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사는 나라 한국, 아름답습니다"

"딸이 사는 나라 한국, 아름답습니다"

[ 아름다운세상 ] 한국교회연합, 결혼이주여성 부모 초청 행사 열어. 세계 각지서 80여 명 부모 입국 "감사합니다 한국교회"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4월 27일(월) 18:26
   
▲ 몽골에서 온 가족들은 바다를 처음 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장창일 차장

【강원도 속초=장창일 차장】"마~~(몽골어로 엄마)" 몽골 출신 임흐체첵 씨는 어머니 서드넘후 씨의 손을 쓰다듬고 잡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요. 먼 나라로 시집와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사는 게 녹록치 않다보니 자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교회가 나서서 엄마를 초대해 주다니... 이국땅에 살다보니 엄마를 보고 있어도 그리운 마음이 생길 만큼 간절히 보고 싶었어요~"

결혼으로 이주한 여성들의 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해 9일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다? 이런 꿈같은 행사가 실제로 열려 이산가족처럼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가족의 정을 나눴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양병희)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지난 21~29일까지 진행되며,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몽골, 중국 출신 결혼 이주여성의 부모 80여 명이 초대됐다.

지난 21일 새벽 3시 55분 몽골에서 온 부모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쁨의 눈물을 쏟으며 딸 가족과 만난 이후 이날 오전 7시50분까지 순차적으로 필리핀과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태국에서 딸을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달려온 부모들이 인천에 내려 딸과 해후했다.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딸과 사위, 손자, 손녀와 함께 숙소인 알펜시아 리조트가 있는 강원도로 이동해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이들은 물론이고 와 본 경험이 있는 이들도 대관령 양때목장과 알펜시아스타디움, 고성 통일전망대와 아바이마을 등 강원도의 관광지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고 어느새 딸이 살고 있는 한국의 정취에 흠뻑 빠졌다. 특히 내륙국가인 몽골에서 온 부모들은 말로만 듣던 바다를 보고는 신기해 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입국한 지 2일째 되는 날 속초에서 만난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다보니 각 나라 말로 다정한 대화들이 이어지며 '글로벌 미담'들이 쏟아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온 누엔 티곤 씨는 "딸이 살고 있는 나라 한국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되질 않아 마음으로 기도만 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한국교회가 나서서 이 같은 만남의 기회를 주시니 얼마나 감사하고 딸을 만난 기쁨이 말로 표현이 안된다"라고 눈물 지었다. 옆에 있던 태국인 캄마 콴 씨도 "한국에 있는 동안 딸과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못 준 사랑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온 침게 씨는 큰딸 사림도야 씨와 함께 한국으로 시집 온 막내 딸 울지 씨를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청초호 옆에서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연신 "신기하다"고 외치던 침게 씨는 서울 딸네 집에 가서는 민속촌도 가보고 서해안도 여행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23일 저녁까지 강원도 관광을 마친 이들은 이날 늦은 저녁 귀경해 딸의 집으로 향했다. 낯선 땅에 시집와 살고 있는 딸의 집을 방문한 부모들은 28일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29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환송식에 참여한 뒤 아쉬움을 남기고 각자의 고국으로 떠난다.
 

한교연은 기독교 선교 130주년을 맞아 국내외 선교를 재조명하고 향후 150년을 향한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부모 한국 방문 행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을 위로하고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담았다.

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한국이 받았던 사랑을 세계와 나누자는 취지로 마련한 이번 행사는 한교연 식구들은 물론이고 회원교단들과 기도하며 기쁨으로 준비했다"면서, "오랜만에 딸과 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감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목사는 "한교연은 이번 한번으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돌보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가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교연 사회문화국장 신광수 목사는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처음 하는 행사이다보니 재정을 마련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만큼 혹여 발생할 수도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특히 행사를 준비했던 실무진은 방한했던 부모들 중 만약에라도 귀국행 비행기에 타지 않는 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여러나라에서 한꺼번에 많은 분들이 오시다보니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많은 준비를 했다"면서, "애초에 130명을 초청하려던 계획도 비자발급에 문제가 생겨 80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런 관점에서 모든 방문자들이 무사히 귀국하도록 안내하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교연은 부모 방문 행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점은 이미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도 언급한 부분으로 한교연 내부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일들을 계속사업으로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피부색만 다르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인 지구촌 이웃들을 향한 한국교회연합의 사랑나눔 사역이 써내려 갈 글로벌 미담 행진이 어떤 결실들을 맺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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