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치소망교회 '꿈 땅 작은 도서관'

쌍치소망교회 '꿈 땅 작은 도서관'

[ 아름다운세상 ]  산골 아이들 가슴 속에 푸른 꿈이 자란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4년 09월 02일(화) 16:27

   
 
【순창:임성국 기자】 "우리 아이들이 사는 곳은 깊고 작은 산골이지만 가슴 속 꿈은 도시의 아이들보다 컸으면 좋겠어요."
 
폐축사를 없애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문화적으로 소외된 산골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땀 흘리는 우성익 목사(남원노회 쌍치소망교회). 아이들의 꿈과 신앙이 크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며 '꿈 땅 작은 도서관'이라 이름 짓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역을 전개하는 그를 만났다.
 
지난 8월 25일 굽이굽이 내장산 산길을 따라 찾아 들어간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운암리. 그곳은 호남고속도로 정읍 IC를 빠져나와 차를 타고도 50분 이상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이다. 유일한 대중교통인 버스 운행은 하루 세 차례, 동서남북 사면을 둘러보아도 온통 높은 산뿐인 마을엔 안개와 구름이 가득하다. 예고 없이 쏟아지던 장맛비도 지친 듯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산골 마을은 유난히 고요했다.
 
산골 마을의 오후 3시,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오 목사의 낡은 승합차가 쌍치초등학교 앞에 대기 중이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가기 위해 달려온 길이다. 목사님을 맞이한 아이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기 바쁘다.
 
학교가 있는 쌍치면에서 도서관까지는 차로 10여 분 거리. 마을 초입에 들어서 좁은 골목을 헤치고 나오자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또 있을까 싶게 교회 옆 자그마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장기간 흉물로 방치돼 마을 주민들에게조차 원성을 샀던 폐축사를 부임온 젊은 목사가 예쁜 도서관으로 개조한 것.
 
도서관의 문을 열자 아이들의 신발로 꽉 찬 나무 신발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생과 함께 온 4학년 우영이가 책장에서 꺼내온 책을 읽는다. 다 읽은 책은 가지런히 정리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책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도서관 한쪽에선 우 목사의 부인 정이화 씨가 19개월 된 딸을 등에 업고 아이들의 오카리나 지도에 한창이다. 10여 명의 아이는 문화강좌를 통해 틈틈이 익힌 연주 실력을 선보이며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책과 음악, 그리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산골 교회의 꿈 땅 작은도서관은 그렇게 마을의 유일한 지식창고, 문화공간이 돼 아이들의 신앙과 꿈을 키우는 씨앗을 심고 있었다.
 
우 목사 부부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논술지도사, 음악과 미술치료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양한 문화강좌를 운영 중이다. 자립대상교회 지원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에게는 아낌없는 투자로 사랑을 나눈다.
 
쌍치소망교회는 결국 기적이 일어났다. 마을에서 생활하는 16명 아이 모두가 교회를 나오게 됐다. 면 소재지에 있는 쌍치초등학교 재학생이 42명인 점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아이들이 교회로 모이자 관심을 보인 어른들도 교회를 나오기 시작해 3명이던 성도는 9명으로 늘었다.
 

우 목사는 "부임 전 교회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교회에 나오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상황은 안 좋았다. 하지만 교회의 환경을 정리하고, 가정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며 주민과의 소통에 나섰으며, 많은 분의 사랑으로 설립된 꿈 땅 작은 도서관이 산골 마을 교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게 했다"고 했다.
 
쌍치소망교회가 맺고 있는 아름다운 열매를 위해 지역 교회와 관공서, 호남신학대학교 농어촌선교연구소(이사장:안영로, 소장:강성열), 그리고 성도들의 사랑은 큰 힘이 됐다. 순창제일교회는 도서관 건축을 위해 폐축사 철거와 함께 기초공사를 협력했고, 우 목사가 부목사로 섬겼던 천안 서부교회에서도 건축 비용을 후원했다. 교회가 속한 노회 시찰회와 농어촌선교연구소는 재정적인 지원과 사랑을 아낌없이 더했다. 특히 다스퍼슨스건축사 대표 허민호 집사(신일교회)는 재능기부로 도서관 설계는 물론 시공과 감리까지 맡았고 1500만 원에 이르는 부족한 건축비용을 지원했다. 이렇게 조건 없이 모인 사랑의 씨앗은 산골 마을 쌍치소망교회에 아름다운 도서관을 세우고, 아이들의 꿈을 꾸게하는 열매를 맺게 했다.
 
특히 1년 예산이 700만원 밖에 안 되고, 많은 목회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산골의 작은 교회가 변화하기까지 우 목사 부부의 희생과 헌신을 빼놓을 순 없다. 새로 설립한 도서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누추한 사택, 고장 난 보일러 때문에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방 안에 텐트를 쳐야할 만큼 열악한 생활을 하면서도 운암리의 아낌없는 나무가 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우성익 목사는 "산골 교회는 열악하고 가난합니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절대 열악하지도 가난하시지도 않다는 사실을 마을 주민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쌍치소망교회 꿈 땅 작은 도서관이 앞으로도 잘 운영돼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큰 꿈과 복음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 한 권마다 사랑의 나눔이 담겨 있는 '꿈 땅 도서관.' 그곳에는 아이들의 꿈을 위한 오 목사 부부의 헌신, 산골의 작은 교회를 돕기 위한 교회의 관심이 많아져 더 큰 열매를 맺길 기대해 본다.

 

우성익 목사 인터뷰

"마을 아이들 16명 모두 교회 출석"
"산골 교회  교회학교 도울 손길 기다려"
 
"우리 아이들이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우성익 목사는 "쌍치면에는 학원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다. 아이들의 자존감도 정말 낮다"며 "아이들이 쌍치소망교회 꿈 땅 도서관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고,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해 이 땅에서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우 목사는 산골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문화강좌 프로그램, 도서관 운영 등에 협력하고 사랑을 더할 교회와 청년들의 관심도 요청했다.
 
우 목사는 "꿈 땅 작은 도서관이 산골 마을 작은 교회의 시설이지만 아이들과 지역 주민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며 "이 마을의 주민이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는 데 여러분이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한 오 목사는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사람, 누구보다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것이 산골 작은 교회, 한 목사의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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