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보다 소중한 복음 위해 사선 넘다

목숨 보다 소중한 복음 위해 사선 넘다

[ 아름다운세상 ] 바이올리니스트 정요한 집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5년 02월 03일(화) 10:06
   
 

"복음을 지키고 전하는 일, 크리스찬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식, 바로 '복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나님의 이야기.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마저 아끼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의 용기는 언제 들어도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복음 위해 살고, 복음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크리스찬, 그들이 엮어낸 따뜻한 복음 이야기로 아름다운세상의 막을 연다.

정요한 집사(광림교회ㆍ43세) 김예나 성도(36세) 부부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난 탈북민이다. 정 집사의 고향은 평양이고, 2009년 한국 땅을 밟았다. 국내 탈북민을 대략 2만8000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신앙을 지키기 위해 탈북을 결심한 특별한 사연을 정 집사는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탈북 후 정부 관계자조차도 신앙 때문에 탈북할 수 있겠느냐고 의아해 했죠. 하지만 해외 유학길에 오른 후 지인을 통해 할아버지가 전해 준 하나님을 만났고, 신앙의 첫 사랑, 주일성수의 계명을 지키기 위해 결국 탈북을 결심했죠."

바이올리니스트 정요한 집사는 곧장 자신의 전 재산인 바이올린과 악보 책을 들고 탈북 길에 올랐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최고 수준의 바이올린을 담보로 탈북 비용도 마련했다. 유럽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만큼 북한에서 촉망받았고, 김정일 전용 악단의 악장과 단장을 역임할 만큼 인재로 손꼽혔지만, 하나님 외에는 길이 없음을 통감했다.

정 집사는 "평양에서 태어나 4살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죠. 전국 어린이방송예술경연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예술영화에도 출연해 김정일의 눈에도 들었다"며 "하지만 세상의 부나 명예, 그 어떤 권력으로도 우리 하나님과는 바꿀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정 집사의 과거 뒤에는 바이올린을 연습하던 어린 손자를 껴안고 무릎 꿇던 할아버지의 기도가 있었다. 종교를 탄압하는 북한의 체제 속에서 신앙 계승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할 만큼 어려웠지만, 할아버지는 신앙을 지켰다. 그리고 복음의 씨앗을 어린 손자에게도 심어줬다.

정 목사는 "북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는 몹시 나쁜 것이고, 주체사상을 흔드는 아편과 같다고 교육한다. 또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그런 교회의 목사나 장로는 괴수 중의 괴수라고 홍보한다"며 "그렇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괴수를 선택하셨고, 신앙을 지키셨다"고 했다.

탈북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 집사는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2011년에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 순교자 집안의 탈북자 피아니스트 김예나 성도를 만나 결혼을 했다. 이후 새벽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교회 봉사에도 최선을 다했다. 실력은 갖췄지만, 악기가 없어 연주할 수 없었던 딱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사연을 들은 한 악기점 사장은 흔쾌히 고가의 바이올린도 선물했다.

정 집사는 "악기 구입을 위해 서울 예술의 전당 인근에 악기점에 갔는데 10만 원으론 어림도 없었다. 사연을 들은 악기점 사장님께서 300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선물로 주셨다. 하나님의 기적과 은혜를 체험했다"며 "이후 교회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오케라스트라 단원으로 봉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 집사의 실력이 입소문 나면서 KBS교향악단에서 캐스팅 제의도 들어왔다. 하지만 정 집사는 당당히 거부했다. 복음과 통일을 위해 남한에 보내신 하나님의 계획과 은혜에 보답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을 믿고, 탈북민과 북한 주민을 위한 섬김 사역은 누구나 할 수 없다는 확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집사는 북한에는 여전히 핍박 속에서도 할아버지처럼 신앙의 끈을 이어가신 분들이 많다고 확신했다. 한국교회의 기도가 절실하다고 했다. 광복ㆍ분단 70주년을 맞이해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어느 때 보다도 높은 만큼 탈북민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정 집사는 남한 정착에 도움을 준 한국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이하 한정협) 홍보대사로 위촉받으며 탈북자 사역에 동참 중이다. 한정협을 비롯한 교회 간증에 70여 차례에 나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고, 군부대 등에서는 공연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있다. 오는 2월에는 찬양 앨범 발매도 앞두고 있다.

정 집사는 "내가 만난 아름다운 예수님,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살 수 없다. 그 사실을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아름다운 우리 예수님을 모르는 북한 주민과 복음통일의 주역이 될 탈북민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복음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한 탈북민의 아름다운 신앙이 멀고도 가까운 북녘땅에 아름다운 복음 이야기로 전해지는 씨앗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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