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이 생명/협동조합으로 귀농인 자활 돕는 한마음교회

상생이 생명/협동조합으로 귀농인 자활 돕는 한마음교회

[ 우리교회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9월 26일(화) 14:14
   

마을목회란 무엇일까! '이제 마을목회 5년차'라고 말하는 충남노회 한마음교회 이진 목사는 "목회자가 교회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교회의 울타리가 마을 전체가 되는 것, 마을이 교회가 되고 주민은 교우가 되는 것. 그것 말고는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을목회'는 교회의 부흥이 아니라 '마을의 부흥'을 먼저 생각하는 것. 좋은교회보다 좋은마을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 이를 위해 이 목사는 오늘도 한 걸음씩 마을 속으로 걸어들어 간다.

사실 이 목사는 교회가 얼마나 지역사회와 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지 최악을 경험했다. 이 목사가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을 당시 지역주민들은 이미 교회를 '도둑놈 교회'라고 불렀다. 교회를 향해 쌍욕을 하면서 비난했다. 심지어 새로 부임한 목사에게 신문지에 부엌칼을 말아서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신학교 때부터 농촌목회에 대한 소명이 있었던 이 목사는 안타까운 현실에 '바꿔보자'는 생각 뿐이었다. 4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지역의 아동들을 데리고 공부방, 컴퓨터교실, 악기교실, 영어교실, 현장학습 등을 해냈다. "한번 와보라"고 권유했지만 4년 동안 단 한번도 찾아오는 주민이 없었다.

후원교회를 통해 노인 한글교실, 의료선교, 미용 봉사, 경로잔치, 농촌봉사활동을 했지만 언제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총회의 '목회자 생활비 평준화 정책'으로 선교지원금이 끊이고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던 선교 인력마저 끊겼다. 특별활동 프로그램은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에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모든 교회 사역은 중단됐다.

이 목사는 당시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예초기로 풀 깍는 일만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기존의 목회패러다임으로는 주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목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였다. "아예 교인과 주민들의 생활 현장 속으로 들어가자."

지역의 태안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농업인 대학'에 등록하고 밭을 임대해 농사를 시작했다. 전통적인 평범한 목사가 전업농부로 거듭나기 위한 길은 쉽지 않았다. 첫 해 농사는 완전히 실패하고 400만원 빚을 지었지만 '지역의 마을 농부'가 됐을 때 주민들과 대화의 폭은 달라져 있었다.

"목사, 돈 벌라고 하는 것 아닙니다. 어르신들을 좀 잘 모셔보려고 기를 쓰는 것입니다. 우리 마을을 좀 살기 좋게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목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농부'가 아닌 '지역의 마을 농부'라고 강조하는 이 목사는 "교회와 목회자에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교회 가란 말은 안해도 저 교회 목사는 꽤 쓸만하다고들 한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된다"고 했다.

지역의 마을농부이자 목회자로서 그의 첫 사역은 귀농인 사역이었다. 지난 2015년부터 태안 귀농인들이 갑자기 늘어나자 이 목사는 가장 먼저 '태안군 귀농귀촌협의회'를 발족했다. 은퇴를 한 50~60대의 '가나안교회' 성도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15년 동안 22명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40여 명의 아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마을도 교회도 사라질 것이다"는 이 목사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귀농인들을 품고 새롭게 마을을 살리기로 했다.

"우리나라 전업농부가 250만명이고, 이들의 연평균 소득이 1000만원이 채 안된다. 실제로 농사를 지어보니 연소득 억대로 올린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더라"는 이 목사는 "귀농귀촌인도 3000만원 이상의 정착금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귀농인들의 자활을 돕는 것으로 본격적인 마을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나 대부분 귀농인들이 목회자들의 특권의식, 교회의 기득권에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처지의 농부목사의 손길은 오히려 귀농인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다. 뜻을 같이 하는 귀농인들과 '농업회사법인 솔향'을 설립했고, 체험농장을 운영하려는 귀농인들을 위해서는 교회가 운영했던 '한마음살립협동조합'을 내어주었다.

교회는 '햇살공동체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 노인들의 생계를 돕는데 열중했다. 이 목사는 귀농인들과 함께 공동농사를 짓고, 절임배추, 메주된장 만들기, 식용귀뚜라미 양식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몇몇 귀농인들 은 협업해 상시 체험프로그램 프로젝트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마을기업까지 꾸려낼 생각이다.

'교회'의 부흥, 성장의 이기심에서 벗어나 마을과 협동하고 주민과 연대해 함께 부대끼며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이 목사의 목회비전이고 사명이다. 교회라는 형체는 사라져도 '소금'의 맛을 잃지 않으면 된다는 이 목사는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 한 마을에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마을을 교회삼고, 주민들을 교회삼아 목회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다고 했다.

언젠가는 교회의 십자가 대신 '마을활력소'라는 팻말을 붙이고 싶다는 그는 한마음교회가 '마을 플랫폼'이 되는 그날까지 마을 속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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