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목수님, 우리 목사님~"

"집 짓는 목수님, 우리 목사님~"

[ 아름다운세상 ] 강원노회 원주시찰회 '사랑의 집짓기' 운동 펼쳐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02월 09일(목) 16:52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의 시골 마을, 성화교회(김명환 목사 시무) 사택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날. 살을 가르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추위를 뚫고 각자 맡은 작업에 집중한 목회자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목사님, 망치 좀 주세요.", "유 목사, 지붕 위 마감은 꼼꼼하게 해야 해, 날씨가 추우니 서두르자고, 힘내!", "이 목사는 이제 전문가 다 됐어(웃음)." 작업반장 겪인 변형수 목사를 중심으로 집 짓기 봉사에 참여한 목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친다.

강원노회 원주시찰회 소속 목회자들이 지역 교회를 위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치며 2017년 새해 새아침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를 온 몸으로 표현했다.

성화교회 사랑의 집짓기 봉사에 동원된 목사는 10여 명. 변형수(매지교회) 유웅수(금대교회) 이대규(신림교회) 박영철(기쁨의교회) 김명환(성화교회) 신현준(태봉교회) 이해민(공명) 장윤호(산현교회) 김영경(가까운교회) 김성선(구학교회) 목사 등 시찰회 작은교회 목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했다.

설교 준비를 하고, 목양 일념을 최대 고민으로 삼았던 목회자들이 망치와 톱, 타카기 같은 작업 도구를 직접 들고 나선다는 것이 왠지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나눔과 섬김을 이어온 시찰회의 전통, 선배들의 리더십에 따라 동료애로 똘똘 뭉쳐 튼튼한 팔ㆍ다리에 정성을 다했다.

변형수 목사는 "시찰회 산하 교회, 그리고 사택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 비만 오면 군데군데 비가 새 빗물이 흘러내리고, 오래된 건물은 단열이 안 된다. 쥐나 바퀴벌레가 서식하는 곳도 흔해 고생하시는 목사님들이 너무 많다"고 사택 건축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처럼 농촌, 시골교회의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모두가 버티고 있다는 말이 딱 맞다. 주거 환경마저 열악하지만 재건축, 리모델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건설업체에 직접 맡겨 공사를 진행하면 좋지만, 부족한 재정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국 그 고충에 아파하고 공감하는 동료 목회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사랑 나눔의 필요성에 귀 기울인 순수한 동역자들은 사택 짓는 일꾼이 됐고, 참여하지 못한 동역자들은 음식 대접을 비롯해 물질 및 물품 후원 등 다양한 섬김의 손길을 더했다.

목회자들은 마음과 뜻을 모아 2014년 12월 성화교회 사택을 허물고 2015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모금된 2000만원으로 자재를 구입하고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이어 골조를 세우고 설비, 내장, 방수, 타일, 바닥, 기타 공사 등을 이어갔다. 성화교회 사택 공사는 외부 마감공사를 끝으로 지난해 12월 말까지 진행됐다. 재정 부족으로 자재 마련이 어렵고, 꼼꼼한 점검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탑을 쌓듯 기초부터 차근차근 바르고 안전하게 지었다. 목사로만 구성된 건축팀이 성화교회의 아담하고 깨끗한 러브하우스를 탄생케 한 셈이다.

새로 들어선 사택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싱크대, 윤기 흐르는 새 소파가 자리를 잡았고, 밖에 있던 화장실까지 모두 안으로 들어왔다. 곰팡이가 슬고, 쥐가 드나들던 창고 같은 옛 사택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찬 바람에 자녀들이 추위에 떨진 않을까 걱정했던 김명환 목사도 한시름 덜었다.

이 같은 동료 목사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탄생한 사택을 바라보던 김명환 목사는 "동료 목사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섬김에 너무 감사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 목사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혔다. 기쁨이 뒤섞인 감사의 눈물이다.

유웅수 목사는 마감 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동역자를 위한 사랑 나눔에 협력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며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목사님들이 참여하고 힘을 모았기 때문에 공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영철 목사는 "주변 교회들이 재정적인 자립이 안돼 있기 때문에 동료 목회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물질과 노동에 십시일반 참여했다"며 "건축을 통해 예수님의 진한 향기를 전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원주시찰 목회자들의 이 같은 사랑 나눔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랑의 김장 나눔을 시작으로 그동안 금대교회(유웅수 목사 시무) 교육관, 구학교회(김성선 목사 시무) 화장실, 태봉교회(신현준 목사 시무) 사택 리모델링, 작실교회(강재석 목사 시무) 교육관 등 다양한 공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거주 공간이 없는 지역 교회 평신도를 위한 주거 공간까지 마련하는 폭넓은 섬김을 실천했다.

이 같은 봉사에 일부 목회자들은 "목사가 왜 공사판까지 뛰어드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주어진 재능을 통한 봉사는 지역 교회의 연합을 이루고, 동역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새로운 동력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대규 목사는 "같은 지역, 시골교회이기 때문에 개 교회의 형편과 상황을 모든 목사님이 다 안다. 이웃 교회가 함께 하지 않으면 어려움은 배가 되지만, 함께 하면 위기나 아픔도 반으로 줄이고, 극복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힘이 되는 강원노회 원주시찰회의 협력이 우리 노회와 총회, 한국교회를 위한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사에 참여한 목회자들은 땅만 있으면 집을 세울 수 있을 만큼의 노하우와 기술을 확보했다. 그래서 여전히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많은 목회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변형수 목사는 "따뜻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더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 타 지역의 노회와도 연대해 진정한 사랑 나눔이 있는 운동이 되면 좋겠다"며 사랑 나눔을 위한 전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재능과 시간, 물질을 나누고 더불어 사는 세상, 교회를 이루기 위해 땀 흘리는 진정한 동역자들의 아름다운 헌신과 봉사에 한국교회의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