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

[ 현장칼럼 ]

김철호 목사
2020년 12월 30일(수) 13:00
필자가 상담활동을 하고 있는 '민생네트워크새벽'에는 최근 3~4년 사이 금융투자 피해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50대 주부는 인터넷에서 주식투자 동영상을 보고 나서 '내가 인생을 헛살았구나'라고 후회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평생 모아놓은 생활 예비자금 5000만 원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몽땅 잃고 말았다. 그 후로 그녀는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온갖 금융파생상품과 가상화폐 투자에 몰두하며 빚을 내기도 하고, 지인들을 가상화폐 투자에 끌어들였다. 그러다가 끝내 일억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이 필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개인파산 면책상담'을 하면서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의 실체와 폐해'를 이해하게 되었고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지배체제'일까? 21세기 초국적 금융자본들이 지구촌을 투기판으로 만들었고, 지구촌 소시민들조차 이자와 이윤 등 불로소득 욕망 부추기기에 놀아나고 있으며, 그런 지구촌 상황을 밑바탕으로 독점금융자본 권력이 지구촌 소시민들의 생활경제를 속속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에 꼭 맞아 떨어지는 실체적 증거가 있다. 2018년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이 1898.5조원이다. 이 가운데 2000만 명이 넘는 임금노동자들의 총 노동소득은 743.9조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총소득 가운데 노동소득이 40% 정도이고 나머지 60%는 '이자와 이윤' 등 불로소득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경제 공동체 안에서 '분배의 정의와 평등을 가늠하는 노동소득'은 쥐꼬리만 하고, 온갖 '불평등의 표상으로써 불로소득'은 대박이다.

이렇듯이 '이자와 이윤 등 불로소득'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국민 순자산도 어마어마하다. 정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국민 순자산이 1경 6621.5조원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가격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실제가격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 순자산에서 '가계와 가계를 돕는 비영리단체'의 순자산만 떼어내면 9307조원인데, 우리나라 총가구수 이천 십이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억 6268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자산 몫은 어디에 가 있을까?

이제,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금융과 부동산대박 등 불로소득 욕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실제로 2018년 말 우리나라 결산법인 주주 수가 561만 명이고, 직접 금융투자자 수는 6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동학개미, 같이투자 등 주식투자열풍'이 몰아쳤고, 직접 금융투자자 수가 600만 명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참여자들 가운데 98%는 개미투자자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21세기 시대상황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2003년 '방카슈랑스'도입을 통하여 금융칸막이를 제거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공공성이 깡그리 사라졌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온갖 불완전판매 수수료 영업에 몰두해 왔다. 금융파생상품 'DLS 또는 DLF' 불완전판매, 사모펀드 '라임 또는 옵티머스' 불완전판매 등 우리나라 은행들은 끊임없이 불완전판매 폐해를 일으켜왔다. 불완전판매 금융상품일수록 판매수수료가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DLS와 DLF'에 대한 은행 판매수수료는 1.4%였고, 증권사의 발행수수료는 1.7%에 이르렀다. 'DLS와 DLF 금융파생상품 설계도'는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로부터 흘러나온 것이고, 당연히 모든 이익은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이 몰수해갔다. 우리나라 은행들과 증권사들은 판매와 발행수수료에 눈이 멀어 고객들의 노후자금을 거덜 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그러므로 이제, 필자는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 안에서 생활경제를 꾸려갈 수밖에 없는 신앙인들과 소시민들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이자와 이윤 등 불로소득을 의심하라. 온갖 금융투자, 부동산투자 욕망에 대해 질문하라. 자기 생활경제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와 깜냥을 살피고 생각하며 헤아려라. 무엇보다, 21세기 우리 생활경제 안에서 '내 탓이오'라는 집단회개 운동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라.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지배체제가 꾸며내는 '소시민들의 생활경제에 대한 지배음모와 술수'는 서투름이 없다. 1998년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이겼다'라는 '국민신화 창조'를 위해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을 몰아쳤던 것처럼.

김철호 목사/마당교회·민생네트워크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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