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샬롬의 회복' 꿈꾸는 사람들

이 땅에 '샬롬의 회복' 꿈꾸는 사람들

[ 아름다운세상 ] '회복적 정의' 운동의 선구자 한국평화교육훈련원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6월 04일(목) 15:40
   
 

'회복적 정의'란 어떤 법을 어겼을 때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응보적 관점이 아니라 범죄는 관계를 깨뜨린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 그 깨어진 관계와 피해를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의이다.
 
사법으로서의 '회복적 정의'는 197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엘마이라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알려진다. 작은 마을에서 십대 소년 두 명이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스물 두집이 피해를 봤는데 청소년 보호감찰관이 "가해소년들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치유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제안을 판사가 받아들이면서 세계 최초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여 대화를 나누게 된 것.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들은 소년들의 방문과 자발적인 사과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소년들은 계속해서 마을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과 한국회복적정의협회(KARJ)가 '회복적 정의' 운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은 지난 2001년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의 한 부서로 시작되어 2011년 독립 법인화해 '회복적 정의'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은 회복적 정의 실천가를 양성하고,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생활교육 워크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양성된 실천가들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회복적 정의의 관점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체에서 배출된 이들은 지난해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KARJ)를 설립해 '회복적 정의' 조정자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두 단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이재영 원장이다. 이재영 원장은 KOPI의 원장으로, KARJ의 회장으로 '회복적 정의' 운동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인물. 이 원장은 군 제대 후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평화학을 배우며,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에 주시려고 했던 것은 '샬롬의 회복'이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제가 하나님께 제 두 손을 들은 것은 예수님께서 자기 복종을 통해 하나님의 꿈, 샬롬의 회복을 위해 제물이 되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예수님은 십자가 상에서 무력으로 내려오시지 않고 순종하셨잖아요. 이것은 우리에게 단순히 '착하게 살아라' 정도의 순종이 아닌 '자기를 복종시켜서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이잖아요. 원수 앞에서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쪽 뺨을 돌려대는 적극적 평화의 삶을 살지 않으면 십자가의 삶은 불가능한거라는 깨달음이 왔어요."
 

   
 


이러한 깨달음과 함께 그와 함께 공부한 르완다, 팔레스타인, 북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분쟁지역에서 온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와 사귐을 통해 그는 이들 나라처럼 갈등과 상처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회복적 정의'를 알리고 보급해 갈등을 평화와 치유, 화해로 전환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러나 한국에서 그 개념 조차 생소한 '회복적 정의' 운동을 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시도 끝에 이 개념들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각계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KOPI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약 500명으로, 이중 KARJ 회원은 280여 명 정도다. '회복적 정의' 전문가를 찾는 곳은 늘어나는데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법계에서도 형사적 처벌만으로는 온전한 사건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회복적 사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정식 법안이 된 화해권고제도 등이 그러한 예다. 그러나 '회복적 정의' 운동가들은 이러한 정도로는 정의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사회의 구성원들의 회복적 생활습관과 의식 변화만이 온전한 정의와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회복적 정의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곳은 교육계다. 교육 현장에서 갈등과 사건이 많아지고, 이를 올바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교육계에서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많아졌다. 매번 교육생의 절반 이상이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정도다.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 위치한 KOPI는 최근 남양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역 학교에 교육을 시작했다. 이러한 식으로 지역학교,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많은 이들이 회복적 정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교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이 '만물이 하나님의 원래의 창조로 회복하는 것이 참 정의'라는 의미를 갖고, 그 이론의 기반을 성경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에서는 단체교육을 요청해 교육을 받는 등 교계에도 그 관심이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 원장은 "교회가 회복과 평화의 근원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교회가 카페와 문화센터 등을 많이 운영하는데 그러한 열풍처럼 '회복적 정의' 센터를 세우고 지역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화해의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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