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옆 선풍기

강단 옆 선풍기

[ 목양칼럼 ]

이상훈 목사
2020년 06월 19일(금) 00:00
요즘 날이 많이 더워졌다. 강단 옆에 있는 한 평 정도 되는 목양실에 에어컨을 따로 달수는 없고 선풍기를 하나 틀고 여름을 난다. 얼마 전부터 날이 더워졌길래 창고에 두었던 선풍기를 꺼냈는데 날개가 부러져 있었다. 날개만 사려고 했는데 파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고장이 나서 한쪽에 버려둔 선풍기가 생각이 났다. 창고를 뒤져 찾아보니 다행히 날개는 멀쩡해서 그 날개를 떼어 와서 달았더니 이번에는 드르륵 드르륵 거슬리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제 부품이 아니어서 나는 소리였다. 그래서 나사못으로 꽉 조이고 날개가 선풍기 살에 닿지 않도록 만져주니 이제는 거슬리는 소리도 없이 아주 잘 돌아간다. 멀쩡한 선풍기 하나 득템했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교회구나!'

우리가 쓰는 물건의 대부분은 고쳐 쓸 수 있다. 부서진 것끼리 부품을 모아서 새것처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리나 재활용이 아니라 버리는데 익숙해졌다. 오래됐다고 버리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고, 성능이 시원찮다고 버리고, 새 것을 사고 싶다고 그냥 버린다. 고쳐 쓸 수 있고 다시 쓸 수 있는데 버려지는 것들이 참 많다. 그렇게 물건을 쉽게 버리다보니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관계는 깨버리고 그리고 실수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세상도 교회도 망가진 부속품을 버리듯이 사람을 내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함부로 버려져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장 난 선풍기에서 날개를 떼어내고 날개가 깨진 선풍기에 다시 달아줬더니 훌륭한 선풍기가 된 것처럼 각자 모자란 구석이 있고 그리고 부족한 구석이 있어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 우리는 다시 힘차게 돌 수 있다. 때로는 드르륵 드르륵 거슬리기도 하고 조여주기도 해야 하지만 그게 어딘가? 버려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복음에는 불완전한 사람을 온전케 하는 능력이 있다. 불완전하고 모자란 사람들이라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나니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훌륭한 동역자가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복음의 능력이고, 이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는 곳에 하나님의 나라 곧 교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고장 난 선풍기처럼 바람 한 점 불어내지 못하던 나였지만 사랑하는 성도들과 함께 있으니 함께 힘을 모아 성령의 바람을 불어내는 복음의 선풍기가 되었다. 태풍이 아닌 미풍이지만 무더위 속에서는 바람 한 점이라도 시원한 법이 아니겠는가? 찬바람 뿜어내는 최신 에어컨은 아니지만 우리 참교회 가족들과 함께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꼭 필요한 바람 한 점 불어내는 복음의 선풍기로 살아가리라 소망한다.

지금도 내 곁에는 그 선풍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훈 목사/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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