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의 교육과 문화를 책임지는 교회들

섬 주민의 교육과 문화를 책임지는 교회들

[ 아름다운세상 ] 도초도의 이곡교회와 대횡간도의 횡간도교회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9년 03월 13일(수) 13:25
육지로부터 떨어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그 섬 안에는 교회와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서지역의 지리적 환경 속에선 교육과 문화 생활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마을의 필요를 채워가고 있는 것.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에 위치한 이곡교회는 도초노인대학을 운영하며 배움에 갈급한 어르신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일을 감당했다. 최근 3년간 공부해온 70~80대 할머니 10명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는 감격을 누렸다.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지 않으면 할 수 없던 일을 교회가 나서서 도운 것.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 대횡간도에 위치한 횡간도교회는 마을을 위한 카페를 운영해오던 중 최근 전시회를 열어 섬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게 했다.

이곡교회와 횡간도교회의 아름다운 사역이 도시 교회의 사역들과 비교해볼 때 그 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섬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신안군 안에서 자체 학력 인증 기관은 처음이고, 횡간도에 카페와 빵집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마을 주민들은 섬 안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교회를 통해서만 받고 있었다.

#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할머니들

6년째 도초노인대학(학장:장하민)을 운영하고 있는 이곡교회는 지난 2월 22일 전라남도 교육청 문해교육 학력인정 도초노인대학 졸업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70~80대 연령의 어르신 10명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지난 3년 동안 이곡교회 담임 장하민 목사 부부와 함께 3년 동안 일주일에 3일, 하루 2시간씩 꾸준히 공부한 결과다.

졸업장을 손에 쥔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젊은 시절 배우지 못해 갖고 있었던 열등감과 학구열이 한 순간에 해소되는 듯 했다. 과거 섬에선 여성들이 쉽게 교육받을 수 없었고, 뒤늦게나마 고령의 어르신들이 학업을 위해 1~2시간 배를 타고 매주 도시로 나가 공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교육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초등학교 졸업장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신안군 안에서 자체 학력인증과 졸업식은 처음 있는 일이다. 원래 목포까지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고 장하민 목사는 말을 꺼냈다. 사실 도초노인대학이 자체 학력 인증 과정을 개설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장 목사 부부는 전라남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교원연수를 받았고, 섬 안에서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교육감을 만나 설득했다.

이처럼 이곡교회가 어렵사리 도초노인대학을 통해 교육 사역을 펼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섬에 사는 마을 주민들이 교육을 받고는 싶지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장 목사는 "섬에 있는 어르신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은 것을 많이 봤다"며, "지금도 노인대학에 한글을 배우기 위해 60여 명의 어르신들이 매주 모인다"고 말했다.

작은 섬, 도초도 안에 어르신들을 위한 정식 초등학교 교육 기관이 새로 들어온 셈이지만 이곡교회의 교육 사역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신안군과 고구려대학교가 MOU를 맺고, 도초노인대학에 사회복지학과 정규 2년제 과정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도초도에 대학 교수도 들어오고, 석·박사 과정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장 목사도 겸임교수로 2~3과목을 강의할 계획이다.

장하민 목사는 "섬에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이 분들을 교회로 나오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도의 한 방법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다음 해에는 중학교 학력 인증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 욕심은, 섬에 사는 우리 어르신들이 육지까지 나가지 않아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불편하지 않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평생교육관 건물 설립에 대한 꿈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횡간도에 하나뿐인 베이커리 카페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는 여수시 남면 대횡간도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의 이름은 '하늘 사닥다리'. 카페와 빵집 하나 없는 섬 안에 여수노회 횡간도교회(이기정 목사 시무)가 마을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하늘 사닥다리'를 열고 2년째 운영중이다.

'하늘 사닥다리'의 운영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이기정 목사와 성도들이 정성스레 만든 커피와 빵을 판매할 때 돈을 받지 않는다. 일체 후원금을 받지 않기 위해 헌금함이나 모금함도 없다. 마을주민들이 커피와 빵을 받으면서 내는 것은 교회가 발행한 '횡간도 화폐'다. 횡간도교회가 성도들과 마을주민들에게 선물하라고 나누어준 '횡간도 화폐'를 통해서만 빵과 커피를 구매할 수 있다. '횡화'라고 불리는 이 돈은 오직 횡간도교회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고 섬기는 '하늘 사닥다리' 카페에서 지난 2월 '찾아가는 미술관·일상속에 미술관'이란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횡간도교회는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보다 할머니 한 분을 앉혀 놓고 연주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는 한 첼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마을 주민들을 초청했다.

작은 섬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기정 목사는 순천 지역 작가 10명에게 그림 28점을 직접 받아 차에 싣고 육로로 이동한 후, 배에서 다시 옮겨 섬까지 들여왔다. 이기정 목사는 "도서지역 분들은 문화에 소외된 분들이 많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사는 삶에만 집중해 왔다"며, "마을 분들이 미술을 접한 기회는 학교 미술시간 정도이며 '미술관'이나 '전시관' 등의 단어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문화와 멀리 떨어져 있다"며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전시회에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찾아왔다. 지난 설 명절에 고향을 찾은 자녀들도 부모와 함께 방문해 "우리 고향에 이런 것도 있다니…"라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섬 여행가들이 횡간도를 방문해 전시회를 보고 "20여 년 동안 다녔는데 이런 것은 처음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기정 목사는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과 정신의 문화 속에서 사는 존재"라며, "일생에 한번도 그림을 본 적 없는 촌부라도, 연주를 들어보지 못한 시골 할머니라도 음악과 미술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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