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만에 남대문시장서 열린 환희의 부활절 예배

600년만에 남대문시장서 열린 환희의 부활절 예배

[ 아름다운세상 ]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신앙요람 '숭례문선교회', 시장서 처음 여는 대규모 기독교집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4월 14일(화) 11:57
   
 

"할렐루야! 우리 구주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남대문시장 한복판에서 남대문시장의 부흥과 예수 부활을 선포하는 기도와 찬양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남대문시장의 상인들로 구성된 숭례문선교회(회장:김판호)가 '남대문시장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활절 연합기도회'를 지난 4일 남대문시장 한복판인 서울상회 사거리에서 선교회 회원, 인근 교회 교인, 상인, 관광객 및 행인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것.
 
이곳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이 생긴지 600여 년만에 남대문시장 한 복판에서 대규모 기독교 집회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래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토요일의 남대문시장은 상인과 물건을 사기 위해 온 손님들,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붐빈다. 시장 내 상가가 2만2000여 곳, 일하는 상인들은 얼추 추산해도 4만여 명이 되며, 하루 유동인구는 40만 여 명에 달하는 곳이니 이날 기도회가 진행된 오전 11시에서 12시 30분 사이에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가장 바쁜 시간대인 토요일 오전 11시 숭례문선교회 회원들은 잠시 가게를 비우고 시장의 한 가운데 일명 서울상회 사거리에서 무대를 꾸미고 약 400개의 의자를 깔았다. 평생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처음 보는 예배 광경에 상인들도, 지나가는 행인들도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기웃거렸다.
 
예배시간 1시간 전부터 선교회 회원들은 부활절 계란을 준비해 인근의 상인들과 행인들에게 나누며 예수 부활의 기쁜 소식을 나눴다. 믿지 않는 상인들도 친분이 있는 선교회 회원들에게 "예배 준비 잘 됐느냐"며 격려하곤 했다.
 

   
 


남대문 상인들의 최초의 부활절연합집회를 위해 인근 교회인 남대문교회, 상동교회, 남북교회가 협력했고, 숭례문선교회가 분리되어 나온 남대문선교회까지 협력했다.
 
이번 남대문시장에서의 부활절연합기도회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교회 회장 김판호 장로의 '거룩한 분노' 때문이었다.
 
지난해 남대문시장에서는 커다란 굿판이 벌어졌다. 시장에서 중국요리집을 운영하는 선교회 회장 김판호 장로가 이를 보고 "어떻게 시장 한 복판에서 굿을 할 수 있냐"며 시장주식회사측에 항의를 하고, 우리 기독교인들도 예배를 드릴테니 허락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
 
이제까지 한번도 기독교 대규모 집회를 허락한 적이 없었던 시장측도 김 장로의 강력한 요구에 이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선교회의 재정부족으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고, 회원들인 상인들도 눈코뜰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부활절기도회를 최전선에서 준비한 숭례문선교회 이석준 목사와 임성지 목사, 그리고 회장 김판호 장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웃한 교회 중 남대문교회의 손윤탁 목사가 흔쾌히 설교를 수락하고, 상동교회의 서철 목사도 축도를, 남북교회에서 특별찬송을 허락하면서 선교회는 큰 힘을 얻었다.
 
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석준 목사의 찬양인도로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는 조성덕 장로의 인도로 기도회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최초의 남대문시장 집회가 시작됐다. 지나가는 외국인들도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기도회에 참석했고, 선교회 회원은 아니지만 바쁜 생활 때문에 주일날 부활절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인들도 참석해 예수 부활의 감격을 체험했다.
 
이날 손윤탁 목사는 '부흥케 하시는 그 분' 제하의 설교를 통해 "여러분들은 남대문시장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약진을 위해 이 자리에 모여 뜨겁게 기도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살아나려면 좋은 소문이 중요한데 기독교인인 여러분은 시장의 소문 뿐 아니라 진정한 좋은 소문인 예수 부활의 소식을 널리 알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 후 이석준 목사는 "이곳 상인들은 주말에 일을 하기 때문에 교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상황 속에 있는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오늘 기도회를 통해서 부활의 기쁨을 체험하고, 주변 상인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복음이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사역하는 임성지 목사는 "예배를 드린 곳은 사실 시장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드리던 곳"이라며 "이번 예배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 남대문시장의 주인이시고 복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선포했으니 이곳에 성령의 바람이 불고 부흥의 물결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첫 시작이 어려운 법. 남대문시장 600년 역사 속에서 첫 대규모 집회의 첫 발을 띤 남대문시장의 기독교인들이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 기대된다.

 

   
 

#숭례문선교회는?

신앙 지키기 위해 밤잠 포기하는 상인 위로하며 함께 예배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신우회를 조직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신앙생활을 유지해나갔다.
 
시장 내 최초로 남대문선교회가 조직되어 한 때 5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번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몇몇 선교회로 분리된 상태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중 숭례문선교회가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0여 년 전 임성지 권사(현재 숭례문선교회 목사)는 남편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새벽기도회를 시작하고, 이것이 점점 커져 남대문선교회로 조직되고 별도의 사무실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선교회가 커지면서 갈등이 생겼고, 그곳을 나와 새롭게 창립한 곳이 숭례문선교회다. 숭례문선교회는 중남미 선교사 출신 이석준 목사를 담당 목사로 초빙하고, 최근 목사 안수를 받은 임성지 목사가 심방을 담당하며, 선교회 활동을 하고 있다. 임 목사의 남편인 김판호 장로는 회장을 맡아 최선을 다해 선교회를 이끌고 있다. 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들에게는 판매하는 물건이 있어 이것들을 나누며 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없는 살림에도 해외 2곳, 국내 4곳의 선교지에 20만원 씩을 후원한다. 또한, 남대문시장 내 경비와 청소하시는 이들을 돕고 있다.
 
숭례문선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새벽에 시작된다. 매일 새벽예배가 3부로 진행된다. 5시 예배는 밤을 새운 교인들이, 6시 30분 예배는 9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 3부인 8시 30분 예배는 11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이 참석한다. 그냥 조용한 새벽기도회가 아니라 뜨거운 집회 분위기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밤잠을 포기하고 오는 이들이기에 이들의 얼굴에 서린 영적 갈급함을 보면 두 목사는 마음이 미어진다고 한다. 이 목사가 인도하는 새벽예배가 끝나면 임 목사가 이곳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각 사업처를 찾아가 예배를 드린다. 이들의 열심으로 선교회 회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0~50명 정도가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심방예배를 드리는 이들까지 합하면 약 150명 정도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남대문시장의 상인으로 시작해 선교회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헌신하고 있는 임성지 목사는 수년간의 암투병도 이기고 선교회 활동에 미온적이던 남편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만든 선교회의 산 증인이다. 임 목사는 남대문시장의 모든 상인들이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여인들에게는 눈물의 장소라고 말한다. 그래서 남대문의 여인들에 대해 말할 때면 언제나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남대문시장의 경기가 안좋아진 후 많은 상점들이 점원을 고용하는 대신 부부가 함께 일해요. 아니면 남편 없이 혼자 일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분들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상점에서 4~5시간 쪽잠을 자는게 휴식의 전부예요. 집에 들어가더라도 쉬지 못하고 살림을 하고요. 그런 분들이 시간을 쪼개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지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선교회는 더 부흥하고 발전해야 해요. 그리고 남대문시장도 더 활력을 찾아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야 하고요. 한국교회 교인들도 남대문시장, 그리고 숭례문선교회를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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