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 곁에 서다

외로운 사람들 곁에 서다

[ 땅끝편지 ] 인도 주성학 선교사(1)

주성학 선교사
2018년 11월 20일(화) 14:47
빈센트 전도사 부부와 함께한 필자(맨좌측).
"제 아내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둘째 아이를 출산하고부터 계속 몸이 아픕니다"

빈센트 전도사로부터 기도요청을 받고 현지인 목회자들과 2년 넘게 기도했지만 젊은 부인의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아무래도 출산 후 관리가 잘못된 것 같아 당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물었다.사연을 들어보니 둘째 아이를 낳을 때 오지 마을에서 병원 가기도 어렵고 또 병원비를 낼 형편돼 안돼, 동네 무자격 산파에게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늙은 산파가 아이를 꺼내고 봉합하면서 그만 장기와 뱃가죽을 같이 꿰맸고, 그래서 젊은 사모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물론 병원에 가서 다시 수술을 받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지만, 병원비가 없었다.

항상 그렇듯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전도사 부부는 하나님께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고쳐달라고 매달렸지만 부인의 건강은 점점 악화됐고, 남편은 가장과 사역자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들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필자의 아내는 "남자들끼리 해결한다고 하더니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뭐하는 것이냐"며, "이 병은 의사가 고쳐야할 병이니 당장 병원에 입원시켜 수술 받게 하라!"고 재촉했다. 결국 필자가 섬기는 첸나이한인장로교회의 후원으로 입원과 수술 절차를 밟게 했다. 젊은 사모는 수개월 만에 건강을 회복했고, 지금은 하누만(원숭이신)을 주신으로 섬기는 지역에서 교회 개척사역을 하고 있다.

목회자 정기모임에서 빈센트 전도사는 "저는 지금까지 외로웠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후원자도 없이 오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에서 위로 받습니다. 이곳엔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이곳에는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한때 힌두교 사원의 사제였지만 하나님의 부르심과 은혜를 받은 빈센트 전도사의 간증을 들으면서 르우벤 목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생 길거리 전도자로 살아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인도에는 비숍, 목사, 교수 등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우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여기 한국인 목사님을 보내 우리에게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평소 과묵하고, 진중하고, 나이 많은 르우벤 목사의 칭찬에 당황했다. 십 수년을 함께하면서 필자의 미성숙함과 연약함을 충분히 보았을 텐데, 필자를 통해 받은 사랑과 위로를 잊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그 동안 저들을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봤고, 사랑을 전하면서도 거리를 뒀던 모습을 자책했다. 외로운 사람들,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 혼자 아파했던 사람들은 내가 그들과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고 있었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 인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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