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내 신앙의 스승들"

"책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내 신앙의 스승들"

[ 나의서재 ] 영광교회 서경기 목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9년 02월 22일(금) 11:22
목사가 된 후 자신의 목회 인생을 산업선교, 캄보디아 선교, 제3세계 국제구호개발과 선교에 힘써왔던 서경기 목사가 지난 2015년 12월 대전 영광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후 제일 먼저 참여했던 사모임은 '처음처럼'이라는 독서모임이었다. 지역의 목회자들이 매달 한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한아봉사회 사무총장 시절에도 서 목사의 지인들은 서 목사가 엄청난 독서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독서량도 많지만 좋아하는 시집을 한권 구입하게 되면 한달 동안 그 시집을 계속해서 곱씹어 그 의미를 파악하고 감상하는, 양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깊은 독서를 하는 인물이다.

서 목사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국회도서관 사서였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국회도서관의 어마어마한 서고에 들어간 것이 인상 깊은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서 목사는 "책을 읽고, 책을 구입하고, 이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독서량이 많아서인지 그는 목회를 하면서 도움을 받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3~4권의 책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난색을 표했다. 책 보다는 작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을 다룬 일련의 책을 두루 읽는 그의 독서습관 때문이다.



# 헨리 나우웬의 저서 - '예수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책 중 나에게 감동을 주고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러나 책을 통해 헨리 나우웬을 만나게 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헨리 나우웬은 가톨릭 사제이지만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의 신학교수로서 수많은 개신교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굉장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성품도 좋은 분이셨다. 그러나 그는 지상에서의 삶을 살며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는 나는 삶을 통해 예수를 전하고 있는가? 나의 사역이 타인에게 예수를 만나게 하는 것인가의 고민을 끝없이 하신 분이다. 나중에는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쉬공동체에 들어가 장애인을 돌보며 살았다. 장애인을 돌보면서도 그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이를 통해 배움과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이중 3권을 뽑자면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담', '탕자의 귀향'을 꼽고 싶다. 헨리 나우웬의 책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예수님의 이름으로'를 권하고 싶다. 헨리 나우웬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가 쓴 '해방신학의 영성'의 영어판 서문을 쓰기도 하는 등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의 삶을 보며 나도 감히 그의 삶처럼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장 지글러의 저서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한아봉사회의 사무총장으로 사역하면서 제3세계의 가난, 더 나아가 이 가난을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문제는 지역교회의 목회자가 되어서도 계속되는 고민이다. 열심히 일하는 성도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구원 및 경제정의 문제에 대해 아파하고 고민하는 것은 목회자로서도 계속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일반 대중들이 가장 알기 쉽게 집필된 책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는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현재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인물로,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은 현실의 모순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이외에도 '빼앗긴 대지의 꿈', '탐욕의 시대' 등을 통해서 제3세계 가난과 양극화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 엄두섭 목사의 저서 - '맨발의 성자'

엄두섭 목사는 1919년 함남 함흥에서 출생으로, 일제 강점기 말에 신사참배 반대 등의 운동으로 평양신학교 2년을 수료한 후 6.25사변 전 남하해 현재 장신대의 전신인 장로회신학교를 1회로 졸업하신 분이다. 은성수도원을 설립한 분이기도 하다.

그분의 저서 중 '맨발의 성자'는 1950~60년대 동광원과 귀일원을 설립한 이현필 선생의 전기다. 이현필 선생은 목사도, 장로도 아니었고, 오히려 정규신학공부도 교리에 관한 교육도 받지 못한 분이지만 지리산 눈보라 속에서 십자가의 노래를 부르며 통곡하던, 맨발의 성자셨다. 올바른 길을 위하여 걸음 걸음 피흘린 사람, 그리스도의 자취를 따르는데 생사를 걸었던 사람이었고, 죽는 날까지 선을 위한 싸움에 일보의 후퇴도 없었던 사람이다. 이 분의 전기를 읽으면 예수님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여울교회의 목회를 할 때 매년 벽제 동광원에 가서 겨울 수련회를 했었다. 직간접적으로 나에게 신앙적 영향을 많이 준 책이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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