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쌍둥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요~

가슴으로 낳은 쌍둥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요~

[ 아름다운세상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2월 15일(금) 09:54
온 가족이 복음의 도구로 사용되기 원하는 최재웅ㆍ이창미 부부
 
【원주=김혜미기자】 여기,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엄마 아빠가 있다. 세상은 그들을 가리켜 '입양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자신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오랜 시간 함께 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이제 겨우 3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말이다.
 
2010년 2월 23일 다섯살 쌍둥이 자매를 입양하며 "오늘부터 엄마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최재웅 이창미 간사(한국대학생선교회, 세인교회) 가족을 만나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강원도 원주 자택에는 오는 3월 초등학생이 되는 가연이 가은이를 위해 변화를 준 가구 배치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거실은 쌍둥이 자매의 전용 공부방으로 꾸며졌고, 책장은 새로운 책들로 빼곡히 차있었다. 강원도 지역 방송에서 쌍둥이의 사연을 들은 이미숙 집사(웅진출판사 근무)가 매번 보내오는 책들이다.

   
▲ 아빠는 색소폰, 엄마는 플루트, 가연 가은이는 각각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선택했다. 자매의 애창곡은 '주의 자비가 내려와'. 머지않아 근사한 가족음악회를 여는 것이 쌍둥이네의 꿈이다.
 
"고민 끝에 아이들을 대안학교로 보내기로 했어요. 거실에 TV도 치우고 책상을 꺼내놓았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네요." 책 선물 외에도 쌍둥이 자매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자라나고 있다. 생일 때마다 케이크를 보내주는 엄화진 집사, 가베 홈스쿨링을 담당해주는 김경희 집사, "교회에서 쓰임받는 반주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아노 레슨을 해주는 강진희 선생, 같은 쌍둥이 선배 아빠로서 조언과 기도를 아끼지 않는 세인교회 담임 황규엽 목사…. "다 어떻게 갚으실건가요?" 기자의 뜻밖의 질문에 부부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음…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 가정이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 답 아닐까요?" 이내 명답을 찾아낸 남편 최재웅 간사가 말했다.
 
쌍둥이 자매가 "예쁜이 엄마"라고 부르는 부인 이창미 간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엄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원주 지구 찬양팀 뉴라이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5년 2월 19일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그녀는 쉽게 '엄마'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었다. 20대 초반 '전신성경화증'이라는 희귀병으로 투병해야 했고 기적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까지 회복이 됐지만 장기간 투약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과거 병력으로 인해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입양기관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힘든데 아픈 몸으로 어떻게 갓난아이를 키우려고 하느냐"며 연장아 입양(만 세 살을 넘긴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권했고 부부는 지금의 쌍둥이 자매 가연 가은이를 만나게 됐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이 대부분 따진다는 '같은 혈액형', '닮은 외모' 등은 이들의 선택사항에 없었다. 설상가상 사진을 잘못 보내는 입양기관의 실수까지 있었지만 엄마 이창미 간사는 쌍둥이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한 계단 한 계단 떨리는 마음으로 올라가는데 작은 놀이방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가 보였어요.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아이들인가'라는 예감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오후 4시, 쌍둥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자 집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쌍둥이와의 첫 만남. "얘들아 안녕?" 설레는 마음으로 건넨 첫 인사는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쌍둥이들의 폭풍 수다가 이어졌다. "엄마, 오늘은 유치원에서 OO하고 OO배웠어요." "아빠, 이건 아빠한테 주려고 내가 만든 선물이에요."
 
겨우 안면을 트고 친해지려는데 1분 차이로 언니가 됐다는 가연이가 먼저 방으로 손을 잡아 끌었다. "이거는 부모님에게 공경하라는 뜻이에요." 십계명의 제5계명을 설명하더니 줄넘기를 하는 가연이. "저…저기 집안에서 뛰어도 괜찮을까?" "1층이라서 괜찮아요." 가은이는 말없이 가족음악회 일러스트 블라인드가 있는 아빠 서재로 기자를 안내했다. 엄마 이창미 간사의 양육일기에 따르면 두 자매는 쌍둥이임에도 성격이 정반대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활동파 최가연이 듬직한 맏딸이라면, 눈웃음과 애교가 매력적인 가은이는 차분한 성격인 편이다. 입양 이후 가은이는 뇌병변 6급 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다"고 믿는 부부는 말한다. "(병을) 미리 알았더라도 입양했을 거에요." 다행히 원주기독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치료비를 지원해줬고 주변 이들의 정성 어린 기도로 가은이도 제 또래만큼의 건강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입양가족에서의 신앙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궁금했다. 일주일에 두번씩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부부는 "사실 처음에는 교회 가는 것부터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다행히 계속 예배에 참석하고 목사님과 성도님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쌍둥이 자매는 모세와 노아의 이야기를 줄줄 외우기까지 한다. 차에 탈 때면 "아빠, 성경이야기 틀어주세요"라고 제일 먼저 부탁하는 아이들이다.
 
쌍둥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3년차 엄마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하나님은 엄마 아빠 이상으로 더 많이 너희들을 사랑해주시는 분이야. 가연이 가은이도 커서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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