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아닌 매순간 삶 나눌 때 선교열매 맺혀"

"일회성 아닌 매순간 삶 나눌 때 선교열매 맺혀"

[ 우리교회 ] 충남노회 소근교회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01월 05일(금) 17:00
▲ 소근교회 김용태 장로가 충남노회장로회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에 함께 한 마을주민들.

【충남 태안=이경남 기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태안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충남노회 소근교회(이용 목사 시무)가 있다. 이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갯벌에서 바지락을 수확하는 어업에 종사하고, 농사도 겸한다. 마을에서 1km 남짓만 벗어나면 시간 차를 두고 넓은 갯벌과 푸른 바다가 펼쳐져, 매년 여름이면 인근 해수욕장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평화로운 마을의 분위기만큼이나 소근리 마을주민들과 소근교회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소근2리 주민 150명, 100여 가구 중 약 50%가 기독교인으로 이 지역 복음화율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기독교 주민들을 포함해 마을전체와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된 교회의 비결은 뭘까?

2012년 이곳에 부임해온 이용 목사는 "마을의 행사나 잔치가 있을 때면 교회는 늘 적극 참여했고, 교회에 행사가 있으면 주민들이 알아서 참여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교회는 먼저 지역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섬겼다. 교인이 아닌 지역주민의 장례에도 온 성도가 교인의 장례를 치르듯 장례위원이 되어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고령의 어르신들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게 되면 교회는 병원이 멀든 가깝든 직접 찾아가 위로와 기도로 마음을 나눴다. 교회공동체와 차별을 두지 않고 마을공동체를 섬겨온 시간들이 쌓여 가자 주민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이질적인 곳이 아닌 마을의 구심점 같은 곳이 되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헌금을 드리고, 교회의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교회의 새벽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주민들이다.

▲ 마을주민들이 지난 2017년 1월 교회에 달한 감사패.

소근교회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바닷가에서 마을잔치를 여는 전통이 있다. 전문 음악인들을 초청해 마을주민들과 교인들은 함께 연주를 감상하고 장학금 전달, 노래자랑, 식사나눔 등 의미있는 순서들을 함께 나눈다. 집집마다 교인들이 방문해 새벽송은 물론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도 나눈다. 마을과 교회가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 비결은 다름 아닌 성도들이 마을을 교회와 구별없이 대하며 동고동락해온 결과였다.

지난 가을 제46회 충남노회장로회 총회에서 소근교회 김용태 장로가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 30여 명은 총회가 열린 충남노회회관으로 향했다. 총회 장소에 등장한 소근리 마을 주민들을 보며 관계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고 교회와 지역주민들의 끈끈한 관계를 부러워했다. 

이용 목사는 마을목회에서 중요한 5가지 덕목으로 '진정성 있는 섬김, 존중, 차별없는 소통, 비판 수용 그리고 목회자의 영적권위'를 꼽으며 "교회공동체와 마을공동체의 연합사역을 통해 배가부흥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마을주민들은 교회가 마을주민들을 한결같이 섬겨온 것에 감사를 표하는 감사패를 제작해 이용 목사에게 전달했다. 이용 목사는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은 감격을 잊지 못한다"며,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주민들이 복음을 믿게 되어 선교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길 기도하고 있다.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지금은 선교하는 교회로 발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근교회는 지난해 지역의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은교회도 포기하지 않고 마을과 동고동락할 때 자립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고 싶어서 마련한 자리였다.

믿지 않는 지역주민의 모든 애경사에 교회가 참여하며 좋은 일에는 축하를, 슬픈 일에는 달려가 위로를 나누는 교회. 지역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애쓰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마을주민들의 모습에서 작지만 강한 한국교회의 모습의 청사진을 본듯하다.

<인터뷰>

▲ 이용 목사.

"교회 목회와 마을 사역의 균형 맞춥니다."
이용 목사는 교회 목회와 마을 사역을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마을을 섬기는 것보다 교회 목회가 우선이라는 것. 이용 목사는 "목회자가 단순히 지역 주민의 이웃이나 친구 또는 이장으로 여겨져선 안된다"며, 하나님이 세우신 영적권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목회자가 이장을 맡아 주민들과 가까워지면 지역 주민들이 교회에 더 안 나오는 사례를 목격하기도 했다"며, "작은 마을의 교회일수록 주민들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사실이나 목회자의 본분을 늘 지키는 영적 권위를 잃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성장만이 아닌 성숙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마을목회가 자칫 목회자의 본질과 중심을 잃을 수 있기에 늘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을 주민들과 정과 의리를 충분히 나누면서도, 교회가 지닌 권위도 잘 세워나가는 것이 이용 목사가 지향하는 마을 목회의 핵심이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복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교인들은 은혜를 받은대로 자신이 맡은 사역에 충실하게 됩니다." 마을목회는 목회자 혼자 이룰 수 없다. 성숙한 교인들과 목회자가 공감대를 충분히 갖고 이행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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