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대학, 천국으로 전달한 학위들

기독대학, 천국으로 전달한 학위들

한남대·숭실대, 안타깝게 떠난 고인들에게 학위 수여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9년 02월 21일(목) 17:37
이덕훈 총장으로부터 남편의 박사학위기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새드 이비둔 씨.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교의 학위수여식과 함께 총회 유관대학교의 학위수여식도 진행됐다. 올해 학위수여식에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들이 있어 주목받았다. 총회유관대학인 한남대학교는 학업을 마쳤지만 사망해 학위수여식에 참여하지 못한 나이지리아 학우의 가족들에게 박사학위기를 대신 전달했다. 숭실대학교는 민주화 운동 중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동문들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 한남대, 나이지리아 학우의 박사학위기를 가족 품으로

한남대학교(총장:이덕훈)는 지난 15일 제57회 학위수여식을 개최해 학사 1739명 석사 226명 박사 28명 공개과정수료 44명 등 총 20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위수여식이 모두 종료된 이후 20일 박사학위기 전달식이 총장실에서 한번 더 열렸다. 지난해 행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나이지리아 출신 고 오루페미 씨(52세)의 박사학위기 전달식이었다.

오루페미 씨는 지난 2013년 한남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5년 동안 학업에 매진했고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겠다고 학교측에 전한 오루페미 씨는 15일 수여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남대는 오루페미 씨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행방을 확인했지만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했다.

오루페미 씨의 비보를 듣고 한국을 찾은 그의 가족들에게 한남대는 박사학위기를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이덕훈 총장은 오루페미 씨의 부인 아버새드 이비둔 씨에게 박사학위기를 수여하고 격려금 3000불을 함께 전달했다.

이덕훈 총장은 "한남 가족 모두 이번 일에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한남대는 오루페미 학생의 학업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또 슬하의 자녀들이 한남대 입학시 장학금을 비롯해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루페미 씨의 부인인 아버새드 이비둔 씨는 "평소 남편은 늘 한남대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교수님들이 친절하다고 말했다"며, "학교측에서 신경써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답했다.

아버새드 이비둔 씨가 생전 남편이 한국에서 지내온 사진을 보고 있다.

#숭실대, 민주화 운동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동문들

숭실대학교(총장:황준성)는 지난 15일 한경직기념관 대예배실에서 제91회 학위수여식을 진행하고, 학사 3043명 석사 508명 박사 95명 명예졸업 2명 등 총 3648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이중 명예졸업증서는 민주화 운동 중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 박현민(1967~1992) 동문과 고 신건수(1970~1994) 동문에게 수여했다.

1986년 숭실대학교 영어영문과로 입학한 박현민 동문은 1988년 숭실대 기독학생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7년 5월 항쟁에서 화상을 입기도 한 박현민 동문은 군에서 얻은 심장병으로 의가사 제대했다. 이후 복적을 준비하던 중 제적된 사실을 알고 700여 제적생들과 함께 문교부와 학교 당국의 부당한 제적처리에 맞서 복적 투쟁을 전개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재발의 위험을 안고서 무리한 일로 병원에 입원하였고 치료 중 뇌사상태에 빠져 1992년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숭실대는 1993년 박현민 동문을 명예복적 시켰으며, 숭실대학교 교정에 동상을 건립했다.

또한 신건수 동문은 1989년 숭실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90년 가톨릭학생회 회장을 역임했다. 신건수 동문은 1994년 5월 부산 노동절 집회 참석 후 상경 도중 불의의 사고로 운명했다.

황준성 총장은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에게 "영광스러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여러분은 이제 나라와 민족과 교회를 세우며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사명의 부름 앞에 섰음을 기억해 달라"며, "자신만을 위한 행복은 없으며 다른 사람을 돕고 나누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다가올 시대의 지도자로서 용기를 갖고 두려워하는 일에 앞장서고, 세상을 변화시킬 비전을 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열, 박현민 열사상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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