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따라 걷다보면 신앙 선배들 흔적이

해변 따라 걷다보면 신앙 선배들 흔적이

[ 아름다운세상 ]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3년 07월 04일(목) 15:30
올 여름엔 '쉼'과'영적 재충전' 일거양득 휴가지로
 
무더운 여름,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곳으로 피서를 떠나야할지 고민한다. 신앙인으로 육체적인 쉼도 얻고 영적인 재충전도 할 수 있는 휴가라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올해도 예년처럼 유난히 긴 무더위가 예상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형적인 특성을 고려해 올해엔 신앙으로 떠나는 여름 휴가를 계획해보는 것도 의미있으리라.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일상에서 지쳤던 육체의 피로를 풀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바닷가와 연계해 가까운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올여름 휴가로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듯하다.
 
1순위로 꼽는 피서지, 동해안
 
   
▲ 화진포해수욕장과 김정일 별장

여름 휴가지로 1순위를 꼽는 동해안. 690여 km에 이르는 동해안은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피서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중에서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에 위치한 화진포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피서객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1973년에 개장된 화진포해수욕장은 주변에 울창한 송림이 있어 피서지로 더할나위없이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화진포해수욕장 근처에는 초기 외국인선교사들의 휴양소가 자리하고 있어 쉼과 함께 영적으로 재충전하기에 최고지다. 선교사 휴양소는 일제시대 때에 선교사들이 쉼을 얻기 위해 세운 휴양소로 초기에 복음의 불모지와 같던 이 땅에 와서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선교사들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다. 6.25 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으로 김일성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해서 '김정일 별장'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에 파괴된 이후에 재건축, 현재 역사안보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위엔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별장도 자리하고 있어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는데 제격이다.
 
   
▲ 북부해수욕장과 자천교회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해변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지도에서 토끼 꼬리처럼 보이는 포항이 자리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북부해수욕장은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줄 최적의 피서지로 손꼽힌다. 이전에 인기를 누리던 송도해수욕장이 포항제철의 항만시설 확충으로 예전의 영광이 조금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북부해수욕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백사장의 모래가 부드럽고 경치가 좋아 늘 피서 인파로 북적인다.
 
이 지역엔 1백년이 넘는 초기 교회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초기 기독교 흔적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1901년에 세워진 대송교회는 이 지역에서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교회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포항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영천 화북면 자천리에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ㅡ'형 한옥 교회당인 '자천교회'도 만날 수 있다. 한국기독교 사적 제2호로 지정된 곳이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봉화군 법전면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ㅁ'형 예배당, 척곡교회도 찾아 가볼만하다. 교회와 함께 교육기관이었던 명동서숙은 한국기독교사적 제3호로 지정돼 있어 초기 신앙의 선배들의 흔적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다시 한번 재무장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남해안
 
   
▲ 송도해수욕장과 일신여학교

올해 10월에 WCC 제10차 총회가 열리는 부산은 요즘 국내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세계교회로부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 한국 제2의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바다와 인접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운대해수욕장과 함께 송도해수욕장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전국에서 피서인파가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육체적인 쉼과 함께 이곳 부산은 국내에서 초기 호주선교사들의 흔적을 가장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인천에 첫발을 내딛기에 앞서 선교사들은 이곳 부산에 먼저 정착했다고 한다. 부산 좌천동에는 부산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인 부산진교회와 초기 여성교육의 산실이었던 일신여학교, 그리고 지역의 여성들을 위해 세워진 일신기독병원 등 초기에 호주 선교사들이 펼쳤던 선교사역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재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만성리해수욕장과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

많은 섬들로 이뤄진 남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지난해 '해양엑스포'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아름다운 여수를 만난다. 이곳엔 보기 드문 검은색 모래빛을 띠는 만성리해수욕장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38년 개장된 만성리해수욕장의 모래는 검은 빛을 띠지만 바닷물과 맞는 모래는 진한 갈색으로 변해 찾는 이들에게 흥미를 더해준다. 젊은이들에겐 어느 가수가 부른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처럼, 여수의 밤바다는 또 다른 매혹을 느끼게 만든다.
 
여수는 손양원 목사로 인해 기독교인에게 남다른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 때에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해방이 될 때까지 옥고를 치르며 모진 고난을 당했던 손양원 목사. 여순 반란사건 때는 두 아들이 순교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히려 아들을 죽인 그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었던 손양원 목사의 흔적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기에 충분하다. 애양원과 성산교회,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 등이 한 곳에 조성돼 있어 영적 상태를 점검해 보기 위해 꼭 한번 들러봐야할 곳이다.
 
낭만과 운치있는 섬을 가진 서해안
 
   
▲ 고대도교회와 강화성당

서해안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면 서해의 아름다운 경치들을 만나게 된다. 서해안에는 섬들이 많아 한번쯤 이러한 섬에서 쉼을 갖는 것도 좋은 피서 중의 하나다. 충남 보령시에 편입돼 있는 고대도는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위치한 당산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무려 3.5km에 이르고 폭은 100m에 달하는 넓은 백사장을 이루고 있어 피서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수심이 1m에 불과해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고대도는 1832년 조선 최초의 선교사라고 불리는 귀츨라프가 25일간 머물렀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임금에게 통상 청원서를 올리기도 하고 주민들에게는 감자 재배법을 가르쳤던 곳으로 첫 선교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비록 조선 왕실의 허락을 받지 못해 그의 열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150년이 지난 후에 이곳에 교회가 설립되는 열매를 얻게 된다. 귀츨라프선교사 기념교회로 세워진 고대도교회는 지금도 귀츨라프 선교사가 남긴 선교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역사의 현장인 강화도를 만난다. 갯벌 체험으로도 유명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은 서울과 근거리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육체적인 쉼과 함께 영적인 쉼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성공회 건물 중에서 한국 최초로 지어진 한옥 성당인 강화성당이다. 초기 기독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도록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00년에 세워진 강화성당은 정면 4칸과 측면 10칸 규모의 건물로 기와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어 처음 보는 이들은 불교사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강화도에 뿌려진 신앙의 뿌리는 찾는 것도 진정한 쉼의 자리가 될 것이다.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그동안 땀흘려 열심히 일한만큼, 이젠 진정한 쉼이 필요한 때다. 기독교인에겐 단순히 육체적인 휴식만이 진정한 쉼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한발짝 뒤로 물러나 되돌아보는 자리가 참된 쉼의 자리다. 올여름엔 신앙의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을 찾아보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볼 뿐 아니라 영적인 재무장의 기회로 삼는 진정한 쉼을 찾으러 떠나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