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담은 '생명의 빵' … 지역에 선한 영향력

사랑 담은 '생명의 빵' … 지역에 선한 영향력

[ 아름다운세상 ] 포항 베들레헴교회, 매주 빵 1700개 생산해 독거노인과 자립대상교회 나눔
지역 주민 참여한 작은 교회의 사랑 실천, 수고 아닌 '축복'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5월 24일(월) 08:21
"목사님 이제 달인이 다 됐네요. 카스텔라에 달덩이가 떴어요.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시겠어요."(자원봉사자)

"정성껏 만든 빵 하나하나에 마을을 사랑하고, 어르신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듬뿍 담았어요."(베들레헴교회 성도)

"베들레헴 생명의 빵을 독거노인 어르신께 나누어 드렸더니 '정말 고맙다' 하셨어요. 베들레헴교회와 목사님께 감사드려요."(돌봄관리사)

포항 오천읍 베들레헴교회 카페에서 카스텔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니 사랑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신선한 달걀을 풀어 소금을 넣고 200도가 넘는 오븐을 조작하며 제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이 수고를 자처하는 우병인 목사는 부드럽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자 매주 목요일 아침 카페 문을 연다.

지난 13일 아침. 어김없이 교회 카페가 위치한 건물 몇 블록 전부터 구수한 빵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진동했다. 흰색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카페를 드나들며 분주히 움직였다. 시끌벅적,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해 완전히 무장했지만, 잔잔한 미소는 마스크 흰색 원단에 진하게 그려졌다.

그중에 제일, 메인 제빵사 베들레헴교회 우병인 목사의 선한 눈길은 쉴 틈이 없다. 어렵게 익힌 제빵 기술 덕인지 손놀림은 자유자재다. 숙달된 장인의 솜씨가 부럽지 않을 만큼 능숙했다. "아침 6시 50분에 교회 카페에 도착했어요. 7시에 본격적으로 빵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달걀을 푼 후 20분 정도 밀가루 반죽과 섞어 오븐기에 넣어요. 쉬지 않고 12시까지 30분마다 반복 작업을 계속합니다." 우 목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븐 알람이 울렸다. 한껏 부풀어 오른 카스텔라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성도들은 오븐에 들어갈 또 다른 반죽을 준비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식힌 빵을 잘라 준비된 비닐봉지에 정성스레 담는다. 개척교회 목회자와 성도, 마을 주민 봉사자들이 혼연일체가 된 이웃을 향한 섬김이 빛나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매주 목요일 반나절, 이곳에서 생산한 '생명의 빵'은 1700여 개에 이른다. 지역에 입소문이 나면서 두 달 전 생산했던 1500개 보다 200개가량이 증가했다. 생산된 빵 중 1000개는 오천읍자원봉사센터 봉사자와 돌봄관리사들이 독거노인 700여 가구를 직접 방문해 전달한다. 나머지 700개는 인근 지역에 위치한 자립대상 10개 교회에 전도용으로 공급된다.

우병인 목사는 "교회 앞 복개천 일대에서 한 사찰 스님이 오래전부터 취약계층과 어려움을 겪던 이웃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제공하던 무료급식이 중단됐다"며, "이를 대체한 '생명의 빵'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개척교회로서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역력했지만, 사랑 나눔에 동참하고자 맡겨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특히 교회 설립 당시의 목회 철학과 섬김 방향에 공감한 성도들은 적극적으로 헌신했고, 마을 봉사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는 지속되고 있다.

빵 생산 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경희 권사는 준비된 밀가루 반죽을 빵틀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목사님께서 베들레헴교회의 개척 방향을 복음 안에서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로 설정했고, 목사님이 앞장서주셔서 모두가 지금껏 그 일에 헌신하고 있다"며, "작은 교회가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섬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아직도 많은 분이 생명의 빵을 원하시지만 받지 못해 안타깝다. 더 많은 분들에게 빵을 나눌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의 빵 생산 참여를 돕고 있는 오천읍자원봉사센터 이상준 센터장은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베들레헴교회의 사랑 실천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베들레헴교회 같은 교회가 이 땅에서 존재해야 할 진짜 교회가 아니겠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오천읍자원봉사센터 회원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부족한 일손을 돕고 싶어 자원봉사자에 매주 참여하고 있다. 작은 교회가 마을과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 자체가 참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베들레헴교회에서 생산된 빵은 부드럽고 촉촉해 어르신들이 즐기기에 적당하다. 거칠지 않으면서 달곰하다. 무료로 제공되지만, 제일 맛있고 건강한 빵,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빵을 생산해 내겠다는 제빵사, 우병인 목사의 소신과 봉사자들의 사랑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의 빵'을 통해 지역 사회를 섬겨온 베들레헴교회는 그간의 섬김과 헌신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포항시로부터 표창패도 받았다. 특히 이날 빵 생산 시간에는 안승도 읍장(오천읍)이 방문해 우병인 목사와 성도, 자원봉사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안승도 읍장은 "베들레헴교회가 이웃 섬김을 적극 실천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며, "베들레헴교회를 통해서 오천읍이 더 살기 좋고 행복한 도시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감사와 칭찬에 "교회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 뿐"이라고 겸손의 마음을 전한 우병인 목사는 "지역 주민을 위한 교회의 사랑 실천은 수고가 아닌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면서 "앞으로도 주어진 여건과 상황 속에서 지역 주민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특별히 지역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까지 병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도, 마음도 두둑해지는 베들레헴교회의 '생명의 빵'. 지역의 어르신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되고, 지역 사회에는 선한 영향력을 끼쳐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알리는 변화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다. 교회 안의 섬김을 뛰어넘어 지역 주민 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더해진 교회의 귀한 사역을 통해 이 땅에서 더 큰 아름다운 열매가 맺히길 기대해 본다.



#우병인 목사 인터뷰

"2013년 개척한 포항남노회 베들레헴교회는 2019년 자립을 선언했고, 그해 11월 교회 카페 내 '생명의 빵 나눔센터'를 개소해 지역 주민을 위한 사랑 나눔을 확산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카페 형태의 교회로 설립된 베들레헴교회의 사역은 짧은 기간에 건강하게 성장했다. 카페는 지역의 쉼터, 목회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감당하며 교회 사역에 큰 역할을 감당했고, 이후 다양한 섬김 방안을 고민하던 중 제빵 사역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우병인 목사는 "지역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 제빵 기술을 배우려고 포항에서 제일 유명한 빵집의 사장님을 무작정 찾아 갔어요. 무모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도움을 받았고, 빵 만드는 기술을 익히게 됐다"며, 실패를 거듭한 끝에 '생명의 빵' 카스텔라가 완성됐다고 지나온 과정을 설명했다.

우 목사는 "제빵 기술을 배우고 첫 빵을 만들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매주 정성을 다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빵을 더 달라고 찾아오시기도 하셨다"며, "'다른 음식은 소화가 안 돼 못 먹는데 카스텔라는 부드러워 소화에 도움이 된다'며 어르신들이 감사해하실 때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고 전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 작은 개척교회이지만 힘 잃지 않고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을 직접 방문해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생명의 빵 나눔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우 목사는 "어려울 때일수록 내가 아닌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예수님이 가르쳐준 사랑이다. 한국교회와 크리스찬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나누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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