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가고 있는가?

우리는 잘 가고 있는가?

[ 기고 ]

정여임 목사
2017년 10월 10일(화) 13:50

102회 총회 마지막 날 아침이다. 온누리교회 마당에 설치 된 몽골 텐트 사이로 태양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첫 날 큰 기대감을 안고 올랐던 교회입구의 너른 계단에 앉아, 벌써 동이 난 아침식사 대신 커피 한잔을 들고 지난 며칠을 되돌아본다.

방청단으로 참석한 첫 총회는 낯선 장면과 익숙한 장면이 동시에 펼쳐진 곳이었다.
1500명의 총대들과 함께 드린 개회예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예배 성찬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것이 그 중 하나였는데 나중에서야 방청단은 성찬 참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면상의 공지를 발견하였다.

총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시에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초대 받은 이들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전국여교자연합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총회직영 7개 신학교의 교수 및 신대원생들이었다. 필자는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실행위원의 한사람으로 참석 중이었다. 초대 인원들이 전부 합쳐도 100여 명 이내인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아쉽다. 진행상의 원활함을 취하기 위해 초대한 방청단들을 성찬 예식에서 소외시키는 지극히 행정적인 처우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개회가 선언되고 새 부총회장 선거가 시작 되었다. 부총회장 후보는 목사후보 5명, 장로후보 1명이었다. 지난해 부총회장으로 섬기시던 최기학 목사가 총회장을 승계하고, 새 부총회장 및 새 임원들의 교체가 이루어지자 총대들은 뜨거운 격려와 환호를 보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짐을 지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섬길 자를 세우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총회는 각 위원회와 부서 및 총회산하 단체의 보고와 청원을 처리해 나갔다. 일부 고성을 지르거나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거친 표현들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대다수 총대들의 의견 조율로 더디게나마 진행되었다. 발언권도 투표권도 없는 방청단에게는 총회도중 찾아오는 외부 손님들이나 정회 후 속회가 이뤄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찬양대가 있었기에 덜 지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총회는 교회현장의 중요한 의제와 첨예하게 논의되는 청원들을 함께 다루고 고민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속한 전국여교역자연합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총회 여성위원회에서 청원한 '여성총대 1노회 1명 할당제'였고, 이는 마지막 날 오후에 진행 될 예정이었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의 양성평등위원회에서는 총회기간 동안 전국 7개신학교의 신대원생들과 함께 총회의 여성총대 증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날, 큰 어려움 없이 해당 안이 통과되었다. 그 통과 과정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총회의 여성총대는 전체 1500명중 겨우 1.1%인 17명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각 노회에서 총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여성과 함께 하나님나라를 이뤄가고자 하는 의지적 결단을 내리며, 심각한 양성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을 개선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다. 총회 전체기간의 참관을 마치며 문득 '우리는 과연 잘 가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교회는 정말 거룩하며 우리는 정말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가? 우리는 그렇다고 인정하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세상도 그렇다고 인정해 줄까? 102회 총회가 개최되는 동안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던 것이 떠오른다.

총회가 열렸던 교회주변의 지역주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현수막을 보고 있었을까? 자기들의 뜻만 관철 된다면 주민들이 느끼는 소음공해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일부 교회들의 소란, 주차금지라는 경고문을 보고도 주차를 서슴지 않았던 총회 참여자들의 차량들은 그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고 왔을까? 안타까이 생각해본다.

한국 교회는 양적 성장을 꾸준히 외쳐왔지만, 갈수록 그 외침이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교회학교 학생들,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가 기타 종교에 비해 훨씬 낮다는 얘기도 수없이 들어 왔다. 총회가 처리해야하는 현안들도 물론 다 중요하고 거룩한 교회로 더 세워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도가 줄어들고 어린이와 청년들 그리고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아픈 현실을 지역교회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총회가 함께 끌어안고 몸부림쳐야 할 때가 아닐까?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빠르게 의식의 전환을 하고 있다. 교회도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세상보다 더 깊은 생각과 더 빠른 겸손으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거룩은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의 죽으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총회가 이전과는 다른 개혁교회의 위상을 회복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정여임 목사
아가페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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