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어머니의 한결같은 '예수 사랑ㆍ청년 사랑'

97세 어머니의 한결같은 '예수 사랑ㆍ청년 사랑'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3년 05월 03일(금) 10:06

해군 창설자 손원일 제독 부인 홍은혜 권사, 평생 나라사랑에 헌신
해군의 유일한 신앙공동체 '원일다락방' 설립
 
 

   
 


봄바람이 부는 5월, 자동차 창을 열었다. 바람이 부드럽다. 창문 사이로 드러난 하늘을 보았다. 마치 카푸치노 같은 부드러움이 흘렀다.
 
여리고 여린 자식을 한없이 감싸주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한 채 아름다운 세상의 주인공, 그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어머니는 올해 97세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정하시다. 비단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 홍은혜 권사(해군중앙교회)가 처음 보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나님과 나라 사랑의 열정을 담고 있는 어머니의 주름진 미소 안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머니가 겪었을 풍파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97년 평생 해군 사랑, 나라 사랑, 그리고 하나님 사랑의 계승자로 이 땅의 자녀를 위해 무릎 꿇은 어머니. 세상은 홍은혜 권사를 '해군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어머니의 부군인 손원일 제독이 광복 후 해군을 창설했고, 그녀는 내조자의 역할을 넘어 동지적 관계로 제독과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며 협력했기 때문이다.
 
해군의 어머니는 이화여대 음악과를 졸업했다. 가진 재능을 살려 첫 번째 해군가인 '바다로 가자'를 비롯해 '해군사관학교 교가' '해방행진곡' '대한의 아들' 등을 작곡했다. 또 해군부인회를 조직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고, 삯바느질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함정 '백두산함'을 구입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전쟁 후에는 상이군인들도 보살폈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이 된 남편을 도와 전쟁미망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줬다. 남편이 독일 대사로 활동할 당시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며 한류의 원조가 됐다.
 
남편 손원일 제독이 별세한 후, 어머니는 '원일상'도 제정했다. 또 1983년 열악한 환경에서 성경 공부하는 해군을 위해 믿음의 훈련장이자 영적 안식처인 '원일다락방'을 세우는데 물질적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기 전 최근까지 매주 진해에 있는 원일다락방을 찾아 믿음의 장교들과 신앙의 교류를 이어왔다.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원일다락방에 특별한 애착을 둔 어머니는 "진해 원일다락방에 갈 때마다 해군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보기만 해도 듬직한 아들 같고 손자 같은 그들에게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속에 새겨져야 한다"며, "세상의 유혹이 많은 그 시기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전도서 말씀처럼 청년의 때에 창조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해군의 어머니'로만 부를 수 없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나라 사랑'과 '민족 해방'을 위한 희생 전통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손원일 제독의 부친, 손정도 목사는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내며 민족운동 계보를 뿌리내렸다. 또 손정도 목사의 모친 오신도와 부인 박신일, 그리고 맏딸 손진실은 삼일운동 때 만세운동에 직접 참여하고 항일비밀결사 애국부인회를 조직한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이런 손 씨 집안의 '여성 민족운동' 전통을 계승한 어머니는 해방 후 손원일 제독과 함께 해군 창설과 육성을 통해 나라 사랑의 정신을 실천한 것이다. 홍 권사가 대한민국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인 이유이다.
 
어머니, 홍은혜 권사에 대해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는 "홍은혜 권사님은 한국기독교 역사 가운데 신앙의 산 증인이며, 오늘도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나라 사랑을 위한 솔선수범과 희생정신, 이웃 사랑과 감사를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더욱이 어머니는 90여 년간 붙잡았던 신앙의 선배로 실천적 삶의 모범을 보였다. 그리고 나라와 민족, 해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지금도 기도한다.
 
어머니는 "97세를 살아올 때까지 하나님은 내가 짐작하지 못했던 인생의 앞길을 한 걸음씩 인도해주신 듯하다. 그렇기에 따로 염려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 그저 매일매일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하면서 살 뿐이다"며,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아낌없이 주는 사랑, 예수님의 참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녀, 하나님의 자녀가 어린아이와 같은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97세 어머니의 한결같은 예수 사랑, 한결같은 나라 사랑, 한결같은 이 땅의 청년 사랑이 8일 어버이날을 더욱 값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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