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 이 순간"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 이 순간"

[ 아름다운세상 ] 오페라 가수 배재철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3월 10일(화) 16:39

   
 
지난해 말 영화 한편이 상영됐다.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이 영화는 유럽의 오페라 무대를 장악하며 '10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 동양인 성악가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담고 있다. 최고의 찬사와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목소리로 노래했던 오페라 가수가 생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겪는 인생 최대의 고비에서 다시금 신앙을 회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 깊은 감동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주인공이 '리리코 스핀토, 배재철'(높은뜻광성교회 집사)의 실제 이야기임을 알기에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힘 있는 목소리'를 함께 지닌 테너를 이르는 '리리코 스핀토'. '하이 시(C)'를 쉽게 넘나들면서 강한 고음과 긴 호흡, 풍부한 성량을 가진 그는 '아시아 오페라 사상 최고의 테너'로 주목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동양인에게는 인색한 독일 자르브뤼켄극장과 주역 테너로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그 무렵, 갑상샘 암으로 성대와 횡격막 신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목소리와 오른쪽 폐의 기능을 상실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재수술과 재활을 통해 2008년 12월, 무대에 복귀하긴 했지만 목소리의 50% 밖에는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전의 그의 목소리를 다시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그를 '비운의 오페라 스타'라고 부르지만 그는 '고난이 유익이 되었노라'고,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지금 이 순간'이라 말한다.

그런 그를 지난 3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멋있었다.

"주님 주신 목소리, 주님이 가지고 가셨다가 다시 주셨으니 주님만 찬양하며 살아야죠. 무대에서 찬양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찬양 집회에서 찬양하며, 성악가로서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노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온전하지 않은 목소리'지만 온 몸을 다해 노래한다. 테크닉보다 그가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토해내는 그 진실함이 팬들과 소통하기 때문인지 그의 무대가 끝나는 시간은 꼭 눈물 한가득이다.

성악가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이기에, 성대 신경이 끊어지고 호흡기능을 상실한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서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오직 주님과 나만이 아는 일이었죠."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 다시 무대에 세우실 거란 확신과 평안이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교회학교 찬양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알게 된 소년은 노래를 시작했고 평생을 노래하면서 살 줄 알았다. 수많은 국제 콩쿠르를 정복하면서 국제 매니지먼트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았던 전도유망한 성악가, 배재철. 암 선고를 받고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 비로소 그는 오랫동안 찬양하지 못했음을 회개했다. 그는 "내 목소리의 주인을 잊고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내 목소리로 주를 다시 찬양할 것이다" 다짐했다.

지금의 안정을 찾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술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잘 나가던 오페라 스타는 한 순간 퇴물 취급을 받았다. "내 인생은 끝"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데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도 없었다. 모두가 등을 돌리고 그를 외면했을 때 단 한사람. 일본인 매니저 와지마 도타로가 그를 도왔다. 와지마는 그에게 갑상연골성형수술을 권유했고 의사도 찾아냈다. 성대 성형으로 소리를 나게 하는 이 수술은 성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서 목소리를 내게 하는 수술.

집도의가 그의 상황을 보기 위해 노래를 불러보라 했고, 그 때 '주 하나님 모든 세계'를 찬양했다. 그렇게 그의 찬양은 시작된 것이다. 화려한 오페라 스타보다 '찬양사역자'로서, '기적의 성악가'로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그의 삶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제 영화를 보고 용기를 다시 냈다고 해요. 다시 살아날 이유를 찾게 되었다고요. 화려한 오페라 무대도 빛났지만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지금의 삶이 더 빛나지 않습니까? 저는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가장 행복해졌습니다. 인생에 절망은 없습니다. 절망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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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집사 실화 다룬 영화 '더 테너...' 재상영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는 목소리를 잃은 오페라 가수 배재철 집사가 다시금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실화를 그려냈다. 영화배우 유지태 씨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으며, 무엇보다 배역을 위해 1년 동안 배 집사에게 테너 수업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해졌다.

영화는 높은뜻광성교회에 함께 출석하는 김상만 감독이 우연히 배 집사의 사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 영화로 제작됐다. 좌절을 딛고 다시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았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일찍 막을 내리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배 집사의 팬들과 영화 마니아들의 후원으로 재관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성금을 모아 재상영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 그 결과 현재 동작구 아트나인, 신촌 필름포럼, 안동 중앙시네마 등 세 곳에서 재상영되고 있다.

배 집사는 "영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인생이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 하지만 언젠가는 이 상황이 지나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만 우리가 온전해 질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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