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일을

이 어려운 일을

[ 현장칼럼 ]

최대석 목사
2020년 12월 04일(금) 09:35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인한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그 여파가 교회에도 미쳤다. 특히 중년층 가장이 실직하면서 여성들도 벌이에 나서야 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맞벌이하는 가정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여 생활협동조합을 조직하였다.

그런 연유로 인하여 2014년 중반부터 총회 사회봉사부가 주관하는 온생명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창립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달 한 번씩 모여 세미나를 하면서 교육을 받는 중에 한번은 한살림 실무자가 강사로 와서 매우 충격적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강의 마무리 부분에서 "이 어려운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준비하는 이들을 아주 의기소침하게 하는 말이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었는데 과연 그의 지적대로 창립부터 쉽지 않았다. 창립하려면, 최소 300명의 조합원이 있어야 하는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교회를 대상으로 한 조합원 모집이 쉽지 않았다. 여러 교회를 방문하여 겨우 숫자를 맞춰 창립은 했지만, 운영은 창립보다 훨씬 어려웠다. 출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사무실 하나 얻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실무자도 일이 익숙지가 않아서 중간에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다. 외적인 조건으로만 보면, 채 2년도 넘기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는 도중에 여러 번 발을 빼고 싶은 유혹을 받았다. 그렇지만, 시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니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는냐는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다.

일산에 교회를 개척해서 17년째 사역하고 있는데 개척할 때 가까운 목사님 한 분이 개척을 극구 만류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개척경험을 말하면서 가능하면 기성교회로 가서 목회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힘든 개척을 해서 지금까지 목회를 하고 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새벽기도를 인도하러 나갈 때 청소차와 맞닥뜨리게 된다. 무거운 종량제 봉투를 들어 올려 차에 싣는 미화원 아저씨들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금하지 못한다. 힘들고 어렵다고 쓰레기 치우는 일을 모두가 마다한다면, 세상은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찰 것이다.

'이 어려운 일'이지만, 묵묵히 감당하는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외진 곳에 개척해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몇 분만 출석하는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왜 부흥되지 않을 곳에 개척했느냐고 묻자 목사님은 "여기에 사는 분들도 다닐 교회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장애인들이 기성 교회를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겠느냐?"고 하셔서 말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이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대석 목사/일산소망교회·온생명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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