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 고민을 함께한 내 인생 3가지 책

'교회론' 고민을 함께한 내 인생 3가지 책

[ 나의서재 ]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9년 06월 19일(수) 10:00
"독서는 자발적 학생이 되는 일입니다.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 만나고 싶은 교수(저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독서는 참 기쁨이 있는 활동입니다."

평양노회 성암교회에서 17년째 시무 중인 조주희 목사의 책장에는 목회 및 신학 관련 서적 외에도 경제학 금융 역사 철학 등 인문 교양 서적이 쌓여있다. "하나님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세상과 담 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는 조 목사의 말에서 폭 넓게 독서하려는 이유가 짐작된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 지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지성은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세상 읽기'"라며, 독서를 목회의 중요한 분야로 여겨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온 조 목사는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세상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사회를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조 목사는 목회학 박사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본인의 '교회론'에 영향을 준 책 3권을 소개했다.



# 교회사회봉사 이해와 실천(박종삼 / 인간과복지)

풀러신학교에서 수학한 조주희 목사는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교회의 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 제하의 논문을 쓰며 이 책을 만났다. 조 목사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책'이라고 소개하며 이 책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회가 만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게 됐고 목회 관점이 새롭게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회의 사회 봉사에 대해 그는 "과거 사회 봉사를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 아닌 구원을 전하기 위한 도구로 여긴 경향이 있었는데, 사회 봉사는 예수님의 명령이고 교회 사역의 본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과거 한국교회가 상당한 봉사를 해왔음에도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시혜적인 성격이 있었고 사회 일반에 비해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사회봉사 방안으로 그는 "교회가 하고 싶어서 하는 사역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과 욕구를 잘 살펴보고 사회복지계의 객관적 기준으로 표준 이상을 채워나갈 때, 사회는 교회의 '진정성'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교회가 지역사회와 만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그는 △올바른 교회론적 관점 △일반 사회복지 관점에서 가치와 의미의 이해 △지역사회와 소통능력을 꼽았다.

조주희 목사는 지난 12일 법인신고를 하는 은평사회복지협의회의 이사로 참여하며, 은평구에서 사회복지 심의를 관장하는 2개의 심의체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조 목사는 지역사회 목회자들과 인문학을 통해 매달 소통하고, (사)더불어배움과 관련해 교육 전문가, 교육청, 지자체와도 꾸준한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The Forgotten Ways(잃어버린 길) (Alan hirsch(앨런 허쉬) / Baker Pub Group)

"과거 전통적인 교회론이 이 시대에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모습을 견고하게 서있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 조주희 목사는 이 책을 본인에게 '교회론의 수정'을 일으킨 결정적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의 핵심 내용으로 "영적인 거룩과 세속을 구분 짓는 이중적인 영성에서, 세상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자리를 교회가 인정해야 한다"며, "교회를 통해 세상에서 역사하고 움직이시는 하나님이 나타나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목사는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4명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기독교인 2명은 안전했고 비기독교인 2명이 다쳤다. 이 상황에서 크리스찬은 자연스럽게 '다치지 않게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이 기도를 들은 비기독교인은 '하나님은 자신을 믿는 사람만 보호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인이 '저희는 다치지 않았지만 2명이 다쳐서 기쁘지 않고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기도한다면, 비기독교인은 '저들이 믿는 하나님은 우리도 사랑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교회론과 앨런 허쉬가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회론의 차이다."

조 목사는 이 책을 통해 고민해온 세상을 바라보는 교회의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과 교회가 만나는 자리만 거룩하고, 교회가 세상과 만나는 자리는 세속적인 자리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지 않다. 세상을 구원이 없는, 하나님의 섭리가 일어나지 않는 공간으로 치부해버리면 복음을 힘있게 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며, "세상의 빛이고 소금인 교회는 아프고 시린 자리를 찾아내 세워주고 위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장에 선 기독교(미로슬라브 볼프 / IVP)

"하나님의 소리를 들으려면 세상 소리도 잘 들어야 한다"며 조 목사는 다음 책을 소개했다. 조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는 교회의 존재 이유가 세상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체성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회와 세상 사이 경계는 필요하지만, 이 경계선에 투과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기독교의 존재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높은 담을 쌓고 투과성 없이 우리만 존재하겠다거나, 우리와 관계하고 싶으면 담을 넘어오라는 태도의 교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 것"이라며, "투과성이 있어 교회 밖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오고, 교회 이야기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설교가 교회 안에서만 타당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의 이야기와 가치들을 세상 사람들이 듣고, '우리도 저런 가치를 받아들이는 게 유익한 일'이라고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 조 목사의 설명이다.



세 권의 책을 소개한 조주희 목사는 "과거 성공적인 흐름을 만들어온 한국교회는 내부 자원도 충분해 세상과 관계할 필요 없이 지속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교회는 완전히 고립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교회가 변화돼야 할 지점에 있고, 이러한 책들이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목사는 후배 목사에게 "쉬운 책은 덮어 놓고 서재에 꽂아놓지 말고 빼내라. 한장 한장 넘기기 어려운 책들과 씨름해야 우리 사고가 새롭게 변화한다"며, "한 손에 고전, 한 손엔 시대성을 가진 책들을 들자. 지금은 가르칠 때가 아니라 배울 때"라고 격려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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