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만 의지하는 '사람낚는 어부'

하나님만 의지하는 '사람낚는 어부'

[ 아름다운세상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3년 02월 21일(목) 11:41
고흥 앞바다 누비며 삶으로 전도하는 정권식장로ㆍ황경숙권사 부부
 
'나로호' 발사로 명소가 된 전남 고흥군에 가면 의인을 다룬 전래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부부가 있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주변에 나눠주기를 좋아하고 위기가 닥치면 지혜롭게 넘기는 '어부 부부'가 산다.
 
고흥에서 '갈릴리 횟집'을 운영하는 정권식 장로ㆍ황경숙 권사(순서노회 덕흥교회) 부부를 만나 그들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가 찾은 날, 부부는 '박신'이라 불리는 굴 까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 겨울철 굴 양식을 위해서는 하루에 18시간씩 고된 노동이 이어진다. 부부는 하나님이 주신 자연에서 얻은 이 수확물의 상당량을 선교적 차원에서 전국 각지에 무상 공급한다.
 
바다에서 굴이 끌어올려지고 전용 칼로 껍데기를 제거해 세척하고 있었다. 부부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굴 판매를 하는 '황금수산' 운영을 업으로 하고 4월부터는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부부가 청정 해역에서 생산하는 고흥산 굴은 통영산에 비해 알은 작지만 맛과 영양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는 굴 양식을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고객은 전국에 4천5백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모르게 선교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굴을 보내는 고객이 많다.
 
정권식 장로는 "굴 양식이 쉬운 것은 아니다. 적조가 오면 모두 폐사할 때도 있다"며 "어렵게 얻은 수확물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하나님 주신 자연에서 얻은 수확물을 주변과 나누면 기쁨은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18시간 정도의 고된 노동이 수반되는 굴 양식을 마무리하면 4월부터는 바다로 나가 물고기 잡는 일을 한다. 3t급 배 2척을 운영하는 부부는 여기서 나온 수확물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횟집의 상호는 '갈릴리'. 자신들이 누비는 바다를 '갈릴리'라 생각하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고 있다. 단돈 2만원에 10여 종의 활어회를 무한리필 해주는 '통큰 장사'로 단골이 많다.
 
바다를 의지해서 살아가는 어촌 생활이 처음에는 녹록지 않았다. 벌이도 시원치 않고 빚을 지기도 했지만 조급함을 버렸다. 그래도 부부는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 덕분에 마음만은 늘 풍족했다.
 
정 장로는 "바다에 그물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나날은 행복했다. 바다와 함께 한 젊은 날,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내가 어느 곳에 가서 살던 자족하고 감사하면 그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고기잡이를 나섰다가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치면 잠잠해지기를 기도했다. 그 때마다 마음을 추스리려 찬양을 불렀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주시네"라는 찬양을 읖조렸다고 한다.
 
황경숙 권사는 특히나 바다에서 간증이 많다. 갑작스런 파도로 배가 요동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지기를 수차례. 아이러니하게도 어촌에 살지만 수영을 전혀 못하는 황 권사를 두고 주위에선 "기적을 달고 산다"며 놀라워한다.
 
'죽을 고비'를 말하던 부부의 어투는 비교적 담담했다. 신앙 배짱이 좋아서일까? 고기잡이에서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인생에 있어 파도가 몰아치면 언제나 인내하고 연단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소망을 이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 힘든 시절에도 그들은 헌금 생활에 철저했고, 수확물을 주변인들과 나눌 줄 알았다. 특히 재물을 움켜쥐는 '탐(貪)'을 버렸다.
 
그렇게 나눠주는 삶에 익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이 전도가 됐다. 청정 바다만큼이나 맑은 부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됐다.
 
   
▲ 출석교회인 덕흥교회 담임 이재삼목사와 함께.
부부가 출석하는 덕흥교회 이재삼 목사는 "한 마디로 (부부를) 표현하자면 '하나님 일에 충성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신앙의 폭이 굉장히 깊고 묵직하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부부는 자족할 줄 알았다. 몇일 간 바다에 나가 고생해도 수확물이 적어 어부로서의 자존심이 구겨질 때도 있지만 불평을 버렸다.
 
황 권사는 "솔직히 물고기를 내가 키운 것이 아니지 않는가. 주신 것만해도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요즘 다음세대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교회학교 교사를 30년 가까이 해온 부부는 아동부연합회 활동을 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어린이들'을 만드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래서 부부는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사용되길 원합니다. 저희들은 부족하고 연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의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는 뭇 영혼들을 복음으로 끌어올리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물이 찢어질만큼 많은 사람들을 복음으로 낚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를 정권식 장로ㆍ황경숙 권사 부부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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