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경영 이뤄가는 생활공동체 '해뜨는 바다'

기독경영 이뤄가는 생활공동체 '해뜨는 바다'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9월 16일(월) 10:12

"삶의 절망, 교회 안에서 희망으로 바꿨습니다"
  
입소문 타고 판매되던 알로에 효소, 생협에 납품
함께 일 하며 장애ㆍ학력ㆍ나이 모든 장벽 뛰어넘어
아끼고 사랑하며 협력, "그저 감사할 따름" 고백


 

   
 

【거제】국학자료원이 펴낸 문화비평사전에서는 '공동체(共同體, Community)'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할 때 그 조직을 일컫는다. 단순한 결속보다는 더 질적으로 강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고백하고 따르는 신자들의 '공동체'이다.
 
거제도에 위치한 거제광림교회(정원기 목사 시무)의 교인들로 이뤄진 생활공동체 '해뜨는 바다'는 공동체성을 잃어가는 작금의 교회 현실에서 여전히 공동체가 신앙성장을 이끄는 동력이고, 약한 자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주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생활공동체 '해뜨는 바다'는 겉모양으로 봐서는 알로에효소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조합(組合) 형태의 사업체다. 그러나 힘없고 배운 것 없고 가난한 이들이 '일'이라는 수단을 통해 함께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신앙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신앙공동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해뜨는 바다'의 다섯 가정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거제면 동상리 인근 냇가에 무허가촌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다. 거제도 토박이도 아니고 이리 저리 떠돌다가 오지인 이곳 거제도까지 흘러와 무허가촌에서 불안한 거주를 해왔다. 이들은 거제광림교회의 이전 교역자의 헌신과 섬김으로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 이제는 교회의 중심이 된 인물들이다.
 
그러나 '해뜨는 바다'라는 생활공동체를 시작하고,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무질서하고 빚에 쪼든 삶을 청산하고, 새롭게 일을 하며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 시점은 담임목사인 정원기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2003년 교회에 부임한 정원기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생산공동체를 만들 계획을 하고 '신나는 조합'의 한 지부 형태로 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논 농사도 짓고, 다양한 일을 했지요. 그러던 중 그해 9월 추석 무렵에 태풍 매미가 불어닥쳐 성도들의 집이 심하게 훼손되고 말았어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교인들은 교회에 모여 살았습니다. 복구가 끝난 후에는 지친 심신을 위로할 겸 교인들과 함께 제주도에 수련회를 가서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함께 한 교인들은 사채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 카드빚 때문에 집을 잃은 상황 등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했어요. 그때 함께 결심했죠. 생활공동체를 만들어서 가난도 극복하고 삶도 개선하고 신앙도 키우자고요."
 
이후 교인들은 공동기금을 만들어 사채를 정리했다. 채무가 너무 커 상환이 어려운 사람은 집과 재산을 다 팔아 빚을 갚고 차라리 교회로 들어와서 살 것을 권했다.
 
   
 
다행히 이들은 한 사업가로부터 알로에효소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위처럼 단단해 부딪히면서 많은 아픔도 겪었다. 처음 도움을 준 사업가는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이들이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합원들은 자체 브랜드를 개발, 사업등록을 하고, 사업에 관계된 사항들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업은 어려웠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자체 제작한 알로에 효소는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판매됐고, 얼마 후에는 우리나라 최대 소비자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해서도 눈을 돌리게 됐다. 2004년에는 지역의 결손가정을 모아 해오름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정 목사의 부인 조영숙 씨가 이를 맡아 운영하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었던 지역민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힘겹게 겨우겨우 살아가던 이들이 어엿한 사업체의 공동 출자자로 일하면서 손상됐던 자존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사업체를 꾸려가면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협력하는 경험은 각자의 신앙 발전은 물론, 교회가 더욱 든든히 서갈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2005년도에는 유엔이 정한 '마이크로크레딧의 해'가 되면서 각종 언론에 '해뜨는 바다'가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2006년도에는 생활나눔집을 완공해 공동체실로 사용하면서 구성원들간 더욱 활발한 교제를 할 수 있게 됐다.
 
조합원 중 한 명인 강무영 권사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교회 일인 만큼 힘든 줄 모르겠다"며, "교회 올 때마다 알로에 효소 만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교회 청소도 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조합원인 유수복 집사는 "사업이 크게 잘 되는 것보다 가랑비 옷 젖는 것처럼 지금처럼 꾸준한게 오히려 좋은 것 같다"며, "이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이를 통해 활력도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신앙 안에서 공동체의 신비를 알아가는 '해뜨는 바다'의 조합원들. 이들의 미소가 지금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가난 극복하고 삶도 개선하고 신앙도 키우자"는 담임목사의 바람 현실로
 

   
 
"솔직히 알로에 효소 사업으로 돈은 잘 못 벌어요. 자립을 위해 시작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죠.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우리 구성원들의 삶이 변했어요. 장애와 학력, 나이 등의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자신의 일을 가지게 됐다는 그 자부심, 그리고 자기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책임감,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동료애,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 등이 우리의 마음과 인생을 바꿔 놓더라구요."
 
'해뜨는 바다'의 조합원장이자 조합원들의 담임목사인 정원기 목사는 '공동체'와 '일'이 교인들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진 조합원들의 신앙적 변화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정 목사는 "이곳 거제도로 오기 전 경기도 이천에서 목회를 하며 생활협동조합과 마을만들기 사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역주민들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로서 무엇이 진정한 목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며, "이곳 거제도에 와서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연약함 속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경험하고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는 삶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생각하고 부유해도 자만하지 않고 가난해도 주눅들지 않는다'가 우리 교회의 신조예요. 솔직히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매일 매일 우리 교인들은 풍요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가진 것이 없어도 느끼는 풍요, 이게 하나님이 주신 진짜 풍요 아닐까요?"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