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기울어진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 현장칼럼 ]

김정태 공동대표
2021년 02월 25일(목) 11:08
#헬리콥터 맘?

'치맛바람', 1970년대 당시에도 그 뜻은 좋지 않았다. 자주 학교에 와서 어머니회 임원은 물론 반 아이의 학급과 선생님들의 소소한 일까지 챙겨주며 오직 내 아이를 위해 학교 안 영향력을 행사하던 엄마들을 향해 치맛바람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은 일부였고 당시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느긋하게 돌봤다.

오늘날 부모들은 그때와 다르다. 1970년대 우리 부모들이 한 것처럼 아이들을 허용적으로 대하고 특히 공부에 있어서 방임하다시피 하는 부모는 무책임하다 비난받을 정도다. 학원 등록, 숙제 검사, 독서 및 같이 노는 친구 관계까지 엄마들이 책임지고 관리한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의 출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다. 일명 '헬리콥터 맘'!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심을 쏟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당연하고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그 역할이 지나쳐서 극성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의 부모들이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다수가 되었다. 마치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머리 위를 맴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헬리콥터 맘이다. 최근에 이들은 대학생 자녀의 성적이 이상하다며 대학측에 문제제기를 한다. 어쩌다 우리 주변에 이런 유형의 엄마가 많아지게 된 것일까?

#기울어진 교육

'기울어진 교육'을 쓴 저자는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전혀 다른 시절을 보내고 있다며 특히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지금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기 세대들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아이의 일상에 개입하고 간섭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부모의 개입이 심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 증가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소득 불평등이 큰 사회일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권위적이 되며 교육에 투자를 하면 할수록 그로 인한 결과의 차이가 커지는 현실이 부모들로 하여금 개입의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권위적인 부모의 양육 아래에서 교육 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고 그렇게 자신들을 닮은 자녀들을 낳고 키워 부와 지식의 계층이 대물림 되는 사회를 은연중에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는 망한다

우리나라가 왕조였던 시절, 출생 때 자신의 운명은 결정된 세상이었기에 더 나은 신분을 얻기 위한 노력은 의미 없었다. 이미 주어진 신분 아래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을 생각하는 세상이었다. 비록 자신의 신분이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주어진 것이기에 스스로를 비관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자기 탓이 아니니까.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런 신분제 사회의 모순이 쌓이고 쌓여서 서구에서는 근대혁명이 일어났고, 조선왕조가 일제에 패망한 이후 광복할 때도 복귀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민주사회가 되어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더 나은 삶과 부를 얻을 수 있는 공평한 출발선을 갖게 되었고, 70년이 지났다. 이제는 비슷한 출발선에 섰던 부모들과 그 자식들이 과거의 신분과 다른 것, 지식과 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권위적인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니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세상은 사실상 신분이 있는 사회로, 분리되고 계층화 되는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집과 주거지는 부의 유무에 따라 분리계층화된 사회로 변했다.

#더 큰 부모가 필요하다

구한말,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조선 백성들은 기독교에서 희망을 보았다.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신분 차별을 두지 않는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출현은 망한 조선의 정신이었던 유교를 대체할 수 있는 더 큰 가르침이었다. 광복 후 제헌국회가 성립되었을 때 대통령과 국회의원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었던 것은 그런 시대적 열망의 표현이었다.

이제 지금의 기독교인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새로운 신분제 사회, 계층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부와 지식이 부족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누진세 등 사회복지 제도가 보완할 수 없는 교육 사각지대가 커질 것이다. 여기에 기독교인이, 교회가 막아서야 할 것이다. 내 아이에게만 가진 것을 아낌없이 물려주려는 세상에서 내 아이를 초월하여 우리의 아이, 우리의 자녀들로 품고 내게 주신 것을 거저 나누려는 움직임을 이 시대가 요청하고 있다.

김정태 공동대표/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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