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 '다 품고'함께 걷는 길동무"

"가난한 이웃 '다 품고'함께 걷는 길동무"

[ 아름다운세상 ] 'YD러브브릿지 충신다-품'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12월 05일(토) 08:01
좁고 가파른 오르막 계닥을 오르고 또 오르다가 만난 작은 쪽문을 열었다.
안그래도 '수능 한파'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씨였는데 문을 열자마자 밖의 기온보다 더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치매를 앓고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가 '난방비'를 아낀다며 집안의 모든 전열기를 꺼버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아끼지 말고 쓰셔. 감기 걸려요. 따뜻하게 지내셔도 돼."
봉사자들은 담요를 둘러 싸매고 있는 할아버지의 담요를 한번 더 힘차게 여미고는 '도시락 주머니'를 내려둔다.

다음 집은 '100살 할머니' 댁이다. "아이고 아이고 추운데 미안해서 어떻게. 고마워요 고마워".
아직도 너무 정정하셔서 '다행'인 할머니는 '도시락 주머니'를 받아들더니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만다. 아들 며느리가 두고 간 손자 2명을 키우느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는 100살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손주들에게 먹일 '한 끼' 식사에 마음을 쓸어내리신다.

누군가에는 일상적인 '한 끼'의 식사가 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벤트이자 간절한 첫 '한 끼'가 될지도 모르는 가슴아픈 현실은 '논픽션'이다.
지난 3일, 'YD러브브릿지 충신다-품'(이하 충신다품)에서 진행하는 '소담(소망을 담은)도시락' 배달에 따라 나섰다. '한 끼' 식사를 기다리는 우리네 이웃들의 삶은 고단했다. 고시원, 쪽방촌, 여인숙의 장기투숙자,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등…. 열심히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삶의 '곡기'를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은 '우리 마을' 속에 여전히 존재했다.

'충신다품'은 혜화, 이화, 종로, 창신, 숭신동 지역의 소외계층 100가구에 도시락을 나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앞에서 단 한차례도 나눔을 거르지 않았다. 자칫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공무원, 수급자 중 한명이라도 감염되면 즉각 중단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도시락이 아니면 한끼도 챙기지 못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YD러브브릿지 충신다-품'은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시무) 산하 연동복지재단(사무국장: 배영근) 에서 운영하는 단체로 지역교회가 마을 속으로 직접 들어가 어려운 이웃을 '다 품'겠다는 사명으로 출발했다. '충신다품'이라는 공식명칭으로 사역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지만 배영근 사무국장이 종로 5,6가의 소외계층 가정을 8년 동안 매일 방문하며 상황을 파악했고, '돌봄' 사역을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벽을 쳤던 이웃들도 그의 '출근도장' 앞에서 어느샌가 "이빨이 빠졌어요"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요" "넘어졌어요" "전화를 안받아요" … 크고 작은 민원들을 쏟아냈고, 배 사무국장은 또 언제나처럼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소문은 소문을 타고 혜화 이화 종로 창신 숭인동으로 퍼져갔고,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더 많은 이웃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맞게된 복지재단은 창신동에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YD러브브릿지 충신다-품'이라고 지었다.

이 밖에도 충신다품은 지역의 80%가 다문화 한부모 가정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대학생과 연대해 멘토링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의 숙제검토 등 학습을 체크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특별활동을 진행한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양육자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장학사업, 카페운영, 찾아가는 골목밥상, 틀니지원, 마스크나눔 등 다양한 사역을 실천하면서도 충신다품은 새해 '빨래방'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락을 나누다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났다"는 안윤성 장로(복지재단 서기이사)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이불이나 옷에 냄새가 나도 세탁을 할 형편이 안된다"면서 "코로나19로 청결이 더 중요한데 이분들의 생활이 너무 열악한 것 같아 빨래방을 만들어 이 지역의 옷과 이불을 빨아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빨래방 사역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일거리 창출로 이어갈 계획이다. "수중에 만원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배 사무국장은 "우선 10가정을 선정해 어린이집에 매월 5만원 씩 지원하고 있고, 재정에 따라 중학생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신다품은 어려운 이웃들이 천국에 갈 때까지 평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교회가 있으니까, 충신다품이 있으니까". 소외된 이웃들의 '길동무'가 되기로 작정한 '충신다품'은 오늘도 연약한 이웃들을 '다 품'으려고 두 팔을 벌린다. '교회가 있는 곳마다 '충신다품'의 마음이 있다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아름답겠지' 하는 생각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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