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강은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 기고 ]

김기포 목사
2017년 08월 09일(수) 10:00

학창시절 가수 혜은이의 '제3한강교'의 노래가 참 좋았다.

강물은 흘러갑니다/제3한강교 밑을/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마음을 싣고서/젊음은 피어나는/꽃처럼 이밤을 맴돌다가/새처럼 바람처럼/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이 노래는 경쾌하기도 하지만 노래의 가사가 희망을 주는 것이어서 마음에 와 닿았다. 생명의 젖줄인 4대강이 죽어가고 있다. 명목은 4대강 정비사업과 개발인데 이미 강이 오염되고 있다. 강은 국토의 혈관이다. 혈관도 잘 흘러야 한다. 혈관이 막히면 죽는다.

뇌혈관이 막히면 그게 중풍이다. 장도 막히면 죽고 기도가 막혀도 죽는다. 저수지는 고여야하고 강은 흘러야 한다. 보를 쌓더라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해야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걸 퍼줘야 한다. 이것을 준설이라 한다. 보가 댐이 흐름을 막으면 하천은 모래를 옮기는 작용을 거기서 멈춘다. 준설이 어렵다면 완전히 수문을 열어 개방하면 된다. 그래야 인간도 살고 자연도 산다. 고인물은 썩는다. 물의 흐름이 멈추면 그 강의 생명은 정지된다.

졸졸 소리내서 흐르는 하천은 그 과정 자체가 정화다. 공기 속의 산소를 물속에 녹아 들게 한다. 물은 증발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식히고 다시 자연의 순환계로 이동한다. 보나 댐을 세우면 그 넓은 수면의 물이 증발되어 온도를 낮춤으로써 농사를 망친다. 댐근처는 일부 양지를 빼곤 농사가 잘 안된다는게 정설이다. 물은 깊고 얕은 지역을 반복해서 구비구비 흐르면서 정화작용 및 본연의 이동작용을 한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쌓인 모래는 생명의 저장고다. 그러나 개발과 정비라는 탐욕에 빠진 어른들은 이걸 잊고 강을 막는다. 강이 막히면 물은 천천히 썩고 지천이 없으면 빠르게 녹조화가 이뤄진다.

수많은 셋강이 강물을 만든다. 강물은 흘러 거대한 바다를 형성한다. 강물은 구불구불한 골짜기나 커다란 바위가 있는 방해물을 헤치고 바다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흘러간다. 강물은 수많은 험로와 역경을 헤치고 흘러가면서도 언젠가 바다에 이르리라는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물을 깨끗하게 하고, 홍수와 가뭄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강의 모래를 파내고 16개의 보를 쌓은 '4대강 살리기'사업을 진행했다.

모래를 파내는 것은 생명의 원천인 여성의 자궁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지금 4대강은 연중 내내 녹조가 번지고, 더러운 웅덩이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와 시궁창에서 사는 실지렁이가 창궐하며, 물고기들이 수시로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강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이 일어난 이유는 강을 도구삼아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한 정치인, 학자, 언론, 사업가들의 공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의 법칙이다. 흐르지 않는 강은 죽은 물이 된다. 4대강 사업으로 한반도의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죽음을 품은 호수가 되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을 다시 흐르게 하면 된다. 우리의 강이 모래가 쌓여 물이 맑아지고, 사라졌던 누치와 모래무지와 새들이 다시 돌아오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강은 흘러가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강은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김기포 목사  포항명성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