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다시 열린 MK 모국캠프

14년만에 다시 열린 MK 모국캠프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8월 08일(목) 13:22

전 세계 흩어져있던 MK,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18개국 44명의 선교사 자녀들 참가

"선교지서 받은 상처, 같은 환경의 친구와 대화하며 위로 받아"
전국 돌며 문화체험, 판문점ㆍ독립기념관 견학하며 정체성 재확인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선교사 자녀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건 무려 14년만에 다시 열린 총회 MK 모국캠프였다. 세계선교부는 지난 1999년 첫번째 MK 캠프를 연 뒤 후속 캠프를 열지 못했다. 총회 세계선교부(부장:허원구 총무:이정권)가 주최하고 MK사역위원회(위원장:안광수)와 PCK선교사회(대표회장:임성익)가 주관해 열린 MK 모국캠프에는 18개국에서 44명의 선교사 자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 7월 22~8월 3일까지 2주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캠프 기간 동안 선교사 자녀들은 신앙훈련과 정체성 찾기 등 선교사 자녀들에게 필요한 기본훈련을 비롯해서 미니 올림픽, 뮤지컬 트레이닝과 뮤직비디오 제작, 대학 입시 설명회 참석과 직업체험 등 다채로운 활동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뿐 아니었다. 선교사 자녀들은 전국을 돌며 문화체험을 했고 판문점과 독립기념관 등을 견학하며 한국인의 정체성도 재확인 했다. 또한 캠프 중에는 홈스테이를 하면서 또래 친구를 사귀는 기회도 가졌다.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선교지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다는 기쁨이 컸다. 13살 동갑인 김신혜, 윤지인, 이혜원 양은 "친구를 사귄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님을 따라 이스라엘에 간지 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나왔다는 이혜원 양은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인 친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온 윤지인 양도 마찬가지. 윤 양은 "인도네시아에서 아빠에게 늘 바다 구경시켜달라고, 한국 친구 사귀게 해 달라고 졸랐는데 이번 캠프로 그런 바람들이 모두 해결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총회 세계선교부 본부 선교사인 김규태 목사의 자녀인 김신혜 양도 "우리들은 부모님이 모두 선교사시고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아이들이다보니 함께 만나는 것이 너무 즐거운 일이다"면서, "내년에도 꼭 MK 캠프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권순호 군(고등학교 3년)도 선교사 자녀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구성했던 것이 큰 기회였다고 말했다. 권순호 군은 "무엇보다 선교사 자녀로서 가지고 있는 아픔도 서로 대화 속에서 위로할 수 있었고 또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추억이었다"면서, "이제 대학에 가더라도 MK 캠프가 열리면 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물론 서로 다른 환경, 낯선 문화 속에서 살다 온 선교사 자녀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희노애락들이 풍성했다. 하지만 캠프 중 이 같은 상처들은 치유했고, 기쁨은 두배가 됐다는 게 공감대다. 세계선교부 MK(선교사 자녀) 담당 강지연 선교사는 "부모님을 따라 어린 나이에 선교지로 떠나 어렵게 지내온 아이들이 많은 상처를 안고 캠프에 참가했지만 2주 간 이어진 여러 프로그램들 속에서 많이 변화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면서, "이번 MK 캠프가 선교사들의 사역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무자의 설명대로 캠프에 참석한 선교사 자녀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아픔들은 듣는 이들을 숙연케 하기에 충분하다. 선교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언어장애' 판정을 받은 한 학생은 이로인해 아예 입을 닫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캠프에 참석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선교지로 이사하면서 현지인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무려 3학년이나 낮춰 입학을 하면서 이로인해 큰 상처를 입었고 갈등을 겪다가 MK 캠프의 문을 두드렸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아픔과 갈등을 지닌 어린 아이들이 캠프를 통해 그 동안의 묵은 상처들을 치유받았다. 말을 하지 않았던 학생은 입을 열기 시작했고, 세살이나 어린 동생들과 한 반에서 공부해야 하는 아이도 새로운 비전을 품게 됐다. 주최측은 이번 캠프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선교사 자녀들의 아픔을 돌보기 위해 힐링센터 운영을 결정했다. 힐링센터에는 전문 상담사들이 상주하면서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 위로했다. 어린나이부터 낯선 환경 속에 던져지는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MK 캠프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캠프를 위해서는 여러 교회와 노회들도 십시일반으로 함께했다. 이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캠프를 원활히 진행하는 게 크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실무팀의 설명. 무엇보다 내년에도 이런 캠프를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지난 3일 남대문교회에서 열린 MK 캠프 감사예배에서 안광수 목사는 MK 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본교단 총회가 선교사 파송과 후원에만 관심을 갖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돌봄'을 시작한 것은 보다 성숙한 선교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선교사 자녀들과 함께 성숙해 나가는 교단 선교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MK, 사역위원회는?
 
선교사 자녀 체계적 지원ㆍ돌보기 위해 조직
 
총회 세계선교부는 선교사 자녀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돌보기 위해 MK 사역위원회(위원장:안광수)를 조직했다. 이번 MK 모국캠프도 MK 사역위원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세계선교부의 설명이다.

선교사를 후원하기도 바쁜데 자녀까지 총회가 지원해야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선교를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는 것이 선교계의 공감대다. 이미 한국 전체 선교사들의 자녀는 1만 5000여 명을 상회하며, 이중 본교단 파송 선교사들의 자녀들의 수도 1100여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선교사 자녀들은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심각한 정체성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학업과 군입대, 취업 등을 이유로 한국에 정착했을 때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일마저 빈번히 발생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많은 수의 선교자 자녀들이 떠안고 있는 과제다. MK 사역위원회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교사 자녀=미래 선교자원'으로 여기는 분위기에 앞서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형편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교단이 나서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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