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상생이 생명/담양개동마을회로 지역 살린 개동교회

마을공동체 상생이 생명/담양개동마을회로 지역 살린 개동교회

[ 우리교회 ] 우리마을에 교회있어 참 다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10월 25일(수) 14:20
   

 【담양=최은숙 기자】 "이쯤 되면 마을에 교회 하나쯤은 꼭 있어야죠. 얼마나 다행입니까 우리 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교회가 마을에 있어서, 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전남 담양군 수북면의 개동마을. 100년 전 광주동노회 개동교회(김인선 목사 시무)가 세워진 이 마을에서 교회는 마을과 교회를 구분짓는 것조차 무색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마을주민이 교인이고 교인이 곧 주민이다. 결국 교회사역이 마을사업이고, 마을사업이 교회사역이 되는 전형적인 '마을목회'가 이뤄지는 곳. 개동교회가 그랬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개동교회도 농촌의 몰락(?)과 함께 쇠락하면서 근근이 교회의 명맥을 이어갔다.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교회학교는 오래전 문을 닫았고, 몇 명의 노인들에게 교회는 그저 자신들의 장례식을 잘 치러주기 위한 선택 정도였다.

한없이 추락하며, 몰락의 길을 걷던 개동교회에 새로운 희망이 싹튼 것은 김인선 목사의 부임 이후부터다. 40대의 젊은 목사에게 현실은 암담했지만 '이 곳에 보내신 이유'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만나는 분들마다 '안된다' '못한다' '어렵다' '힘들다'는 부정적인 말뿐이었다"는 김 목사는 "이곳이 나의 선교지이고 전도지"라는 믿음을 품고, "마을의 필요를 먼저 채우자"고 생각했다.

마을주민의 평균 연령대가 70세 이상인 이 곳은 유독 문맹률이 높다. 글을 몰라 싸움이 번지고, 주민들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목사는 아내와 함께 문예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비를 들여 마을회관에서 한글학교를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지자 이듬해부터는 개동마을을 넘어 지역의 5개 마을을 돌면서 한글을 가르쳤다. 간지로운 곳은 긁어주고 오랜 응어리를 풀어주며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김 목사는 더 나아가 도시로 떠난 자녀들을 대신해 소풍, 음악회, 목욕 봉사, 병원진료 등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필요에 즉각 반응했다.

이렇게 조금씩 개동교회는 개동마을의 '오래된 교회'에서 '필요한 교회'로 인식을 바꾸어 갔다. 결정적으로 2012년 큰 태풍을 겪고 예배를 드릴 곳이 없자 '교회를 싫어했던' 주민들이 기꺼이 마을회관을 내어주면서 교회에 닫혔던 마음을 열었다.

이후 교회건축을 위해 교회의 한 권사가 3000포기 배추를 헌금으로 내놓으면서 개동교회는 본격적으로 마을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절임배추를 판매하게 됐고 반응이 생각보다 좋자, 김 목사는 비영리단체 '담양개동마을회'라는 마을기업을 만들고, 교회공동체가 마을을 본격적으로 섬기는 기회로 삼았다.

교회가 밭을 임대해 주민들과 함께 1만 5000포기를 심었고, 개인의 밭에서 심은 배추까지 '절임배추사업'에 판매되면서 마을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고추가루, 마늘 등 필요한 재료는 모두 주민들의 농가에서 구매했다.

특히 김 목사는 EM효소를 활용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한 배추를 생산했는데, 특이하게도 이 마을의 모든 배추는 교회의 배추와 같은 씨앗으로 재배한다. 절임배추나 김장김치는 김 목사가 한달 이상 택배기사로 활약하면서 지출을 최소화했다.

'담양개동마을회'는 지역에서 인정받아 마을공동체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3000만원의 상금으로 작업장을 짓고 주민들과 함께 작업장을 공유한다. '안된다', '어렵다'고 했던 주민들은 이제 '신난다', '살맛난다'면서 "개동교회가 개동마을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들이 찾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 목사를 "개동리의 목사"로 부른다.

이뿐아니다. 김 목사는 '2018년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개동리 마을을 신청해 선정됐으며 지난 4월에는 농림부 주최 전국대회에서 절임배추사업으로 소득지원사업에 선정돼 2019년에는 5억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20년에는 마을사업을 위한 20억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후보에 오르는 자격을 얻게 됐다.

"여느 농촌마을이 그렇겠지만 우리도 20년 후가 암담하다"고 털어놓는 김 목사는 "마을 앞에 폐교를 활용하고 습지대 등 마을의 경관을 조성해 관광지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5억원의 상금은 놀이시설, 캠핑장,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농가식당 등을 건축해 마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미 김 목사는 딸기 수박 땅콩 김장체험 등을 상시로 개설하며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다음세대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도 마을살리기의 일환이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교회학교 학생은 김 목사의 자녀 둘 뿐이었다. 우선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이혼가정 등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케어하는데 교회가 나섰다.

김 목사는 친인척까지 동원해 대학생 멘토를 교회로 불러들였다. 어린 학생들이 드디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부모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교회는 마을을 책임질 세대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이는 결국 주민들과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됐고, 현재 50여 명으로 부흥했다. 특히 올해는 필리핀 비전트립을 진행해 어린 학생들이 생애 처음 해외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를 위해 교회와 주민들은 직접 딸기홍초를 판매해 수익금을 선교비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혹시나 젊은 목사 내외가 도시로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주민들에게 김 목사는 "노인분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지을 것"이라는 '빅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50% 이상"이라는 김 목사는 "낮에는 각자 일을 하고 밤에 함께 모여사는 공동생활을 통해 그들의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

2020년 마을사업에 선정되면 후원금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취재를 시작하며, 왜 그렇게 "우리마을에 개동교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들 하는지를 이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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