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童心에 푸른 꿈 심는 '우물 할머니'

검은 대륙 童心에 푸른 꿈 심는 '우물 할머니'

[ 아름다운세상 ] 아프리카 빈곤층에 '깨끗한 물'로 사랑 전하는 '노국자 권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4년 06월 09일(월) 18:13

   
 
"물을 긷기 위해 소녀는 최소 왕복 2~4km를 오가야 했다. 2km를 오가는 데에 최소 1~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학교의 지각률, 결석률도 매우 높았다.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걷는 일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땅속 15미터만 파면 식수를 얻을 수 있는데도 우물을 팔 수 없어 흐르는 물에 짐승과 같이 먹고 씻고 하는 일들도 허다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아프리카에서 어렵게 물 긷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숨죽여 TV화면을 바라보던 노국자 권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했다. 한 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다고 자부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결국 "하나님께 기도하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물이 없어 아파하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니 무릎 꿇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우물을 팔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물이 없어 힘들어하는 저 아이들을 제 힘이 닿는 데로 돕고 싶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날의 기도 후 노국자 권사(온누리교회ㆍ74세)는 8년이 넘도록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수자원개발캠페인'의 헝거세이버이자 아름다운 '우물 할머니'로 활동 중이다.
 
2006년 2월부터 아프리카의 케냐, 모잠비크, 짐바브웨,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외딴 마을에 17개의 우물을 파내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희망을 전하며 어린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줬다.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물이 없어 아파하는 그들에게 우물을 파서 꿈과 희망을 전할 수만 있다면, 저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노 권사는 손을 걷어붙였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수중에 있던 생활비를 모두 털었는데도 우물 1개를 팔 수 있는 돈이 모이지 않았어요. 결국 교회 구역모임에 참석하는 성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희망의 우물 이야기를 꺼냈더니 1만원에서 1백만원까지 다양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어요."
 
성도들이 더한 사랑은 원동력이 되어 아프리카에 첫 우물을 파는 계기가 됐다. 노 권사가 아프리카의 희망 전도사로 변모하고, 전진하는 에너지로 작용했다.
 
하지만 첫 우물을 판 후 물통을 들고 헤매는 아이들의 얼굴은 더욱 눈에 아른거렸다. 노 권사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고민 끝에 손수레를 직접 잡아 들었다. 동대문구 일대를 거닐며 손수레를 끌고 헌 옷, 신문지, 빈 병 등을 주워 모았다. 폐품을 팔아 아프리카의 외딴 마을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서였다.
 
노 권사는 화장품도 판매했고, 청량리 신역사를 짓기 전 철길에 버려진 쇠붙이와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이 마시고 버린 캔 깡통과 병 등을 주워 팔았다.
 
주변에서는 "못사는 사람도 아닌데 웬 궁상이냐"며 말렸다. 하지만 노 권사는 "빈 병 하나에 물 한 모금, 고철 하나에 물 두 모금"이라고 생각하니 무릎 아픈 줄도 몰랐다"며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으는 일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노 권사는 이렇게 3년 동안 1000여 만원을 모았다. 그리고 그 돈 전액을 기아대책에 기부해 물 부족이 극심해 상습적으로 우물 쟁탈전이 일어났던 지역에 우물을 파서 아프리카 빈곤층 사람들에게 한 손에는 하나님의 복음, 또 다른 손에는 사랑의 손길을 전했다
 
이때부터 노 권사는 2개의 통장을 가지고 있다. 1개는 생활비 통장이며, 또 다른 1개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나눔의 통장이다.
 
노 권사는 "요즘처럼 어려운 때 후원 얘기를 꺼냈다가 서먹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겠지만, 우리가 입을 여는 것도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이다"며 "여전히 나누기는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기도하고, 준비된 마음으로 자신 입게 입을 열어 쉬운 것부터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권사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기아대책 헝거세이버로 활동하며 사랑을 나누기 위한 일에 적극 동참 중이다. 2006년 아프리카 케냐를 시작으로 우간다, 짐바브웨 등을 아프리카 현장도 방문했다.
 
"할머니가 아프리카에 왜 가냐고들 묻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곳 아이들은 서로 업고 안아주더군요.현지서 맨손으로 먹는 옥수수죽 생각하면 돈 만원이라도 아껴서 돕고 싶었어요. 아프리카에 희망을 주러 갔다가, 오히려 희망을 받아온 셈이죠."
 
아프리카 방문 후에는 기아대책 사역을 홍보하며 수백명의 이르는 후원자를 모집했다. 수백 통의 전화와 수천 통의 문자를 보내며 아프리카 우물파는 일에 동참을 호소하며 아프리카에서 받은 희망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삼킨 노 권사는 한국교회와 크리스찬들에게 사랑을 요청했다.
 
노 권사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속에 불이 난다"며 "많은 크리스찬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사랑 나눔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리고 "우물파는 일, 하늘나라 갈 때까지 하겠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복을 주시면 아시아에도 우물 파겠다"며 아이 같은 웃음을 내보였다.

 

   
 

 #노국자 권사가 소개하는 '기아대책 수자원개발캠페인'

"당신의 나눔으로 깨끗한 물을 채워주세요. 몇 리터를 선물하실 건가요?"
 
1971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기아대책은 2014년, 올해도 아시아 및 아프리카 15개 국가에서 1리터의 물로 생명을 전할 '기아대책 수자원개발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기아대책은 이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에만 짐바브웨, 난수단, 가나 등 19개 국가에 117개의 우물 개발과 45개의 우물 보수, 기타정수시설을 지원해 12만4034명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했다.
 
기아대책은 "세계 2200만 여 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이 없어 수인성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고, 7억8000만 명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원을 사용하고, 25억 명이 넘는 인구가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부족으로 질병에 노출돼 있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아시아 및 아프리카 15개 국가에서 진행될 1리터의 생명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기아대책 수자원개발캠페인의 정기후원 문의는 전화 02)2085-8377 또는 이메일 blesskyung@kfhi.or.kr로 가능하며, 일시후원은 하나은행 353-933046-75237(예금주: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로 할 수 있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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