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국가행사, 세계 자유진영에선 없는 일"

"주일 국가행사, 세계 자유진영에선 없는 일"

[ 아카이브 ] 아카이브를 통해 본 한국교회 현장4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07월 06일(화) 17:21
아카이브에서 '주일성수'에 대한 검색 결과
기독인들에게 주일은 하나님께 예배하는 날이다. 당연히 주일에 그들은 교회에서 예배하고 같은 교인들과 함께 친교를 나누며 경건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는 주일 예배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키라'는 십계명에 따라 주일성수(主日聖守)를 신앙인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생각면서 목숨과 같이 생각하도록 교육해 왔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주일에 교회에서 함께 드리는 대면 예배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반감이 컸으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일성수를 강조해 온 한국교회의 분위기는 한국기독공보 아카이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카이브(https://www.archives.or.kr/) 상세검색에서 '주일성수(주일 성수, 성수 주일)'로 검색하면 수백 건이 검색된다.

특히 아카이브 검색에서 과거순으로 보면 1948년 3월 17일자 기사 6꼭지가 동시에 뜬다. 사설을 포함해 굵직한 기사 모두가 '주일성수'에 대한 내용으로, 3월 2일 정부(공보부)가 발표한 총선거일 때문이다. 공보부가 발표한 선거일이 5월 9일이고 이 날이 주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주일에 실시하는 것은 부당하며, 주일성수를 해야 하는 기독교계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독교공보(한국기독공보 1948년 당시 제호)는 우선 사설에서 "이날이(五月九日) 主日(世稱 日曜日)이라 해서 우리 百萬 基督者는 遺憾을 늣기면서 一言의 訴를 不禁하는 바이다"라고 전제하고 "우리 基督者는 이날을 聖日로 해서 神의 創製以來 宗敎歷史를 通해서 하나님을 禮拜하는 外에 一般的인 性格의 ○○과 精神에 有念치 않는 바이니 머지않은 例로서 過去 日政下에 저들이 진즛 基督敎를 抑押하는 野道로 主日을 利用해서 虐政의 行事를 擧行함으로 이를 反抗하든 敎役者 靑年이 많은 犧牲을 입엇고 갓가운 實證으로 以北 共産政權이 昨十一月一日(主日)을 利用하야 選擧를 强要한바 一般信徒가 이에 反對함으로 投獄된 …"(1948년 3월 17일자 1면)면서 기독교가 어떤 고난 중에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 왔음을 설명했다.

또한 이기혁 목사(인천제일교회)가 '주일인 선거일 일자변경을 요함'(1948년 3월 17일자 1면)을 제목의 게재 원고에서 정해진 선거일이 주일임을 생각지 않고 다른 의미에서 선택한 날이라고 하더라도 선거일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으며, 그 이유를 3가지로 요약해서 제지하고 있다.

"1, 以南서 主日에 總選擧를 實施한다면 以北爲政者의게 敎會迫害하는 口實에 도움을 줄 것이오 또 以北敎徒들과 迫害當한 敎友들의 눈물을 더욱 쏘다지게 함이 된다. 2, 日政時代에 敎會를 없이 하려든 最大의 方策이 神社參拜를 强要하며 主日에 일하게 하는 것이였었다. 神社參拜問題는 解放後 自然 解消되였지만은 主日聖守問題는 아직도 우리 良心에 拘束을 받고 있다. 祖國의 完全自主獨立을 願하는 첫 選擧인 大典日을 何必 祈禱의 人, 눈물의 人들이 마음 앞어할 날로 實施할 것인가? 3, 李承晩博士와 朝委 메-논議長이 數十萬 民衆大會앞과 歷史的 大演說을 할 때마다 '하나님의 恩惠'란 말슴을 닛지 아니하심을 드를 ○마다 더욱 感激함을 禁할 수가 없든 것인데 몬저 하나님에게 全心全力을 다하야 敬拜드리는 날 國家의 大事를 擧行하야 하나님 敬拜하는 精神을 混亂케 하는 일은 拒絶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교계의 전체 의견을 담은 성명서도 이날 신문에 전문이 게재됐다. 朝鮮예수敎長老會 總會를 비롯해 각 교단(朝鮮基督敎監理會, 朝鮮基督敎聖潔敎會, 救世軍朝鮮本營)과 기독 단체(그리스도敎徒聯盟, 以北信徒聯合會, 基督敎會靑年全國聯合會, 基督靑年勉勵會 西北聯合會, 基督敎靑年會, 女子基督敎靑年會, 基督敎出版文化協會, 基督敎公報社, 基督敎新聞社)가 이름을 올린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今般 UN小總會에서 韓國의 自主獨立을 爲하여 總選擧를 可能한 地域에서 實施키로 함은 우리 基督敎人으로써 歡迎하는 바이나 其選擧日을 來五月九日 卽 主日날로 決定함에 對해서는 反對하지 않을 수 없다 以北 共産傀儡政權이 再昨 一九四六年十一月三日 主日날 選擧함으로 此를 强硬히 反對한 ○多한 基督敎人이 尙今도 鐵窓에서 呻吟하는 바이어늘 오는 南韓에서 擧族的으로 參加하여야 할 選擧日을 神聖한 主日날로 함은 우리 基督敎人으로써는 이 選擧에 參加못하게 되무로 斷○ 此를 排擊하며 日字變更하기를 要請함"(1948년 3월 17일자 1면) 이같은 주일 실시 선거에 대한 기독교계의 입장은 단호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 후에도 지역에서 주일에 실시하는 선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1953년 9월 21일자 1면에서도 이리시 의원 보궐선거가 주일에 시행되는 것에 대해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거부한다는 기사가 있으며, 1955년 5월 9일자 1면에는 서울특별시에서 시행되는 동회장 선거가 주일에 실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교계의 입장을 담아 보도했다.

1955년 5월 9일 발행된 신문 사설에서도 주일에 시행되는 선거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교회를 정치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분명코 바른 정치는 아니다. <중략> 교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교인들의 기도의 후원을 받을 수 없는 정치는 궤도를 잃은 정치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궤도를 잃은 정치가 파탄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으므로 애국심에서 당로자들에게 그 시정을 호소하는 바다."

기독교계는 주일에 실시하는 선거에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주일에 시행되는 상급학교 진학 입시 일정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1955년 3월 7일자 신문 1면 '주일 입시는 부당'이라는 3단 기사에서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주일을 끼고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공립학교에는 이날에 필기시험이나 신체검사를 할 경우 교인들의 자녀 중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공보는 1956년 3월 19일자 1면 '주일에 입학시험 실시 부당'이라는 기사에서 교계 단체와 교인들을 향해 주일에 시행되는 국가 일정에 반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따라 주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감을 표했다. "주일입학시험에 대한 교인에게 경고한 바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교인들의 관심이나 교회지도자들의 반응이 극히 적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인 것이다"며, 교회 연합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사에서 교계의 실천 과제로 "교회지도자는 문교당국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교회당국자는 교회학교시설의 완비 자격 있는 교사채용 등등을 고려하여 교인의 자제를 대량으로 포섭하여 만일 공립관립학교가 주일에 시험을 치루더라도 아무런 불편 공포 불만이 없도록 교인의 자제를 실력 있는 역군으로 양성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후에도 기독공보는 주일성수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주일에 시행되는 국가 행사에 대해서도 각을 세워 반대했다.

1960년 3월 14일자 1면에서는 보사부가 시행하는 의사국가시험이 주일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국가고시로 또 주일침범'이라는 제목으로 항의했다. 이날 기사는 "國家的으로는 公休日이요 信者에게 있어서는 主의 날인 主日의 侵犯은 기독신자뿐 外라 一般國民 全體에 對한 非禮이며 國民 基本 自由의 侵害인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都大體 主日에 國家行事나 學校招集等事는 지난 日政때나 共産國家에서 取하는 것으로 世界自由陣營地域에선 있지 않는 것이다."면서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66년 신문에는 주일성수에 대한 신앙 수기가 게재되기도 했다.

1977년에 들어 주일성수에 대한 논의가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음이 한국기독공보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주일성수 대책위원회까지 구성된 당시 사건은 정부가 전력수급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기업체의 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토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기독교계는 정부의 시책에 전면 대응하면서 휴무일을 주일로 환원할 것을 촉구했다. 구로지역교회연합회가 정부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한국기독공보는 보도하면서 그들의 주장문을 게재했다.

"1. 기독교인의 성수주일은 성서에 의거 범할 수 없는 기독교인의 신조이며 2. 일제탄압하에서도 성수주일했으며 3. 총화단결이 중요한 때에 성수주일하지 못함에서 오는 불만이 누적 저해요소가 될 우려가 있으며 4. 신앙종업원들은 어려운 여건중에도 소망을 가지고 봉사해 왔는데 신앙생활에 지장을 받음으로 해서 오는 정신적 타격으로 산업에도 도리어 지장이 초래될 것"(1977년 3월 19일자 1면)

한편 1993년 2월 27일자 7면에서는 독자광장 주제로 '주일성수'를 제시하고 기독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지면을 구성하기도 했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주일성수에 대한 기독교인의 당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지면이다.

한국기독공보는 처음부터 기독교의 성수주일에 대해 강조하며, 이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며 주일성수를 요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 90년대까지 주일에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내고, 입사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기독교인들을 무시한 채 학교나 성장을 목표로한 기업들은 기독교인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각종 자격증 시험 등이 주일에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음은 1993년 4월 24일자 한국기독공보 사설이다. 보다느슨해진 주일성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기독교 신자가 주일을 맞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을 거룩하게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때가 있다. 주일이 오면 기독교 신자들은 누구나 예배당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하고 휴식을 취하며 사는데, 이런 날에 정부, 기업, 학교 그리고 각 기관 등에서 대소간의 행사, 학교 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회사 집무 및 노동 각종 임용 및 자격시험 등의 여러가지 행사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요일 행사와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독교 신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갈등을 겪는 고통이 있다. 그러므로 일요일 행사를 시행하는 처사는 도의적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요일 행사는 반드시 중지되어야 한다."(1993년 4월 24일자 3면)

* 인용문 중 ○는 원본에 소실된 글자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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