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형 같은 떡볶이 목사님 정말 최곱니다"

"동네 형 같은 떡볶이 목사님 정말 최곱니다"

[ 아름다운세상 ] 떡볶이 군종목사 박희수 중위의 장병 사랑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4년 04월 17일(목) 11:18

 "동네 형 같은 '떡볶이 목사님' 정말 최곱니다"
 떡볶이 군종 목사 박희수 중위의 장병 사랑
 복음의 향기 담아 나누는 떡볶이에 장병들 열광
 
 "떡볶이 한 접시면 훈련 중 얼었던 마음 스르르 녹아요"
 매주 토요일 사비 털어 요리 … 감동한 이등병 신앙 없어도 '하나님께 감사'
 
 
 "빨간 양념이 윤기 있게 흐르는 떡볶이 정말 먹고 싶었는데 이게 꿈은 아니죠?"
 "떡볶이를 한 입 베 문 순간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라는 제가 지키겠습니다.(눈물)"
 "떡볶이 군종목사님 최고입니다. '우'리 '동'네 '형' 같은 목사님 '우동형'을 영원히 사랑할 겁니다." 

맛을 보기가 무섭게 소감을 늘어놓는 이들은 육군 23사단 57연대에 갓 전입해 온 이등병들이다. 본교단 군종목사 박희수 중위(28세)가 매콤한 고추장을 풀어낸 양념,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떡, 고소함이 일품인 어묵으로 맛을 낸 떡볶이가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
 

   
 

"희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볶이 한 접시면 훈련 중 얼었던 장병들의 마음도 녹아요. 우리 부대로 전입온 이등병이 떡볶이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웃음)."
 
강원도 동해안 경계 임무를 맡은 육군 부대의 동천 군인교회를 시무하는 박희수 목사에게 매주 토요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가족 곁을 떠나 고된 신병 훈련을 마치고 전입온 이등병들에게 '사랑의 떡볶이'를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나누는 음식이지만 넉넉하지 않음에도 최선을 다해 마음을 내어 나누는 박 목사, 우동형의 사랑과 정성은 군선교현장에서 아름다운 열매로 꽃피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4시, 교회 1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박 목사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떡볶이 요리사로 변신했다. 요리를 준비하는 우동형의 바쁜 손길을 따라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의 눈빛에서는 빛이 난다.
 
이를 지켜본 박 목사는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까지 교회 교육관에서 전입온 신병들의 인성교육이 진행됩니다. 신병대에서 훈련을 마친 이등병이 보직을 받기 전 대기하는 시간이죠. 잔뜩 긴장한 이들에게 사랑 나눌 방법을 고민하다가 손맛이 들어간 음식을 대접하기로 결심했고, 과거 교회학교 선생님이 만들어 주셨던 떡볶이 맛이 떠올라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마 지금까지 1000명 넘게 군종목사표 떡볶이를 맛봤을 것"이라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사랑의 마음은 있어도 군부대 특성상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매주 2~30여 명의 장병에게 손수 만든 떡볶이를 대접하는 일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박 목사는 '안 되면 되게하라(?)'는 군인정신과 예수님의 사랑을 더해 과감히 도전했다. 최고의 재료를 준비해 최상의 맛으로 장병들을 감동하게 할 각오를 다진 것.

"떡볶이 맛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어요. 조미료, 라면 수프도 넣어봤죠,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한 후 한 달이 지나니 자연스레 천연조미료로 정말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고의 떡볶이 레시피를 개발한 박 목사는 그 매콤한 떡볶이 안에 먼저는 예수님의 사랑, 복음의 향기가 묻어나길 원했다. 그리고 군선교 현장에서 복음의 밭을 개간하고, 한국교회를 향한 젊은 청년들의 마음이 열리며 추락한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작은 도구가 되길 바랐다.
 
박 목사는 "떡볶이와 같은 식탁 나눔, 또 인성교육 시간에 소통의 다리가 이어지면서 병사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긍정적인 희망을 다지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하나님께서 이 병사들의 마음을 붙잡아주셔서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박 목사가 요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어느새 번듯한 떡볶이가 완성됐다. 식탁에 둘러앉은 이등병들은 환희에 찬 얼굴로 환호성을 지른다.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던 이세형 이등병(21세)은 "부대에서 떡볶이를 먹게 될 줄은 정말로 생각도 못 했다"며 "아직 교회에 나간 적이 없지만 오늘 먹은 떡볶이와 우동형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입안 가득 떡볶이를 넣고는 웃음을 자아내는 이등병들 사이로 "많이 먹으라"며 떡볶이 한 국자를 더 챙겨주는 군종목사 박 중위의 사랑은 교회를 떠나 군부대 안에서조차 감동을 더 하기에 충분했다.
 
   
 

박 목사는 "전국 60만 장병들이 삶에 대한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무슨 일에든지 부끄럽지 않게 힘차게 살아가면 좋겠다"며 "우동형이 만든 매콤한 떡볶이, 예수님의 사랑을 담은 떡볶이가 그 일을 위한 작은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일을 위해 협력하는 동해교회(임인채 목사 시무)를 비롯한 지역 교회에 감사를 전하고, 한국교회 군선교 사역을 위한 기도와 사랑을 요청한 박 목사는 "부족하고 어린 목사이지만 하나님의 대표 선수로 군선교현장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군선교 사역자들이 힘을 잃지 않고 사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임성국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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