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교회 '그 청년 바보의사' 주인공 안수현씨 삶 영화화

영락교회 '그 청년 바보의사' 주인공 안수현씨 삶 영화화

[ 아름다운세상 ] 안수현씨 삶 영화화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1월 04일(금) 16:08
태평양의 외딴 섬 아누타 사람들은 '아로파(Aropa)'로 인해 행복하다. 우리말로 '연민 사랑 나눔 협동'을 뜻하는 아로파는 무엇이든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존법칙으로, 공존의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먼 나라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나보다 남'의 아로파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준다. 지난 2006년 1월 7일 유행성 출혈열로 서른셋의 짧은 생을 마감한 군의관 안수현씨(영락교회, 당시 계급 육군 대위)도 그랬다. 그의 삶은 3년 뒤인 2009년 '그 청년 바보의사(이기섭 엮음/아름다운사람들)'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널리 전파했다.
 
그가 떠난 지 6년만인 2012년 12월, 책에 이어 안수현씨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영락교회(이철신목사 시무) 문화선교부가 기획하고 교회 내 영상제작 전문가 또는 관심자들로 구성된 '닥터 카메라' 팀에서 제작을 주관한 영화의 제목은 책과 동일한 '그 청년 바보의사'. 교회 창립 67년이 되는 지난해 1월 "우리 교회의 아름다운 인물을 극화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영화 '그 청년 바보의사'는 교회 내부 시사회를 거쳐 지난 성탄절 CTS 기독교TV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닥터 카메라 팀은 이 영화의 DVD를 제작해 농어촌 오지나 해외 선교 현장에서 필요로 할 경우, 무상 배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안진영집사(MBC 영상미술국 영상2부, 카메라감독)는 "예수님의 뜻을 단순하게 그대로 살아낸 것일 뿐 어떻게 보면 평범했고 특별한 삶은 아니었다. 한 인물을 영웅화시키지는 말자는 게 기본 원칙이었다"며 "책이 단편집의 형태라 드라마화시키는데 한계가 있었고 사전준비 작업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시면 큰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 기독신춘문예 제4회 희곡 부문 가작 당선자이기도 한 안 집사는 "일반 제작사 드라마에서 2∼30명의 스태프들이 할 일을 7∼8명이 다 감당했으니 전문가들이 보면 미흡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직장인, 주부로 짬짬이 시간을 내서 '하나님의 은혜'로 만들었다"면서 "소통을 위해 영상만큼 좋은 매체가 없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상을 만드는 게 닥터 카메라의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러닝 타임 55분의 영화에는 소아암 투병 중 회복되었다가 사망한 은진이, 돈이 없어 엑스레이를 거부한 할머니, 밤에 다쳐 실려온 할아버지, 전신마비 환자 달수 등 병원을 배경으로 한 여러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모두 고인이 정성껏 섬기고 마음 다해 돌보았던 환자들이다.
 
닥터 카메라의 팀원들은 촬영 보조를 맡은 21살 이은준 군에서부터 촬영스크립터로 연출을 도운 77세 임관철집사까지 고르게 연령층이 분포돼있다. 특히 직업이 의사인 주인공의 특성상 자주 등장하는 병원 신(Scene)은 교회 앞 인제백병원 응급실 한 층을 빌려서 찍었는데 마치 여러 장소를 찍은 것처럼 돌려가며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커피와 케첩을 활용한 헌혈 장면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자'는 집념으로 열악한 제작 환경을 이겨냈다.
 
영화 주인공의 캐스팅도 드라마틱했다. 촬영 이틀 전까지도 주인공 역이 결정되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리며 김동석집사(문화선교부 기획팀장)는 "0.1%도 걱정 되지 않았었다. 7년 이상 같이 작품하면서도 건우가 크리스찬인 줄은 몰랐는데 우연히 알게 됐고 하나님의 예비하심으로 알고 제의하게 됐다"고 캐스팅에 얽힌 비화를 소개했다. 안수현 역을 맡은 손건우집사(일산벧엘교회)는 "한동안 시나리오를 차에 놓고 다니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나중에 책을 건네받아 읽고 '이렇게 답답한 분이 있었나'라고 생각했다. 안수현 씨는 좋은 말로 하면 헌신적이고 나쁜 말로 하면 바보"라며 "내 몸 아끼지 않고 남을 위한 삶을 살다간 그를 보면서 '나는 어떤가…'라고 생각하게 됐다. 예수님 따라 베풀다간 그분을 보면서 나도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고 전했다.
 
사실 배우와 스태프 중에 고인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영화를 촬영하면서 마주하게 된 한 청년의 삶은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건축설계소 이사인 조덕일집사는 "한 번은 건설현장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영화를 상영했는데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한 친구가 일을 하면서 계속 신앙이 움츠러드는 것 같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얘기에 정말 기뻤다"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보여주길 잘했다 싶었고 이것이 영상선교를 위한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영섭집사는 "블록버스터급 대작은 그 순간 감동은 주더라도 현실적인 공감은 덜 하다. 우리 교회 청년의 삶이라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본받기가 쉬운 것 같다"며 "전도용으로도 사용하지만 먼저 믿은 우리부터 다시 한 번 신앙에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집에 프로젝터가 있는데 동네상영회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영화의 테마곡은 '소원'이다. 영상 속에 담겨진 고인의 삶이 찬양의 가사 그대로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 절이라도 그 분을 닮기 원하네 사랑 그 좁은 길로 가기 원하네"라고 노래하는 것만 같다.
 
바보의사 안수현은 영화 속에 되살아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말한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세요."



'그 청년 바보의사' 30만권 이상 판매
판매 수익금 장학금 지급
 
"오늘에서야 '그 청년 바보의사'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읽어가며 이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다가 홈피를 찾았습니다. 귀한 글들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았고 앞으로 더욱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2012년 12월 26일)"
 
지난 7일은 안수현씨의 7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의 미니홈피(홈피명: Jesus, Be the Center)에는 매일 사람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건넨다. 아버지 안봉순장로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대로 이제 마음의 상처는 아물고 좋은 일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책 보다는 조금 미흡한 것이 아쉽지만 아들의 이름이 선교를 위해 쓰인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움에 먹먹하면서도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그 청년 바보의사'의 기록은 당시 출판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회자되곤 했다. 2009년 7월 20일 출간된 이 책은 그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출간 13개월 연속 교보문고, YES 24, 인터파크, 알라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무명 저자로는 대단한 약진을 했다. 출간 후 지금까지 30만권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부모인 안봉순장로 한효순권사의 뜻에 따라 의학계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한국누가회 주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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