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먼저 마을을 품어야 한다"

"교회가 먼저 마을을 품어야 한다"

[ 시론 ] 6·13 지방선거 이후 한국교회의 갈길

안광현 교수
2018년 06월 18일(월) 10:51
6·13 지방선거 이후 한국교회의 갈길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자치분권과 남북통일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최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냉전종식과 한반도 평화분위기라는 대전환의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을 수성하는 데 그친 보수 계열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참패해 정계개편 요구와 함께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세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70년간 이어온 낡은 이념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신념을 제시해야 보수당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정치판은 북풍에 기대어 반대급부로 얻어진 국민들의 불안심리로 덕을 보던 방패가 사라졌고, 무력에 의존하는 안보강조가 남북 화해무드로 인해 약화되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이 몰락한 것은 이들이 '보수'하고 싶었던 것과 국민이 원했던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4차 혁명으로 불리는 현대사회의 엄청난 속도의 변화에 보수라는 그릇에 담길 내용도 달라져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과거의 것에만 집착했다.

이번 지방선거결과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권처럼 교회도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바램과 민의를 무시하고 아집과 기득권 유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무너진 정치권처럼 교회도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다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 마을과 함께 하지 못하고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린 교회들은 더이상 설곳이 없어진다.

중앙정부의 관 중심(관치)에서 풀뿌리 민주제인 주민자치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자치분권시대에서 한국교회의 갈길은 마을목회, 선교적 교회가 길이다. 내가 사는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살 듯이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산다. 교회는 마을 속에 있고, 성도는 마을의 주민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교회는 마을의 마당이 되고 주민과 함께 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일깨우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변화의 중심이었던 한국교회가 산업화, 도시화, 경제성장과 함께 급성장하면서 관심과 역량을 교회안으로만 집중하여 마을의 교회 이미지를 상실하게 되었고, 지역으로부터 고립과 단절을 초래하였다. 교회성장에 지나친 몰두와 지역사회와 주민관계 소홀로 신뢰성 상실, 교회성장의 둔화와 교인수 감소라는 역풍을 맞았다.

교회가 사회를 이끌어갈때는 교회가 부흥하고 사회와 역사를 주도했지만, 교회가 사회와 정치에 이끌려 따라갈때는 쇠퇴하고 소멸했던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교회가 사회를 선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개교회의 양적성장에 치우친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교회의 본질에 초점을 둔 마을목회, 선교적교회를 향한 교회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을목회는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마을목회는 교회와 마을과 지방정부의 거버넌스를 통해 학습생태계, 복지생태계,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마을의 사람만들기, 생명살리기이다. 교회는 지역주민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마을목회를 설계하고, 교회 문턱을 낮추고 교회의 무거운 빗장을 열어야 한다. 지역사회와 마을의 주민에게 베푼다는 인식을 버리고 함께 한다는 의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을 주민은 적선을 받는 거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을목회 성공의 조건은 성도들의 영성, 곧 성도들의 삶과 리더십이 중요하다. 교회에서만 거룩한 교인일뿐 마을에서는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해야 한다. 지역 주민은 교회는 다니지 않아도 교회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교회의 바름과 본받을 만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가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수많은 질타를 받게 된다. 정부에서 종교를 흡수해서 주민자치를 추진하기 전에 교회가 먼저 마을을 품어야 한다.

안광현 교수(유원대학교, 총회 마을목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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