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작명 유감

교회 작명 유감

[ 논단 ] 주간논단

서진한 목사
2014년 12월 08일(월) 19:13

요즘 한국교회에는 다양하고 특이한 교회 이름이 넘쳐난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교회의 창의적인 이름들을 소개하고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도 어디엔가는 새로 세우는 교회의 이름을 짓느라 머리를 싸매는 목회자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교회 이름 짓기, 소위 교회 작명은 30여 년 전부터 몇몇 '선구자'(?)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이제는 대세가 되었다. 사랑의 교회, 소망 교회, 온누리 교회, 지구촌 교회 등의 이름은 고전이 되었다. 그래서 그 이름을 그대로 베끼거나, 그 이름 앞에 다른 수식어를 붙여 유사한 교회 이름을 만든다. 이른바 짝퉁 이름이다.

교회 이름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다사랑 교회, 느티나무 교회, 작은샘 교회, 산마루 교회, 물가에 심긴 교회, 은혜충만 교회, 하늘꿈 교회, 새하늘 교회, 성령 교회, 임마누엘 교회, 믿음 교회, 만민중앙 교회, 높은뜻숭의 교회, 밀알 교회, 좋은목자 교회 등등.

한국 교회가 성장주의와 기복주의로 기울다 보니, 성장과 복을 염두에 둔 듯, 복과 은혜 교회, 치유 교회, 은사 교회, 만사형통 교회, 아멘충성 교회, 복받는 교회, 축복 교회, 잘풀리는 교회 등의 이름도 있다. 내가 본 가장 놀라운 교회 이름은 '하늘스크린 교회'였다. 아마도 하나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스크린 같은 교회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 다양한 교회 작명이 정말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 이렇게 마구 이름을 지어대도 괜찮은 것인가? 교회 작명은 신앙정신이나 전통에 부합한 것인가?

목사가 되려고 하는 이들은 신학교에서 교회의 특성에 대해 배운다. '교회는 하나요, 거룩하며, 보편적이고, 사도적(使徒的)이다.' 이것은 교회가 오랫동안 신조에 담아 지켜온 근본적인 고백이다. 이 네 가지 특성 중에 첫째는 '교회는 하나'라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몸'이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몸이 여러 개일 수 없듯이, 당연히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하나'다.

교회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도시에 있거나 시골에 있거나, 잘 배운 사람들이 모였거나 못 배운 사람들이 모였거나 다 하나의 교회다. 다만 몸이 하나이지만 그 몸에 여러 지체가 있듯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에 붙은 여러 지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교회의 이름은 교회가 세워진 지역의 이름을 땄다. 고린도 교회, 갈라디아 교회, 안디옥 교회, 예루살렘 교회가 다 그런 이름이다. 한국의 오래된 교회들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소래교회, 정동교회, 새문안교회, 연동교회 등은 모두 지역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한 동네에 교회가 두 개가 되면 제일교회, 제이교회 등으로 불렀다.

천주교는 지금도 이 전통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명동에 있으니 명동 성당이고, 광장동에 있으니 광장동 성당이다. 지역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경우는 특별한 교회를 세울 때뿐이다. 천주교의 베드로 성당 등이 그렇고, 개신교의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교회, 선교100주년을 기념하는 교회 등이 그렇다.

오늘날 도시에는 한 지역에 여러 개의 교회가 경쟁하듯 들어서 있으니, 동네 이름만으로는 교회를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때로는 건물 없어 세를 든 교회들은 이사를 하게 되니, 지역이름을 고수하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 이름 짓기 유행은 그런 불가피한 사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새 '하나의 교회'라는 고백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교회, 내 교회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목사 세습도 자연스러워졌다. 손수 개척해서 키운 회사 물려주듯,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다. 옆 동네 교회가 문을 닫아도, 대형 버스를 돌려서 옆 동네 사람까지 다 실어온다. 교회는 이미 경쟁 가운데 있다. 그리스도의 몸이 그리스도의 몸과 경쟁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모독이자, 독신(瀆神)의 죄일지도 모른다.

교회의 이름 짓기, 그것은 어쩌면 교회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믿음,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생각에서 멀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의 몸에 이름이 필요할까? 그리스도의 몸에 내 신학, 목회자가 추구하는 사상을 내걸어두어야 하는 걸까? 그러고 보면, 교회들이 마구 이름을 지어대는 이 풍조는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병들었다는 징표가 아닌가 싶다.

서진한 목사 /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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