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교실로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목공교실로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 이색목회 이야기 ] '목사 목수' 안치석 목사

임성국 기자
2018년 05월 02일(수) 16:52
목공 기술을 터득해 다양한 사역에 활용하는 '목사 목수'가 있다. 충주노회 생극교회 안치석 목사는 익힌 목공 기술을 다양한 목회 사역에 접목해 지역 주민을 섬기며, 동역자들에겐 품질 좋은 가구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안 목사의 특별한 목회 현장을 일문일답을 통해 들여다봤다.





▲목공 기술은 왜 배우셨는지요?

전도사 시절, 가락재영성원에서 가족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했다. 첫 해에 농사를 짓고, 자연학교 등도 열면서 자립을 시도했지만,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특별한 생계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을 하던 동료를 따라 목조주택 현장에 나갔다. 그 일이 시작되어 조금씩 목공기술을 익혔다. 그 후 생극교회에 부임한 후 목회를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찾아와 취미로 목공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었고, 그 취미가 발전해 좀 더 전문적인 목공인이 되었다.



▲교회 안에 목공예 작업실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목공교실도 운영 중이다. 목공과 목회 어떻게 연계하게 됐나?

목공방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을에 도토리숲 작은도서관을 만들면서다. 공사할 재원이 없었기에 스스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또 테이블 등 가구를 만들기 위해 작은 목공방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도토리숲 작은도서관을 찾으면서 제가 만든 가구에 관심도 갖기 시작했다. 목공을 배울 수 없냐는 문의가 많았고, 그래서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목공교실을 열게 되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와서 목공을 배우기도 한다. 목공은 지역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목회의 지평을 넓혀주었고, 목공을 매개로 더 넓은 목회사역을 감당하게 됐다.



▲주변 동역자, 지인들을 위해선 인건비 정도의 사례를 받고, 가정과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들을 제작해 제공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목사님 소감과 주변 목회자들의 반응은?

주변 동역자들이나 지인들이 저의 형편을 알고 일부러 일을 맡겨주시는 경우가 있다.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항상 잘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잘 나오고, 잘 사용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대체로 다들 만족스러워하시고, 다른 분을 소개해주시기도 한다.



▲목공이 가정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되나?

대부분은 재료비에 약간의 수고비를 받지만, 제가 계산에 어두운 편이라 넉넉하지는 않다. 그리고 우선은 목회가 일순위라서 목수일로 경제적 수입을 얻는 것에 큰 신경이 가지 않는다. 또 일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도시의 공방 운영자들을 만나면 그렇게 가격책정 하지 말라고 핀잔을 많이 듣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목사님의 목회 철학은?

'참된 영성은 노동에서 나온다'이다. 노동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노동은 영성의 시작이고, 끝일 수 있다. 노동은 몸으로 밀고 나가는 영성적 삶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노동은 노골적이고 거칠고 때론 지저분하다. 결코 고상하지 않다. 그 자리에서 영성의 흔적들을 찾아보고 싶고, 또 그것들을 목회 자리에서 공유하고 싶다.



▲목회자에게 노동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단순한 노동은 목회자에게 자신을 정화시키는 도구가 된다. 또한, 노동은 이상적이지도 않고 가장 현실과 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 자칫하면 목회자가 성도들의 삶과 괴리되기가 쉽고, 십자가 또한 우리의 삶과 괴리되기가 쉽다. 목회자가 노동을 통해 현실의 감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목사와 목수, 모음 한 자 차이이다. 같은 점, 다른 점이 있나?

다른 점은 목사는 인기가 없지만 목수는 인기가 있다(?). 목사는 성도들을 다뤄야 하고, 목수는 나무를 다뤄야 한다. 목수로 나무를 다룰 때 늘 조심스럽다. 나무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자투리가 가장 적게 남도록, 또 만드는 가구에 어떤 나무가 어울릴지 항상 신경을 쓴다. 목수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사람이 모두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무도 그렇다. 똑같은 재질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 오일을 흡수하는 것도 다 다르다. 그래서 각자의 특성을 잘 알고, 그 나무 특유의 장점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목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 목회자 이중직, 자비량 목회 및 선교 연구에 대한 입장은?

이 시대는 자비량 목회를 원하고 있다. 다양한 목회와 선교 모델이 시도되고, 목회자는 더 깊은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장에서 보면 할 수 있는 틈새가 무척 많이 있다. 목회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지역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였다. 자비량은 그들에게 이리 오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들어가는 것이다. 목회자의 경계를 허물고 그들에게 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삶을 그들과 나누어야 한다. 자비량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이다. 삶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자본을 아예 무시할 순 없지만, 목회자와 교회를 자립시키겠다고 자본의 논리를 우선으로 접근하면 끝에 자본만 남게 된다.



▲최근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새로운 목회 사역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다. 조언해 주신다면.

재능은 나누라고 주신 것이기에 재능을 통해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제 아이들에게 직업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네가 하는 일이 직업이라고 말해 준다. 재능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에 이름을 붙이면 그게 직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알려진 다양한 모델이 있고, 또 그런 성공모델을 따라가려 하지만, 그 모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창조적 목회를 하면 좋겠다. 그게 자신만의 모델이 될 것이고,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목회가 될 것이다.



▲목사님의 계획과 비전, 그리고 향후 목사 목수로의 역할과 방향은?

우선은 생극교회를 더 든든히 세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지역의 작은도서관 운동, 마을학교 등 교육, 문화 운동과 마을 공동체를 위한 사역이 지속가능한 구조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또 이 일을 함께할 수 있는 동역자들을 양육하면서 사역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효율적인 사역이 가능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앞으로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계획이며 바람이다. 목수로서는 조금 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해서 작품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영적 의미가 들어간 창조적인 작품들도 만들고 싶다. 지금 교회에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목공체험공방을 만들고 있는데, 체험공방이 잘 운영되길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


임성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