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창조세계 쓰담쓰담, #플로깅

달리면서 창조세계 쓰담쓰담, #플로깅

[ 아름다운세상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07월 19일(월) 18:32
쌍샘자연교회.
인스타그램 #플로깅 검색 결과.
건강을 위해 뛰고, 환경을 위해 줍는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플로깅은 특히 환경 이슈에 예민하고 자기 관리에 열심인 젊은 층, 'MZ세대'에게 인기다. 퇴근 후나 주말, 환경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기려는 이들이 비닐봉지와 집게를 들고 삼삼오오 모인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러닝크루를 만들어 플로깅을 시작한다.

플로깅의 시작은 일반 조깅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해진 코스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조깅과 달리, 플로깅은 달리다가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선다. 쓰레기를 줍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깅과 하체운동 '스쿼트(Squat)'를 같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플로거들이 일반 러너보다 높은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알려졌다.

분리배출까지 마치면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플로깅은 일종의 환경운동 캠페인이기 때문이다. '핏셔너블'한 착장에 쓰레기봉투를 거머쥔 사진을 SNS에 공유한다. 사진에 '#플로깅'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의 참여를 독려한다. '#오하운(오늘하루운동)'의 친환경 버전으로 보이는 플로깅은 의미와 실속을 모두 챙긴, 의식 있는 캠페인이다.

플로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플로깅(plogging)은 이삭 등을 줍거나 모은다는 의미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플로깅은 우리말로 '줍깅' 혹은 '쓰담달리기'다.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한 국립국어원은 "쓰담은 '쓰레기 담기'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손으로 살살 쓰다듬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환경을 보듬는 느낌도 함께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산교회.
환경, 지역사회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를 보듬기 위해 플로깅을 시작한 교회들이 나오고 있다.

경건절제 및 환경주일을 맞아 충북노회 쌍샘자연교회(백영기 목사 시무)와 길벗교회(홍승표 목사 시무)는 지난 6월 6일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광장에서 플로깅을 하고, 기후 위기 관련 피켓을 들었다.

플로깅을 마친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도심 한복판 번화가 거리에서 생각보다 쓰레기, 특히 담배꽁초가 많이 나왔다"라며, "운동의 개념도 있지만 쓰레기를 줍는 것은 지역과 우리 삶의 자리를 섬기는 '봉사'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일이지만 혼자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교회 내 관심 있는 청년들과 일부 교인들이 플로깅할 수 있도록 교회가 지원해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길벗교회 홍승표 목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신음하고 아프고 병들어간다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창피하고 반성할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을 교회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 보자"라고 말했다.

서울서북노회 구산교회(조성광 목사 시무)는 사순절 1차 플로깅에 이어 지난 6월 26일 2차 플로깅을 진행했다. '세상에 생명을 주는 섬김이들'을 2021년 표어로 삼은 구산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길 방안을 찾다가 플로깅을 선택했다. 구산교회 조성광 목사는 "비록 쓰레기를 줍는 것이지만 그 공간이 숨 쉴 수 있게 된다"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호흡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손가락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자"라고 말했다.

플로깅은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비대면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서울YWCA(회장:이유림)는 유한킴벌리와 5월 24일부터 6월 16일까지 '신혼부부 쓰담걷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쓰담걷기 챌린지엔 총 7100명이 참여해 5억 2000만 보의 걸음 수를 달성했다.

서울YWCA는 "5억 2000만보의 거리는 자동차로 이용했을 때 온실가스 7만 2000톤을 감축한 효과"라며, "쓰담걷기에 참여하고 인증샷을 올린 부부들의 이름으로 유한킴벌리가 조성 중인 탄소중립의 숲, 용인 석포숲에 나무를 심겠다"라고 전했다.

기후와 환경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교회는 관심 있는 교인들과 주변을 청소하면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문제의식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공간을 정화시킨 경험을 통해 교인들은 환경 이슈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면 더욱 좋다. 쓰담 달리자. 마스크는 잊지 말고.


최샘찬 기자

구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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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샘자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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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교회.
서울YWCA 쓰담걷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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