보다 다른 교회들과 연합하거나 지역사회의 복지기관들과 협력해서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찾아가는 섬김은 계층의 문제 뿐 아니라 지역적 문제와도 연결시켜야 한다. 도시 인구 집중 현상으로 인해 농촌의 인력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은 그마저 없던 인력마저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부족한 자리를 채우던 곳들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쉬는 일이 많아졌다. 이전에 농활이나 농어촌에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며 농촌교회와 함께 살아가며 섬기는 사역의 변화된 섬김이 필요하다. 가정 단위로 일정 기간 동안 여름 휴가를 농촌 교회로 가서 일손을 돕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일회성으로 많은 인원의 방문과 섬김의 성격이 아닌 소수의 인원으로 지속적인 교류, 그리고 판로까지 열어주는 것이다. 코로나가 안겨준 심각한 타격 중 하나는 지역사회 봉사자의 감소일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과 기관들 특히 결손가정, 한 부모가정,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등을 섬기는 곳들은 여전히 정기적인 봉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교회를 둘러싼 사회 곳곳에는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섬김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다. 단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복지 기관들에게 맡기고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넓은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는 다른 교회 혹은 사회 기관들과의 연합과 협업이 필요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거리를 두며 광장으로 모이기를 꺼린다. 이때 교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오히려 광장의 역할을 새롭고 안전하게 회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안전을 누리도록 돕는 것, 그것 넘어 이웃의 범위를 넓히고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기 위해 좁은 광장과 넓은 광장의 역할을 교회가 연대하여 감당할 때 여전히 어려움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견고하게 구현될 것이다.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 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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