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청년의 죽음 통해 이어진 인연

케냐 청년의 죽음 통해 이어진 인연

[ 현장칼럼 ]

정경옥 목사
2021년 05월 04일(화) 11:37
신실한교회는 23년 전 필자가 농촌목회에 비전을 가지고 전남 화순에 가족과 함께 개척한 교회로, 지역 사회 복음화 사역, 문화 활동, 사회적 경제 살리기 운동, 해외선교사역 등에 힘쓰고 있다.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위의 사역을 잘 감당하기 위해 2012년 텃밭 가꾸기를 시작으로, 2014년 힐링알토스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신실한교회는 방학 때면 원어민을 초청해 어린이 영어캠프를 하는데 2013년 7월 여름성경학교를 하면서 영어캠프를 열었고, 월드베스트프랜드선교회 소개로 케냐 바링고 출신 청년 엘리아스가 영어캠프 강사로 초빙되어 봉사활동을 왔다. 엘리아스는 한국에 유학 와서 강원대학교에서 IT를 전공한 이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며, 본국에 돌아가 IT 발전에 기여할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신실한교회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곧바로 통영에서 가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바닷물에 들어갔는데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월드베스트선교회를 중심으로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그의 부모님들이 시신이라도 볼 수 있게 하여 부모님들을 위로해드리자는 취지로 고 엘리아스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케냐 바링고까지 비행기로 운구했고, 케냐 바링고 시장은 한국 사람들의 위로에 감명을 받아 시장 주관 하에 장례식을 치렀다. 월드베스트선교회는 고 엘리아스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케냐 바링고 카바넷에 엘리아스 IT센터를 지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월드베스트 선교단체가 세워진지가 얼마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과 여러 가지 여건상 IT센터를 신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사회에서는 교회건축과 인테리어 사업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적임자라며 이 일을 맡을 것을권유했다.

건축을 빨리 하고 돌아오기 위해 2013년 10월 컨테이너에 IT센터 100평을 건축할 수 있는 조립식 판넬과 부자재 및 컴퓨터를 선적해 보내고 한 달 후에 들어갔으나 케냐 세관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컨테이너를 예정된 날짜에 내어주지 않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불안해하는 나를 보고 현지에 있는 선교사는 "목사님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식으로 절대로 목사님이 생각하는 데로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케냐 사람들의 행정처리가 너무 더디고 자재도 목사님이 계실 때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선교사님의 말을 듣고 에벤에셀학교에 있는 교회에 들어가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는 말씀을 주시고 지혜를 주셨다. 나는 곧바로 내려가 그 다음 날 부터 매일 석공4~5명 과 20~30명의 현지 청년들을 동원해 터를 닦고 벽돌쌓기를 하여 40일만에 뼈대를 완성하게 됐다.

40일 동안 벽돌을 다 쌓을 때까지 자재가 도착하지 않았고, 신실한교회의 연말 마무리와 2014년 교회 신년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지붕은 마무리 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이듬해 월드베스트프랜드선교회에서는 LG에서 지원을 받아 컴퓨터 60대와 발전기 2대를 보내어 설치하게 됐고, 중고컴퓨터 430대를 보내 학교와 관공서에 보급하게 되어 케냐 바링고 시에서는 매년 한국에 날을 정하여 기념식을 갖게 됐다. 엘리아스IT센터 설립이 계기가 되어 2015년부터 케냐 바링고 커피가 공정무역을 통하여 한국에서 직접 수입해 가공·판매하게 됐다.

그래서 힐링알토스협동조합에서는 고 엘리아스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고 케냐 바링고지역 선교를 위하여 한국에서 케냐 바링고 커피 팔아주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 커피와 조합하여 브랜드하지 않고 케냐 바링고에서 생산되는 커피로만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최고급 커피가 2015년 7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되어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품질과 가격 모두 케냐 정부가 보증하는 국내 유일의 커피이다.

이 커피는 아프리카 케냐 바링고 지역의 빈곤을 퇴치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정경옥 목사 / 힐링알토스협동조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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