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담임, 우리는 파트 사역자"

"하나님은 담임, 우리는 파트 사역자"

[ 아름다운세상 ] 사랑의 4겹줄, 경산비전ㆍ경산서부ㆍ옥곡ㆍ사랑의빛광성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7월 12일(화) 10:27
   
 

【경산=표현모 기자】대구동노회 산하 경북 경산지역에는 반경 1km 근방에 네 교회가 모여 있다. 경산비전교회(박재수 목사 시무), 경산서부교회(최일영 목사 시무), 옥곡교회(김동욱 목사 시무), 사랑의빛광성교회(박경환 목사 시무)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네 교회 모두 백 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 두 교회는 성도 백명 쯤 되고, 두 교회는 50명이 채 안된다.
 
경쟁을 하려면 심하게 경쟁을 할 수도 있었던 이 네 교회는 서로간의 경쟁 대신 상생을 위한 협력을 선택했다. 8년 전 금요기도회를 한달에 한번 연합으로 드리기 시작하더니 연합부흥회, 연합체육대회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5월에는 네 교회가 힘을 모아 선교사를 파송하기까지 했다. 교회마다 교인감소, 헌금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 작은 교회 네 곳이 손에 손을 잡고 '담쟁이'처럼 한발 한발 벽을 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협력 사역의 비결을 듣고자 기자가 직접 경산으로 내려가 네 명의 목사들을 만났다.

#사겹줄로 묶인 작지만 튼튼한 교회들

네 교회의 협력은 2009년 5월 28일 금요기도회를 같이 드리면서 시작됐다. 매번 각 교회를 돌면서 기도회를 하다보니 각 교회의 장점을 나머지 교회가 받아들이기도 하고, 성도들 간 보이지 않는 경쟁심으로 신앙과 교회생활에도 더욱 분발을 하게 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낳았다.
 
연합금요기도회가 2년 정도 지나니 협력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각 교회들은 교인 증가와 성도들의 신앙 성장을 위한 부흥회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작은 교세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네 교회의 목사들은 매년 2월 연합부흥회를 갖기로 했다. 그래서 2011년 2월 13~15일 첫 연합부흥회를 시작했다. 부흥회 또한, 4개 교회를 옮겨다니면서 진행된다. 만약 집회를 다섯번 하면 제일 작은 교회에서 새벽집회 2번, 나머지 교회가 저녁 집회 한번씩을 진행하는 식이다.
 
경산비전교회의 박재수 목사는 "사실 제가 단독으로 부흥회를 해봤는데 강사비와 접대 부담은 물론, 인원도 별로 오지 않아 죽을 고생을 해봤다"며 "연합으로 부흥회를 하니까 재정과 사람 동원에 있어 부담이 적고 은혜는 똑같이 받는 등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합으로 진행하니 권병학 목사(안산시흥교회) 김의식 목사(화곡동치유하는교회) 이순창 목사(연신교회) 최영태 목사(대구충성교회)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허원구 목사(부산산성교회) 등 인기 강사를 초빙할 수 있었다.
 

   
▲ 연합기도회 모습.


경산서부교회 최일영 목사는 "강사 목사님들에게 우리가 부흥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협력하는 모습을 설명하면 목사님들이 요즘 시대에 이런 협력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며 좋아하시고, 더욱 열심을 내신다"며 "강사 목사님들이 후에 우리 목사 부부들을 초청해서 대접도 하시고 아직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부흥회를 한 후 4개 교회는 더욱 친해져 그해 5월 7일 연합체육대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체육대회를 진행하는데 있어 네 명의 목사는 승패가 갈릴 경우 이에 따라 기분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네 팀으로 나누지 않고, 청군과 백군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점수를 개교회로 환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개 교회 종목은 변수가 많은 종목으로 한다. 작은 교회도 이길 수 있게 하는 나름의 배려다. 상품도 1등이나 5등이나 거의 다르지 않다. 부흥회는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지만 체육대회는 평신도들이 연합해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평신도들까지 서로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네 교회가 마치 하나의 교회처럼 친해지면서 이들은 더 큰 협력을 꿈꾸게 됐다. 올해 연합부흥회 강사로 허원구 목사(부산산성교회)를 초빙한 네 교회는 선교에 대한 허 목사의 메시지를 통해 선교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 것. 허 목사에게 선교사를 추천 받아 네 교회 20가정이 5만원씩 헌금하는 방식으로 M국에 이석0 박은0 선교사를 파송하게 된 것. 네 교회는 지난 6월 5일 경산비전교회에서 파송예배를 드렸다.

#비교와 경쟁 보다는 협력과 상생

지난달 9일 경산비전교회 카페에 네 교회의 목회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기자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협력사역을 진행하면서 경쟁의식은 없는가?"
 
이에 대해 경산서부교회 최일영 목사는 "경쟁보다는 서로 자극과 도전을 준다"며 "성도들이 한달에 한번씩 교회를 순회하니까 그 교회의 좋은 점을 탐내게 되는데 우리 교회 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면서 성도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처음 기도회를 시작하게 될 때 두려웠던 것이 설교가 비교되는 것이었다"며 "1년 반 지나니까 거기서 자유로워지더라. 우리가 기도회를 다녀오게 될 때 교인들도 내 앞에서 다른 목사님에게서 은혜 받았다는 것을 스스럼 없이 말하게 됐다"고 말한다.
 
옥곡교회 김동욱 목사는 "우리는 부목사 경험이 많다. 이제 단독목회를 하지만 우리가 다시 부교역자의 모습으로 돌아가보자고 했다"며 "하나님이 단독 목회하시고 우리가 각자의 부서를 담당하는 것 같이 하니까 매우 편하다. 달란트가 다르니까 서로 보완이 된다"고 협력사역의 장점을 말했다.

   
 


 
경산비전교회 박재수 목사는 "우리 기본정신이 윈윈이다. 누구 하나 죽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목사님들 중 혼자 해보려고 하다가 고립되고 지치는 것을 많이 봤다. 20년 되어도 자립 못하는 교회가 많다. 연합한 우리들 교회는 모두가 조금이라도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네 교회 중 가장 나중에 합류한 사랑의빛광성교회 박경환 목사는 "개척을 하니까 사실 막막했다. 선배 목사님들과 같이 하면 정기적으로 코칭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합류시켜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그래도 내가 일익을 담당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유일한 자립대상교회였던 사랑의빛광성교회는 지난해 가을 드디어 자립을 했다. 자체 건물도 구입하고, 문화와 찬양 중심의 사역을 활기차게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목회자 각자가 다른 장점을 갖고 있어 시너지가 크다고 말한다. 맏형인 김동욱 목사는 열정이 넘치고 추진력이 좋으면서도 화합을 잘 시키며, 박재수 목사는 창의적이며 아이디어 뱅크 역할, 그와 동갑인 최일영 목사는 만능스포츠맨에 대외적인 일에 리더십을 발휘한다. 한살 아래 막내 박경환 목사는 음향과 미디어, 찬양과 행정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고 한다.
 
네 교회가 협력하는데 중요한 요소를 꼽아달라고 하니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모임에 대장이 없다는 것"이다. 행사를 하면 행사 성격에 따라 재능이 있는 목회자가 앞장을 서고, 전체를 생각하지 우리 교회 위주로 생각하지 않는 점이 이들의 관계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
 
또한, 이들은 "목회적으로 서로 검증해주고 도움을 주는 점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은다. 각자의 교회 분위기와 정서를 아니까 조언도 잘해줄 뿐 아니라 속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목회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끼리 차량이 필요하면 저 교회 차량을 빌려 사용하고, 복사기가 고장나면 서로의 복사기를 자기 것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연합단기선교 등 협력 분야를 더욱 넓혀야죠. 우리는 이제 오래 되고 정도 많이 들어서 이혼도 쉽지 않아요. 이렇게 행복하게 목회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기적입니다."

 

   
▲ 연합선교사 파송식을 마치고.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 시는 1993년에 출판된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시집에 속한 시이다. 네 명의 목회자들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자신들의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낸 시라며, 각지에서 목회에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과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도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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