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함께

따로, 또 함께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06월 24일(수) 00:00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체는 신비하고 오묘하다. 하나님의 섭리가 가득한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고 있다.

가장 가는 모세혈관은 직경이 7~8㎛로 머리카락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적혈구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굵기라 혈액의 속도가 느려져서 산소와 양분의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덕분에 적혈구는 좋은 것은 건네주고 쓰레기를 받아서 돌아오는 섬김을 실천한다.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눈동자의 모세혈관이 망가지면 녹내장이 되고, 뇌의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8%나 높아진다. 하나님은 하늘을 나는 참새도 세신다지 않는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도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백혈구가 세균이나 독소를 다루는 방식도 독특하다. 스스로 몸으로 감싸서 침입자를 무력화시킨다. 왜장을 끌어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논개처럼 자신을 던져서 온몸을 살린다. 몸 속 혈관을 이으면 길이가 12만 km나 된다. 지구 둘레를 세 번 감을 수 있다. 그렇게 긴 혈관 속을 혈액이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6초. 믿을 수 없이 조직적인 움직임이다. 거미줄 같은 대도시 지하철망과 비교가 불가능한 치밀한 조직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윌리엄 프라이 교수는 박장대소할 때 온 몸의 650개 근육 중에 231개가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한바탕 웃는 것은 5분 동안 에어로빅 하는 것과 운동량이 같다고 한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려면 10개의 안면근육을 움직여야 하고, 보조개를 만드는 미소근육인 '리조리우스'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우리 속담 그대로, '웃으면 복이 온다.'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날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시며 미소 짓는 하나님을 연상하게 된다.

뼈는 근육 없이는 일어설 수 없고, 근육이 힘을 쓰려면 뼈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뇌를 단단하게 보호하는 두개골에도 알맞은 곳에 구멍이 있어서 동맥과 신경을 이어준다. 똑똑한 대뇌도 길들일 수 있는 장기에 불과하다. 크게 웃는 순간에 대뇌에서 각종 뇌전파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이 쏟아져 나온다. 잘난 체 말고 겸손하게 순종해야 한다.

인간은 오감 중에 시각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평상시 7할 이상의 감각신호를 눈을 통해서 받아들인다. 덕분에 눈의 근육은 하루에 약 100,000번 가량 움직인다. 만일 다리가 이 정도의 운동을 한다면 80km 이상을 걷게 된다. 눈의 근육을 쉬지 않고 움직여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드신 덕분에 현대사회가 그나마 안전하다.

치아는 신비로운 과정을 거쳐서 자란다. 첫 이빨은 아기가 출생한 뒤 6개월쯤 지나야 나오지만, 이빨은 일찍부터 태아의 몸에서 자라난다. 키와 몸무게가 2cm와 4g에 불과한 7주차 태아 때 이빨의 싹이 자리잡고, 몸무게 10g도 채 되지 않는 10주차 태아 때 젖니의 사기질과 영구치의 치아싹이 형성된다.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리될 수 있을까.

치아는 앞니와 송곳니, 크고 작은 어금니가 위아래 양 옆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음식물을 잘게 쪼개고 갈아낸다. 단단한 사기질 속에는 신경과 혈관이 흐른다. 각각 떨어진 이빨은 단단하게 뼈에 고정되어 있어도 미세하게 움직이며 균형을 유지한다. 이빨이 마주치는 충격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이빨을 지지하는 뼈는 충격완화를 위한 특수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정교한 틀니라도 하나로 붙여 있으면 분리된 장점이 상쇄되어 씹는 기능도 떨어지고, 혀에서 느끼는 음식의 맛까지 달라진다. 함께 협동하나 각각 분리되어 일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우리 교단의 9,200여 교회도 각각 분리되어 있으나 한 몸처럼 협동한다. 노회를 통해 교회가 서로 연락하고, 지역에서 의지하며 협력한다. 서로에게 배우고 소통하며, 연합기관을 통해서 세계교회의 조류를 읽고 다른 교단과 교류한다. 신학연구에서 협동의 설계도를 얻고, 목회지원을 통하여 혈맥이 흐르게 한다. 코로나19로 맞이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거버넌스의 필요를 짚어보며, 언택트 시대의 소통방식도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성령 안에서 하나 되는 예배공동체 구현이 함께 가야할 시대의 지표임은 분명하다. 교회가 각각 따로 있으나, 함께 나아가는 교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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