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책

목회자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책

[ 나의서재 ] 정릉교회 박은호 목사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8년 08월 24일(금) 17:47
정릉교회 박은호 목사
목회자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목회자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책들이 있다. 서울강북노회 정릉교회 박은호 목사는 너덜너덜해진 표지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속지는 누렇게 바랜 책을 몇 권 뽑았다. 박 목사가 신학과 목회의 기초를 다지는 데 초석이 된 책부터, 교회 장로들과 함께 읽고 논의하는 책들을 살펴보자.



1.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성바오로출판사)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 4학년 때 처음 접한 책이다. 나의 신학과 목회의 기초를 놓아준, 신앙의 기초석 같은 책이다. 목회를 하면서도 틈틈히 필요할 때마다 펼쳐봤다.

이 책의 핵심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책을 집필한 동기다. 그의 신학적 명성이 전세계적으로 탁월하고 '살아있는 성인'이라 추앙받을 당시 그는 붓을 들고 가차없이 자신의 죄성과 인간의 실존적인 죄성들을 폭로했다. 사도 시대 이후 기독교 역사에 그만큼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실존을 드러낸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나 자신을 비롯해 순수하게 출발한 목회자들이 기득권을 갖게 되고 사명과 부르심의 소명이 신분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목격한다. 또 이 신분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탐욕 때문에 본질을 잃고 가치가 전도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이 책을 찾았다. 예수님을 따랐던 그 분의 처절한 자신의 고뇌, 자기 고백, 참회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본질적인 고뇌를 던져주는 중요한 책이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책을 통해 시간을 하나님의 영원성 측면에서 해석한다. 과거는 현재에서 기억하는 것, 현재는 현재를 목격하는 것, 미래는 오늘에서의 기다림이다. 인간에겐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이지만 하나님에게는 이것이 모두 현재 안에 있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읽고 신앙이라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지금 현재 내가 누구인지, 현재 어떠한 교회인지, 역사 속에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한국교회의 개혁이 요청받는 이때, 다음세대의 신앙생활을 생각해보면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국교회의 전성기에 신학에 발을 딛고 쇠퇴의 속도가 붙어갈 때 목회를 마무리하는 목사로서 남은 목회를 예레미야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또 현재 부목사들은 패망의 시대에 예언자로 부름받은 에스겔의 마음가짐으로 목회를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2.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G.로핑크/분도출판사)

20년 전 이 책을 접했다. 정릉교회에 와서 현재까지 장로 임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장로들과 이 책을 읽고 공동체에 관해 토론하고 발표하며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세례요한부터 예수님이 열두제자를 부르신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수님이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가르치시고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고 병과 악한 것을 고치신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그 이유는 목자가 없는 양같다고 말씀하신다.(마 9:35~36) 하지만 사실 그 시대엔 목자들이 많았다. 1명 이어야 할 대제사장들이 5명, 바리새인들이 6000여 명, 제사장들이 2만여 명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시대 목자가 없다고 하시며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추수할 것이 있으나 일꾼이 적으시다며 열두 제자를 부르신다.(마 9:37~10:4) 유대 종교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일꾼과 제자를 부르신 것이다.

그 시대에 수많은 대제사장 제사장 바리새인 서기관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대안적인 일꾼으로서 12명을 불렀다는 것이 열두제자의 의미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말씀 앞에서 고뇌하게 된다.

특히 '끝난 아버지 노릇'이라는 챕터가 있다. 여기서 아버지는 지배자로서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노릇을 의미한다. 오늘 한국교회엔 목사와 장로를 비롯해 아버지 노릇하시는 분들이 많다. 교회 안에서 권력자 노릇, 지배를 단념하기 위해 장로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고민해보길 바란다.



3. 예수가 바라본 하나님 나라(도널드 크레이빌/복있는사람)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자다. 예수님이 가져오신 하나님나라 복음의 관점에서, 예수님 시대의 유대종교 중심의 사회를 정치 종교 문화 등을 분석한다. 책의 원 제목은 'The Upside-down Kingdom'이다. 거꾸로 뒤집어진 나라, 즉 가치가 전복된 하나님 나라라는 의미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첫 선포는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왔다'였다. 예수님 앞에 회개하지 않고, 예수님이 가져온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또한 예수님은 대야를 든 메시아셨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섬기는 자다. 이것이 십자가의 본질이다.

한국교회에선 교리화된 잘못된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십자가를 말로만 이야기하고 교리적으로만 고백하며 그것을 구원의 길이라 착각하곤 한다. 이 같은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 십자가와 부활신앙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십자가와 부활신앙의 균형이 깨진, 맹목적이고 교리적인 십자가 신앙은 잘못된 것이다. 제자들도 부활을 믿지 못 하였듯이 부활의 승리와 영광을 모르는 십자가는 십자가가 아니다. 또 반대로 십자가가 없는 부활도 있을 수 없다.

'성공한 패배자들'이라는 챕터가 있다.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추구하고 성공했다고 하는 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책은 희년정신과 섬김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하나님 나라의 경제 정의를 실천한 인물로 삭개오를 소개한다.

희년을 지키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달리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나 자기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준다. 이 책을 통해 '성공한 패배자들'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가치들을 살펴보자.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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