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상생이 생명>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

<마을목회 상생이 생명>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

[ 우리교회 ] 힐링알토스협동조합 운영하는 신실한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8월 29일(화) 15:00
   
 

【화순=최은숙 기자】 어쩌면 지금 마시는 이 한잔의 커피에는 누군가의 꿈과 사랑, 희망과 비전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케냐 바링고 지역 농민들의 희망, 화순 지역 주민과 청년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농촌 '작은'교회들의 생존같은 그런 깊고 묵직한 사연들처럼 말이다. 화순의 작은 농촌교회가 그 수많은 사연들을 마음에 품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남노회 신실한교회 정경옥 목사는 지난해 '알토스 카페'를 오픈했다. 알토스 카페는 케냐 바링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무농약 커피를 월드베스트프렌드를 통해 공정무역으로 수입하고, 가공해 판매한다.

정 목사가 직접 로스팅하고, 바리스타인 아내가 커피를 내리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유일한 카페로,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자처한다. 주말이면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이 돌아와 카페에서 마음껏 교제를 나눈다.

물론 이 때 사용되는 '비용'은 정 목사 부부가 지불하고, 청년들은 '무료'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카페'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교회 청년 2명을 고용했다.

카페 수익금은 가난한 바링고 지역의 빈곤 퇴치와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보내기' 선교비에 사용된다.

'카페' 하나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지만, 사실 카페는 교회가 운영하는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이 펼치는 무궁무진한 사업 중 일부다.

정 목사는 지난 2013년부터 교회성도와 지역주민들과 함께 '치유의 양식'이라는 의미의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을 시작했는데, 정 목사는 "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지역을 섬기며 '상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소통'에 관심이 컸던 정 목사는 우선 "교회에 사람이 몰려와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2012년 교회 1층에 마을도서관 '빛나라도서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농촌교회 재정만으로 운영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교회 근처의 빈 밭에 농산물을 심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북사랑바자회, 책읽기 운동, 작은음악회, 영어캠프 등 문화활동을 지속하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뜻을 같이한 주민들과 힘을 합쳤고, 창립 총회를 연지 2개월 만에 전남형 예비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은 농산물 가공과 판매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해 동물과 곤충을 키우고, 로봇학교와 도서관을 운영하며 교회의 문턱을 낮췄다. 정기적으로 마을을 청소하고, 지역 어르신 초청잔치, 북사랑바자회 등을 실시하며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고 섬기는 노력을 한다.

이 밖에도 체험교실에서는 로스팅과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를 비롯해 천연비누ㆍ편백 화분만들기, 효소담기, 팽이, 찰보리빵 만들기 등의 교육을 실시하며 조합을 홍보하고 주민들의 협조를 끌어내고 있다.

카페 한켠에 바링고 원두를 비롯해, 100% 국내산 현미 수수 기장 쌀 등과 작두콩차 꿀 천연비누 커피드립 용품 등 다종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조합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다.

농촌교회가 직접 재배한 곡물 등을 조합에서 판매를 대행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작두콩차는 조합원들이 직접 재배부터 생산 가공까지 한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그 중에서도 티백작두콩차의 티백 손잡이는 정 목사가 직접 개발해 타 업체와 차별성을 두었다.

그 결과 지난해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됐고, 차 가공 기계실까지 갖춰 대량생산을 진행중이다.

정 목사는 "작두콩차는 해외 수출까지 준비 중이다"며 향후 비전까지 뀌띔했다. 작두콩차와 함께 눈길을 끄는 상품은 '만능통돌이'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기계로, 정 목사가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그는 "가정에서도 생두로 직접 로스팅해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의 기계를 개발했다"는 것.

상품의 판로도 다양한다. 초기에는 조합원들이 지인들을 통해 판매하다가 여러 단체의 바자회에 참여하면서 조합을 홍보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소비자를 비롯해 쇼핑몰 운영자, 소규모 납품업자, 로컬푸드 매점에 입점되면서 판로가 트였고 덩달아 수입도 늘었다.

초기 800만원에서 4500만원, 1억여 원까지 수입이 늘어났다. 수익금은 물론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 문화활동 봉사자 인건비, 도서관 운영비, 영어캠프활동 등 지역사회를 위해 다시 환원된다.

정 목사는 조합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아내와 함께 무보수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목사가 조합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아쉽다"는 정 목사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조합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고, 주민들의 협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 경제활성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 창출. 이미 카페에 두명의 청년 아르바이트를 고용했고,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취약계층 2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향후 조합은 1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최근에는 농촌교회 목회자들을 생활비를 위해 작두콩 모종을 무료로 분양하고, 수확한 후에는 다시 조합에서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나도 잘 안다. 한때는 일자리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는 정 목사는 "언제든지 조합의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촌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해 시도한 작은 움직임은 마을과 교회의 벽을 허물어냈다. "미래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회와 교회, 교회와 지역사회의 소통과 공유"라는 정 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교회를 중심으로 지역과 돈독한 공동체성을 형성해 나갔기 때문이다. 신실한교회는 이미 마을의 교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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